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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여성학과 기독교 사이에서 삶을 해석하다(2)
[화제의 작가] '유진 피터슨' 번역 전문가 양혜원 작가의 독서 여정③


▲ 양혜원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서울=뉴스앤조이) 강동석 기자

(지난 호에서 이어짐)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종교여성학을 공부한 것으로 안다. 종교여성학은 어떤 학문인가.

학위는 종교학으로 받았다. 종교여성학은 종교학의 하위 분야다. 여성주의 관점에서 종교학을 다룬다. 여성주의와 가장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종교 제도와 가족제도다. 종교와 가족은 가장 보수적으로 남아 있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여성주의가 영향을 미치지 않은 분과가 거의 없는데, 종교에도 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때가 1960~1970년이었다.

종교여성학은 신학적 접근, 역사적 접근 등을 통해 가부장적인 종교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여성들의 종교경험에 주목한다. 불교·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등 모든 종교에서 남성 중심적으로 해석돼 온 경전을 재해석한다거나 종교의식에 여성의 경험도 포함시킨다. 예를 들어, 유산·사산은 여성에게 중요한 경험인데, 이 여성들을 위로하고 그 경험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의식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기존의 종교는 가부장제와 분리할 수 없다고 보고 여신 종교를 연구하거나 실천하기도 한다. 또한 역사를 다시 쓰는 작업도 한다. 역사적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종교 안의 영향력 있는 많은 여성의 목소리를 살려 내는 것이다. 성경을 보면 남자만 기록돼 있는 것 같은데, 잘 보면 여성 이름도 많이 나온다. 현재는 경전에 있는 여성들도 제대로 재현되지 않았다.

최근 일어나기 시작한 종교여성학의 전환은 보수에 대한 관심이다. 서구 자유주의(liberalism)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종교를 믿는 많은 여성이 종교 안에서까지 남녀평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종교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에 대한 의미를 얻고 그것을 해소할 방안을 찾는 곳이다. 사실 여성주의 입장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종교가 더 문제시되지만, 종교를 믿는 대부분 여성은 남자와 평화롭게 잘 살고 싶어 한다.

수업 시간에 읽은 책 중에 종교학자 로버트 오시(Robert A. Orsi, 1953~) 교수가 쓴 <Thank You, St. Jude>가 있다. 20세기 초·중반 아일랜드 등지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가톨릭 가정의 여성들이 어떻게 성 유다(다대오, St. Jude)를 통해 힘을 얻고 역경을 헤쳐 나갔는가에 대한 연구서다. 결국 여기서 종교는 하나의 coping mechanism, 그러니까 고난을 감당하게 해 주는 기제 역할을 한다. 내세의 복에 대한 약속도 그러한 기제 중 하나이다.

이러한 종교는 현실의 문제를 바꾸기보다는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여성주의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접근 방법이다. 종교가 지금까지 해 온 일이다. 그래서 여성들은 계속 종속된 지위에 있지 않았나. 자식 잘되고 남편 잘되라고 기도하고 보조하는 어머니 역할에만 계속 머물게 한다. 이것이 종교를 믿는 대다수 여성의 경험이라면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다. 이를 짚게 된 것이 최근 종교여성학에서의 전환이라면 전환이다. 물론 학자들 간 견해는 다 다르고 계속 논쟁 중인 문제다.

- 공부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 1956~)가 쓴 <젠더 트러블>(문학동네)이다. 이 책은 여성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필독서다. 한국서 여성학을 공부할 때는 한 챕터만 봤었다. 그때는 그렇게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봐서 그런 듯하다. 박사 시험을 보면서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예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오더라.

알다시피, 주디스 버틀러는 레즈비언이다. 얼마나 자신의 존재 문제로 씨름했으면, 이렇게 깊이 있는 이론적인 작업을 했을까 생각했다. 그만큼 진지했던 것이다. 이 부분에서 우선 존경심이 생겼다. 그는 이론적인 작업을 통해 자기 존재의 정당성을 피력했다고 할 수 있다. 책 내용 자체는 이성애 규범이 어떻게 '자연스러운 것'으로 자리 잡았나에 대한 분석, 어떻게 그것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다.

