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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기고
 
무위당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
[무위당 장일순 평전 43회] 군 장성에서부터 장바닥 아주머니들까지


▲ 장일순 선생 내외 1991년 자택에서 ⓒ 무위당 사람들 제공

(서울=오마이뉴스) 김삼웅 기자(전 대한매일신보 주필) = 언제 누가 한(쓴) 말(글)인지 몰라도 장일순을 평하는 데 이런 말이 자주 인용된다.

"시인 김지하의 스승이었고,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이 단 한번 보고 홀딱 반했다는 사람, 목사 이현주가 부모 없는 집안의 맏형 같은 사람이라 했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유홍준이 어디를 가던 함께 가고싶다 했던 사람, 소설가 김성동과 「아침이슬」의 김민기가 아버지로 여기고, 판화가 이철수가 진정한 뜻에서 이 시대의 단 한 분의 선생님이라 꼽았던 사람…."

1980년대 후반에도 원주 봉산동 토담집에는 군 장성에서부터 장바닥 아주머니들까지 장일순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찾는 사람은 누구라도 허투루 대하지 않고 지극함으로 따뜻하게 맞아 사람마다 그 서있는 자리에 맞게 가야할 길을 일러주시곤 하셨다.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그 일을 어떻게 할지를 소중하게 여기라 하시며, 공무원에게는 민(民)을, 장사꾼에게는 손님들을 하늘처럼 섬기며 정성을 다하라 말씀하셨다." (주석 1)

장일순은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으나 사람들과 어울리면 가끔은 즐겨 마셨다. 주석에서는 유신시대의 저항곡이던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불렀다. 김민기는 1970년대 초부터 장일순의 집을 드나들면서 가르침과 사랑을 받았다.

"무위당은 김민기 노래의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노랫말과 우리정서를 담은 선율을 좋아했다. 그의 음악의 독창성이 관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땅을 딛고 있는 두 발에서 나오며 공동체의 어울림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 대해 매우 흐뭇해했다." (주석 2)

원주시 교육장을 지낸 김홍렬 씨는 장일순과 가장 가깝게 지었던 분 중의 하나이다.

"봉산동 댁에도 자주 갔고, 시내에서도 자주 만났죠. 형님은 맨날 잠바에다 벙거지를 쓰시고…. 시내에 나오시면 추억 다방에 잘 가셨어요. 거기서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 고향 후배가 하는 서예실에 가셔서 붓글씨를 써서 사람들에게 나눠주시기도 하고, 저녁에 친구나 후배들과 만나 식사에 반주 한 잔 하시고 기분좋게 취하시면 '아침이슬'을 부르셨어요. 일순 형님은 '아침이슬'을 참 좋아하셨어요." (주석 3)

장일순은 길을 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세세한 가정사를 묻고 어른들의 안부를 살폈다. 리어카를 끄는 사람이거나 바구니 장사를 가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여러 가지 사연도 따랐다. 때로는 민원의 해결사 노릇도 하고 상담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많이 알려진 얘기 하나.

어느 날 한 시골 아낙네가 장일순을 찾아와 딸 혼수 비용으로 모아둔 돈을 기차 안에서 몽땅 소매치기 당했다며, 그 돈을 찾아달라고 장일순에게 매달렸다.

장일순은 그 아주머니를 돌려보내고 원주역으로 갔다. 가서 원주역 앞 노점에서 소주를 시켜놓고 앉아 노점상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러기를 사나흘 하자 원주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소매치기들을 죄다 알 수 있었고, 마침내는 그 시골 아주머니 돈을 훔친 작자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장일순은 그를 달래서 남아 있는 돈을 받아냈다. 거기에 자기 돈을 합쳐서 아주머니에게 돌려줬다. 그렇게 일을 마무리 지은 뒤로도 장일순은 가끔 원주역에 갔는데, 그것은 그 소매치기에게 밥과 술을 사기 위함이었다. 그때 장일순은 소매치기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미안하네. 내가 자네 영업을 방해했어. 이것은 내가 그일에 대해 사과를 하는 밥과 술이라네. 한 잔 받으시고, 용서하시라고."

앞으로 소매치기 같은 것 하지 말라든가 나무라는 말 같은 것은 일절하지 않았다. (주석 4)

촌로같은 편안함, 꾸밈없는 차림, 텁텁한 언변이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고 함께 놀 수 있었다. 그는 결코 지도자연하거나 교사인척 하지 않았다. 항상 낮은 자세이고 듣는 사람이었다.

