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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권 보장하자는 취지, 어떻게 독재 시대 반헌법적 긴급조치에 비교하나"
[인터뷰] 교회협 정평위원장 및 기장 교사위원장 최형묵 목사 "지지 성명 철회 의사 없어"


▲ 한교총을 중심으로 한 보수 개신교계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서울=뉴스앤조이) 이용필 기자 = 21대 국회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자, 교계에 반동성애 광풍이 더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보수 개신교계 연합 기구와 단체, 대형 교회들이 앞다퉈 반대 운동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 안에 동성애 독소 조항이 들어 있으며, 법이 제정될 시 동성애를 비판·반대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동성애 독재 시대가 열리고, 일부 서구 교회처럼 한국교회도 몰락할 것이라고 말한다. 왜곡 정보에 기반한 전형적인 확대해석이다.

보수 개신교계는 요란하지만 사회 분위기는 다르다. 올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한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성적 지향과 정체성'과 관련해 성소수자도 존중·대우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여론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대하지만, 보수 교계는 "차별은 반대하지만, 차별금지법은 반대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며 결사반대하고 있다.

동성애 반대 광풍이 이는 한국교회 안에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지지를 선언한 곳이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 정의평화위원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육순종 총회장) 교회와사회위원회가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양 기관 위원장은 모두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가 맡고 있다. 교회협 정평위와 기장 교사위는 각각 4월 16일과 7월 1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일부 교회협 회원과 기장 교단 구성원이 차별금지법 지지를 철회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최형묵 목사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8월 14일 천안살림교회에서 만난 최 목사는 "한국교회총연합을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 보수 교계가 열심이지만 과잉 대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론을 보면 10명 중 9명이 법 제정을 찬성하고 있다.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다. 법을 제정하려는 근본 취지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모든 사람을 위해서 필요한 법이며, 지극히 '성서적'이기에 개신교인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최 목사는 "복음은 다른 사람을 정죄하는 데 있지 않다. 서로 환대하며 사랑을 이루는 데 있다. 차별금지법은 차별과 불평등을 극복하고 누구든 평등한 삶을 누리는 걸 돕는 법"이라고 말했다.

최형묵 목사는 굳건했다. 교회협과 기장 안에서 일부 반대 목소리가 있지만, 차별금지법 지지를 철회할 의사는 없다고 했다. 최 목사는 "누구든지 자유롭고 평등하고 안전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게 차별금지법 취지다. 권리를 박탈당한 자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동성애 광풍 부는 한국교회'동성애 조장법' 등 가짜 뉴스 퍼져"성소수자는 우리 주위에 실재"


▲ 최형묵 목사는 차별금지법은 성서적인 법안이라며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차별금지법이 발의됨과 동시에 한국교회 안에 반동성애 광풍이 더 거세졌다. 각종 연합 기구와 단체, 대형 교회들이 한목소리로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즈음 논쟁이 촉발하리라 예상했는데, 그보다 앞서 논쟁이 격화했다. 저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조장하는 악법이다", "다수를 제약하는 편법이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차별금지법 취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짜 뉴스'에 근거한 주장이 많다.

어제(8월 13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이 발표한 성명 정도라면 같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차별금지법 근본 취지가 무엇인지, 법이 시행됐을 때 부작용은 없을지, 보완책은 무엇인지 등을 논의해 입법 과정에 반영하면 된다. 합리적으로 접근하면 될 일을 무조건 안 된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한국교회 미래가 절망스럽다.

- 왜곡·과장된 말이 난무한다. '동성애 조장법', '역차별법'이란 주장을 비롯해 "설교 시간에 동성애 비판도 못 한다", "이단 정죄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 "긴급조치를 연상하게 한다"는 표현도 나왔다.

예장통합 성명 내용 정도라면 논의를 통해 합의해 가면 되는데, "긴급조치를 연상하게 한다"는 변창배 사무총장 발언은 황당하다. 어떻게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법과, 독재 체제하 반헌법적 긴급조치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나. 이건 말 그대로 선동이다. 이렇게 주장하면 대화가 안 된다.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나온 성명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의 성소수자 축복식을 'n번방'에 비유하나.