사실 여성 간의 동성애는 남성 간의 동성애와 달리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취급되었다. 삽입 중심의 성 논의는 여성 간 성관계를 성관계로 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여성 동성애(lesbianism)를 설명할 언어가 없었다는 말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여성 동성애를 연구하는 교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여성 동성애에 대한 언어가 없던 시대였기 때문에, 그 관계를 규명해 가는 데 여러 추리를 동원한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해서 지나치게 모든 관계에 성애적인 해석을 도입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사회적으로 존재가 없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역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버틀러는 그 책을 써서 단일한 그룹으로 구성되었던 여성들 사이에 균열을 가져오고, 그렇게 해서 정치적 효과를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의 작업이 여성주의 연구를 더 성숙시켰다. 나는 그가 자기 인생을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본질주의가 무엇인지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 본질주의는 보수주의 기독교인으로 오래 살았던 사람이 벗어나기 힘든 문제라고 생각한다. 본질주의란 변하지 않는 자기라고 하는 실체가 사회 밖에 혹은 사회와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남자와 여자는 남자와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이지, 남자와 여자로 구성되는 사회적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인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젠더 관점에서는 본질주의의 문제가 무엇인지 쉽게 보이고 납득이 되었다. 본질적인 남성성, 여성성에 대한 믿음이 남녀 차별의 근원이 되니까. 그런데 개인의 입장에서 본질주의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 책을 보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보수주의 기독교는 절대적인 하나님과 절대적인 나 사이를 오가면서 신앙적 실천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나님이 절대적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내가 절대적인 경우가 더 많다. 내가 하나님과 기도와 묵상을 통해 교통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하나님이 내게 뭐라고 했는지는 오직 나만이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하나님이 내게 이렇게 하셨고, 내가 하나님께 혹은 하나님을 위해서 이렇게 했다"는 내러티브 구조 안에서 자기 이해를 구성해 간다. 그 과정에서 절대적인 자기가 탄생한다. 사회구조 밖에 존재하는 의로운 자기가 탄생하는 것이다. 나의 진심 혹은 본심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의 서운함 같은 것들이 다 이러한 본질적 자기의 구성과 연관이 있다.

기독교 영향인지 유교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그리스도인은 진심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을 순도 100%로 유지하는 게 고귀한 신앙의 정점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은 다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진심이라는 게 무엇인가. 그런 게 정말로 있는가. 의미는 여러 사람의 상호작용에 의해 구성된다. 그 의미의 상호작용 가운데에 나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렇게 자기를 구성하면서 또한 구성되어 가는 것이지 본질적이고 절대적인 자기가 있는 게 아니다.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1963)의 책 <오독: 문학 비평의 실험>(홍성사)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이론적이면서 이렇게 자기 이해를 돕는 책들이 있다. 이론적 깊이가 있는 책은 그냥 말잔치가 아니라 정말로 존재의 중심을 건드린다. 역으로 이론을 깊이 소화하면 그 안에서 존재를 발견하기도 하는 것 같다. 독서의 흥미로운 화학작용이다.

- 박사 논문 주제가 궁금하다.
교회와 여성 문제를 고민하면서도 이상하게 신학은 당기지 않았다. 인문학적인 접근을 통해서 교회와 여성 문제를 풀어 가고 싶었는데, 그러다 보니 유교 문화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한국의 경우, 기독교와 유교가 많이 융합됐다. 유교 문화권에서 자란 여성이 어떤 식으로 기독교 신앙 안에서 여성의 지위를 협상하고 타협하면서 살아가느냐 하는 게 내 연구의 초점이다.

한국은 다종교 사회인데, 모든 종교가 인간관계의 규범은 유교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이 함의를 깊이 들여다보지는 않는 듯하다. 여전히 기독교 내에 남아 있는 유교 관습을 문제라고 지적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긍정적으로 선회할 수 있을까 같이 생각해 봐야 한다. 유교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자원 안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지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논문에서는 박완서, 공지영 작가의 종교와 젠더 경험을 다뤘다. 두 분 다 가톨릭 신자이고, 스스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페미니즘 작품을 썼다. 이분들이 나름대로 정의하는 페미니즘이 있는데 두 분 다 주류 페미니즘과는 거리를 둔다. 다양한 페미니즘이라는 관점에서 이분들의 페미니즘 실천과 젠더 경험 그리고 종교체험을 살펴봤다. △여성으로서 어떻게 자랐는가 △작가로서 어떤 경험을 했는가 △어떻게 가톨릭으로 회심했으며 그들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모녀 관계는 어떠한가. 이 네 가지 테마로 생애와 작품을 분석했다.

박완서 선생님은 특히 유교적이다. 유교의 윤리와 기독교의 신을 잘 융합했다. 말년에 하신 이해인 수녀님과의 대담을 보니까 아주 성실한 유교인이더라. 그만큼 유교가 강한 영향을 미쳤다. 공지영 작가는 조금 다르다. 어릴 적부터 성당을 다녔는데, 그래도 이분이 강조하는 모성애는 유교에 가깝다. 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못 느꼈고 박완서 선생님과 다른 지점이 더 눈에 들어왔는데, 지도 교수의 눈에는 두 작가의 차이에도 여전히 유교 문화적인 감성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진다고 하더라.