선생은 글을 쓰기보다는 말씀을 나눠주시는 분, 말씀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분이셨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시고 따뜻한 위로와 삶의 지혜를 나누셨기에 오랜 군사독재 치하의 숨막히던 시절, 원주는 반체제 지식인, 활동가들이 숨을 돌리는 안식처였다.

그것은 전적으로 무위당 선생의 너그럽고 넓은 품 때문이었고, 그 품에서 휴식을 취한 분들은 위로와 용기를 얻어 다시 싸움의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주석 5)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 심성을 가진 장일순

장일순은 대단히 심성이 고운 사람이다. 희로애락을 솔직히 드러내는 정직한 사람이기도 하다. 세속적으로 출세하고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피도 눈물도 없이 강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장일순은 슬픈 사연을 들으면 자주 울었다. 그만큼 감정이 풍부하고 정이 깊고 정서적인 사람도 드물 것이다.

먼저 부인 이인숙의 증언이다.

"가끔 시내에 나가셨다가 술에 취해서 돌아오시면 우시는 일이 있었어요. 어떤 날은 참 슬프게 우셨어요. 왜 우시냐고 물어보면 대개 어려운 처지에 있는 후배나 제자들 누구누구가 불쌍하다면서 우시는 거예요. 내가 걔네들을 도울 힘이 없어서 안타깝다 한탄하시면서 우시는 거예요. 제가 큰일 하시는 분이 울면 되겠냐고 해도 워낙 감성이 풍부한 분이라 말릴 수가 없었어요.

70년대에 민청학련 사건으로 친분 있는 민주인사들과 대학생들이 대거 구속되고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는 밤새 통곡하셨어요. "얘네들 불쌍해서 어떻하나" 하면서 너무 고통스러워하셨어요." (주석 6)

"제기 선생님 처음 뵙던 날 조봉암 선생님 말씀을 하면서 많이 우셨어요. 이현주 목사님도 계셨는데… 저도 울고 한 바탕 울고 나중에 저에게 난초를 하나 쳐 주셨는데…." (주석 7)

"선생님은 또 잘 우셨어요. 술 좀 취하시면 같이 붙들고 울었습니다. 어떤 때는 전화통 붙들고 30분 동안이나 같이 울기도 했어요. 선생님과 술 마시고 한밤중 함께 봉산동 댁으로 가는 길에 지금 개봉교(당시에는 없었음) 근처 섭다리를 건너 가기도 했는데 마침 달도 밝은 원주천 뚝방길에서 선생님이 그렇게 슬피 우시더라고요. 어찌 보면 당신의 멋이기도 하지만 얼마나 속을 끓이셨던가 하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다 드러났지만 당시 반독재 투쟁을 벌인 소위 United Front 연합전선 인사들 중에는 권력지향형 등 개성이 강한 여러 부류의 인사들이 많았어요. 이 사람들을 끌고 가려니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을 거예요. 여러 사람의 말을 다 들어주다보니 속이 끓고 썩으신 거예요. 술 드시고 의기상통하면 우신거지요." (주석 8)

장일순은 젊어서나 나이 들어서나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 심성을 갖고 있었다. 세상을 살면서도 세속에 물들지 않고 순수성을 지키며 살았다. 그리 살기가 쉽지 않는 시대에, 그는, 삿됨이 없이 청렬하게 살면서 고매한 인격을 유지한 흔치 않는 인물이었다.

주석
1> 윤형근(한살림 '모십과 살림연구소' 부소장),「오늘 무위당 선생을 생각하다」,『무위당 좁쌀 만인계』, (창간 준비호), 2008.11.
2> 「김민기와 다시 돌아온 '지하철1호선'」,'무위당사람들' 제공.
3> 「강원 교육계의 원로 김흥렬선생님」, 대담:김찬수 편집장, '무위당 사람들' 제공.
4> 앞과 같음.
5> 앞과 같음.
6> 「고 이인숙 사모님과의 대화」, '무위당사람들' 제공.
7> 이철수,「장일순을 흉내내면서 살고 싶어요」,『무위당 사람들』, 31호, 2010. 3.
8> 한기호,「원주천 뚝방길에서 슬피 우신 무위당」,『무위당사람들』, 33호, 2010. 11.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6월 18일, 목 10:48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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