반동성애 세력 주장은 대부분 근거가 없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조장법이 아니다. 여러 차별 항목 대상 가운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이 들어 있을 뿐이다. 동성애는 의학적으로 질병이 아니라고 판명됐다. 설령 이게 질병이고 죄라고 하더라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 성소수자는 우리 주위에 실재한다. 교회에도 있다. 성적 지향을 이유로 죄책감을 가지고 신앙생활하는 이들이 있다. 기독교인이라면 이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으로서 자유권과 평등권은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 두 기본권이 특정 맥락에서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그 경우 맥락을 헤아려 법리를 적용하면 된다. 차별금지법 자체가 동성애 독재법이라거나 헌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 교계와 달리 일반 사회 반응은 다르다. 국가인권위원회 6월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88.5%가 차별 금지를 법률로 제정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과 같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73.6%였다.

국민 절대다수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한다. 그런데 교회가 이걸 반대하고 있으니 '반인권 세력'으로 보일 것이다. 거시적 맥락에서 보면, 교회 공신력은 저하되고 사회적 영향력도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와 관련한 법이다. 누구든지 배제당하지 않고, 위협을 겪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법률을 통해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교회가 끝까지 거부하면 국민은 '역시 교회는 답이 없다'면서 선을 긋게 될 것이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호주제 폐지한다고 했을 때 특정 집단에서 나라가 망할 것처럼 반대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망하기라도 했나. 모든 사회 구성원이 차별 없이 안전하게 살자는 제안을 교회가 반대할 명분이 없다. 지금처럼 반대하면 낙후된 집단으로 인식될 게 뻔하다.

-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신앙·양심·종교의자유를 침해한다고도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목사가 설교 시간 동성애를 반대했다가 처벌을 받는다? 그건 나도 반대한다. 다만, 종교 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 고용 기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반 시민과 함께 살아가는 현장에서 특정 신념과 사안을 강요하는 것은 당연히 안 된다.

"복음의 정신은 무조건적 환대인데타자 부정하며 자기 정당성 추구한국교회, 반공 대신 반동성애로 갈아타"


▲ 보수 개신교계는 차별금지법을 막기 위해 매월 한국교회기도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8월 12일 참가자들이 온누리교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차별은 반대하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이 한국교회 안에서 통용되고 있다. "동성애는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는 사랑한다"와 같은 맥락이다. 배제를 전제로 한 사랑과 포용이다.

선택적 사랑은 '편애'일 뿐 '박애'가 될 수 없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은 끊임없이 유대인의 선민의식과 싸웠다. 자기 세계에서 벗어나라고 요구했다. 복음의 정신은 무조건적인 환대다. 구약부터 나그네를 환대하라고 말한다. 예언자들도 과부·고아·나그네를 언급한다. 성서가 편애를 말하지 않는다. 인간이 나눈 경계와 편애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성서는, 하나님 사랑은 곧 이웃 사랑이라고 명쾌하게 언급한다. 복음은 사람을 정죄하고 배제하지 않는다.

- 보수 교계는 'n번방'이나 '아동 성 착취 동영상' 등 공분할 만한 사안에는 침묵하는 반면, 유독 동성애와 관련해서만 분노한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나.
이 문제는 이해하려면 한국교회의 역사적 맥락을 짚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무언가를 반대하고 불안을 조장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구현해 왔다. 고질적인 병폐다. 타인을 죄인으로 규정하면서 자신을 의인으로 여겨 왔다. 누군가를 부정하면서 자기 정당성을 추구하는 신앙인 셈이다. 반공주의가 대표적이다. 반공주의가 많이 희석되니까 이제 동성애를 이용하는 것이다.

일부 보수 개신교인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종교의자유가 억제되고 동성애가 만연할 것이라고 말한다. 타자를 정죄함으로 자기 정체성을 구현한다. 이와 같은 미숙한 신앙이 지금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다. 쉽게 말해 한국교회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차별금지법 지지 때문에 기장 교회 선교 방해?일찍이 '기장성' 잃어버린 게 문제소수자, 사회적 약자 포용하려는 고민부터 해야"

- 교회협 정평위는 4월 16일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성명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안팎으로 반발이 있다고 들었다.