▲ 양혜원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일본 난잔종교문화연구소에 연구원으로 간다. 일단 6개월간 있을 예정이다. 다른 유교권 국가의 그리스도인 여성의 경험도 연구하면 문화와 종교 그리고 젠더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더 넓어질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일본을 선택했다. 일본과 한국은 유사한 점이 많다. 세계 여성 지위를 보면, 둘 다 경제 수준에 비해 상당히 낮다. 중국은 공산주의를 거쳤기 때문에 젠더 지표가 조금 더 높게 나온다. 남한과 일본은 자본주의를 택했고 우파가 우세했다.

유교의 젠더 규범을 따르는 보수적인 문화 속에서 기독교를 받아들인 여성들이 어떠한 경험을 하고, 문화와 종교를 어떻게 타협시키는지 연구하려고 한다. 특히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은 소설가를 중심으로 보고자 한다. 박완서 선생님과 같은 해에 태어난 소노 아야코(曽野綾子, 1931~)는 공지영 작가처럼 어릴 때 가톨릭으로 회심했고, 소설가이자 수필가로서 문학성도 인정받고 대중적인 인기도 누렸다. 우파 성향이 강하지만 좋은 비교 연구가 될 것 같다.

다카하시 다카코(高橋たか子, 1932~2013)는 박완서 선생님 한 해 뒤에 태어났다. 40대에 가톨릭으로 회심하고 남편과 사별 후 수녀가 되었다가 다시 세속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작가들의 생애와 글은 유교 문화권에서 기독교를 받아들인 여성들의 종교 및 젠더 경험을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끝)

※ 인터뷰에 나온 도서 목록양혜원 작가가 쓴 책1. <그리스도인의 상식> / 양혜원 지음 / 예영커뮤니케이션 펴냄2. <유진 피터슨 읽기> / 양혜원 지음 / IVP 펴냄3. <교회 언니, 여성을 말하다> / 양혜원 지음 / 포이에마 펴냄양혜원 작가가 언급한 책1.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헤르만 헤세 지음 / 임홍배 옮김 / 민음사 펴냄2.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 김화영 옮김 / 민음사 펴냄3. <앙드로마크 페드르> / 장 라신 지음 / 진형준 옮김 / 살림 펴냄4. <인간의 종말> / 존 화이트헤드 지음 / 양혜원 옮김 / 일지각 펴냄5. <Common Sense Christian Living> / 에디스 쉐퍼 지음 / Harpercollins Christian Pub 펴냄6. <True Spirituality> / 프란시스 쉐퍼 지음 / Tyndale House Pub 펴냄7. <오독: 문학 비평의 실험> / C. S. 루이스 지음 / 홍종락 옮김 / 홍성사 펴냄8. <개척자의 길> / 대천덕 지음 / 양혜원 옮김 / 홍성사 펴냄9. <오래된 정원> / 황석영 지음 / 창비 펴냄10.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사 펴냄11. <그 길을 걸으라> / 유진 피터슨 지음 / 양혜원 옮김 / IVP 펴냄12. <이 책을 먹으라> / 유진 피터슨 지음 / 양혜원 옮김 / IVP 펴냄13. <기독교적 숙고> / C. S. 루이스 지음 / 양혜원 옮김 / 홍성사 펴냄14. <성과 속> / 멀치아 엘리아데 지음 / 학민사 펴냄15. <오리엔탈리즘> / 에드워드 사이드 지음 / 박홍규 옮김 / 교보문고 펴냄16. <신데렐라와 그 자매들> / 앤·배리 율라노프 지음 / 한국심리치료연구소 펴냄17. <참자기> / 제임스 F. 매스터슨 지음 / 임혜련 옮김 / 한국심리치료연구소 펴냄18. <마음의 혁명> / 리포드 윌리엄스 지음 / 최규택 옮김 / 그루터기하우스 펴냄19. <When A Baby Dies> / 낸시 코너, 알릭스 헨리 지음 / Pandora Press 펴냄20. <이야기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 / 수잔 브라이슨 지음 / 고픈 옮김 / 인향 펴냄21. <Thank You, St. Jude> / 로버트 오시 지음 / Yale University Press 펴냄22. <젠더 트러블> / 주디스 버틀러 지음 / 조현준 옮김 / 문학동네 펴냄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8월 14일, 금 3:5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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