성명이 나간 직후 극우 단체가 교회협 회관 앞에서 집회도 하고 그랬다. "사탄의 대변인"이라고 하더라. 내부적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분명한 건 교회협이 이번에 갑자기 차별금지법을 지지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논의가 시작된 2007년부터 같은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홍정 총무도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평위 성명은 내부 협의를 통해 낸 것으로, 협의체 정신을 위배하지도 않았다. 만일 교회협 총회나 실행위 결의를 통해 철회를 요구한다면, 정평위에서 재론할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 끝은 아니다. 그 결과도 위원회 결의에 달려 있다.

- 목사님이 속한 기장 교단도 마찬가지다. 기장 게시판에는 7월 1일 자 교사위 성명과 관련해 "교사위원회의 차별금지법 지지를 공개 철회하라", "개교회 목회자들에게는 엄청난 횡포가 될 수 있다", "법이 문제가 아니라 예수님의 계명,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심, 상식으로 충분하다"는 등 반대 의견도 달렸다. 차별금지법 지지가 목회하는 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기장 교단이 '이단' 소리 많이 듣는데, 교사위가 차별금지법 지지를 선언해 선교하는 데 피해가 많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항의 전화도 받았다. 교사위 성명은 차별금지법을 지지한다는 것이지, 동성애 옹호와는 관련이 없다. 동성애가 문제라면 교단에서 신학적으로 연구·논의하면 될 일이다. 기장 교단에는 성소수자목회연구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사회 구성원 다수가 지지하는 법은 지지하되, 동성애 문제는 교회 안에서 논의하면 된다.

"교단이 동성애를 지지해서 나가는 교인도 있다", "선교에 방해가 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역으로 걱정된다. 교회가 참으로 인권 감수성에 무디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주요 교단 교인 감소세를 보면 기장이 가장 큰 것으로 나온다. 사회 선교, 민중 선교를 해 온 기장 교회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번에 교사위가 발표한 차별금지법 지지 성명 때문일까? 아니, 다른 근본적 이유가 있다고 본다.

기장 교인들은 기장 교회가 포용적·진보적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다른 교단과 확연히 달랐지만, 지금은 별다를 바 없으니까 하나둘 떠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기장성'이라는 역사적 유산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진일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일찍이 기장성을 상실하고 기존 교회를 닮아 가면서 위축된 것이지, 차별금지법과는 관련이 없다.

정말 기장 교회가 걱정된다면 젊은 세대와 사회의 인권 감수성에 다가갈 수 있게 지금이라도 노력하자.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들을 포용하려는 고민을 진지하게 해 봤으면 한다. 기장 교회의 위기를 교사위 성명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 보수 교계 반발이 말도 안 된다고 그저 무시할 수도 없다. 반대 운동이 들끓을수록 차별금지법을 오해하는 신자들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보수 교계를 대표한다는 이 목소리가 과잉됐다고 본다. 차별금지법 여론조사가 보여 주는 것처럼, 국민 10명 중 9명은 법안을 지지한다. 그중에는 젊은 개신교인도 상당수 있다고 본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민중신학자로서 차별금지법을 어떻게 보는가.

예수님은 권리를 박탈당하고 죄인으로 낙인찍히고 존재를 부정당한 사람들과 함께했다. 오늘날로 표현하면 민중은 소수자라고 할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다양하다. 누구나 자유롭게 평등하고 안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차별금지법 취지는 다분히 '민중신학적'이라고 본다. 법 제정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다. 모두가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것은 성서의 요청이자, 오늘날 보편적 인권의 요청이다. 한국교회가 문자에 얽매이지 말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했으면 좋겠다. 잘 모르면서 쉽게 남을 판단하고 정죄하면 안 된다. 우리 주위에 있는 존재를 부정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하나님 보시기에도 좋을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복음의 실체는 무조건적인 환대다. 민주 시민사회에서 다른 구성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소통하기 위해 다가가는 것만큼 좋은 환대가 또 있을까.

최형묵 목사는 한국교회가 반공주의 대신 동성애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인을 정죄하면서 자기를 높이는 미숙한 신앙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9월 11일, 금 5:0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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