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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기고
 
무욕의 자세로 보통사람이 되고자 한 장일순 선생
[무위당 장일순 평전 50회] 작은 영역에서나마 앉은 자리에서 향내나는 본보기가 되다


▲ <둘은 하나로 말미암아 있는 것이나, 하나 마저도 지키지 말라> ⓒ 장일순

(서울=오마이뉴스) 김삼웅 기자 = 장일순은 많은 사람과 교유하고, 그를 따르고 존경하는 사람도 많았다.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의 팬과는 수준이 다른 사람들이 따랐다. 세평도 그만큼 많았고 연구 논문도 적지 않다. 그 가운데 출중한 글의 하나는 작가 김성동 씨의 「우리 시대의 마지막 도덕정치가」일 것이다. 제목과는 상관없이 다음의 글이 장일순의 정신세계를 압축하는 것 같다.

유가(儒家)인가 하면 불가(佛家)요 불가인가 하면 노장(老莊)이며 노장인가 하면 또 야소(耶蘇)의 참얼을 온몸으로 받아 실천하여온 독가(督家)였던 선생은 무엇보다도 진인(眞人)이었다.

속류 과학주의와 속류 유물론과 유사종교적이고 혹세무민적이며 종교적 신비주의에 추상적 형이상학만이 어지럽게 춤추는 판에서 대중성ㆍ민중성ㆍ소박성ㆍ일상성 속에 들어 있는 거룩함을 되찾아 내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한몸뚱아리의 두 이름으로 더불어 함께 영적 진보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그 길밖에 길이 없다는 것을, 순평(順平)한 입말로 남겨 준 선생이시다. (주석 1)

한국 현대사회에서 이만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분이 몇 사람이나 될까. 더욱이 장일순은 전문학자도, 철학교수 또는 종교지도자도 아닌 평범한 인물이다. 군사쿠데타 주동 인물의 하나인 노태우가 대통령 후보에 나서면서 '보통사람 노태우'를 들고 나오면서 정치용어로 크게 오염되고 말았지만, 장일순이야말로 이 땅의 보통사람이었다.

장일순이 제자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주 한 말이 있었다. 글로도 써서 나눠주었다. '저파비(猪?肥)'였다. 돼지 저 자, 두려울 파, 살찔 비.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돼지는 살이 찌면 도살당하기 때문이다.

'저파비' 앞에 '인파출명(人?出名)'이 있었다. "사람은 세상에 허명이 나는 것을 두려워 하라"는 뜻이다. 군사정권기는 물론 지금도 얼마나 많은 명사들이 허명을 날리다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가. 장일순은 이를 경계하고 항상 허명을 내지 않으려 애썼다. 마음을 비우는 일, 달리 말하면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하고 이웃들에게 솔선하였다.

불가(佛家)의 선(禪)에 허회자조(虛懷自照)라는 말이 있어요. 자기를 비운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얘기는 노자의 도덕경에도 있고, 또 성경에도 있습니다. 복음을 보면 예수가 산으로 자꾸 올라가시지요. 세상에 내려가니까 자꾸 따지고 이것저것 얘기를 해. 사람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고 욕심만 부려. 그렇게 되니까 답답해서 산으로 올라가서, 어찌 하오리까 하거든. 가서 좌선을 해요. 하느님과의 대화란 건 뭐냐. 자기를 비우고 스스로 그 비운 마음을 보는 거예요. (주석 2)

재밌는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김진홍이라는 분인데, 합기도 도장 사범이었어요. 그런데 그 도장이 판잣집 같이 엉망이었어요. 돈이 없으니 그러고 있는데 자연히 사람들도 안 오고 영업이 안 되죠. 그래서 장 선생님한테 찾아갔어요.

저 좀 먹고살게 해주세요. 그런데 선생님이 돈을 대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요? 방법을 찾으신 게, 뭐냐 하면, 당신이 직접 매일 거기를 가셔서 정식 회원으로 등록하고 도복을 입고 앉아 계신 거예요. 그때 도복 입고 찍은 사진도 있어요.(웃음)

원래 운동도 못하시는 분인데, 합기도 도장에 그렇게 앉아 계시니까 제자들이고 이런저런 사람들이 찾아올 거 아니에요? 그래서 회원들이 크게 늘어나서 1년 반인가 2년 만에 돈 벌어서 옮겼어요. 그런 일화도 있어요.
(주석 3)

한국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타락이 극에 이르렀을 때 장일순은 금욕 또는 무욕을 실천하면서 작은 영역에서나마 앉은 자리에서 향내나는 본보기가 되었다.

오염되지 않는 도덕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끊이지 않은 발길

장일순은 학자가 아니고 문사도 아니고 종교지도자도 아니고 사회사업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상가이거나 철학자도 아니다. 물론 정치인이 아니고 사업가는 더욱 아니다. 뚜렷하게 내세울 전공이 무엇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이렇다 할 저술을 남긴 것도 없다.

사는 것이나 먹고 입는 것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고 평소의 말이나 연설ㆍ강연을 할 때에도 대학교수나 무지랭이가 함께 들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의 초라한 집에는 시도 때도 없이 경향 각지에서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오염되지 않은 청아한 도덕의 목소리를 듣고자 해서였다. 그는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았다. 그동안 사람들은 위선의 가면을 쓴 정치인ㆍ언론인ㆍ종교인ㆍ지식인들의 말에 식상하고 실망해왔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중년기를 넘기면서 호남형은 아니지만 수려한 얼굴은 골격이 아니라 인격으로 가꾸어진 것이었다.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링컨의 말이 아니라도 사람의 얼굴은 살아온 역정과 마음ㆍ수양의 결정판이다. 중년기 이후 장일순의 얼굴은 근엄하거나 화사한 모습이 아니라 청순한 농부의 얼굴과 다르지 않았다.

그의 연설은 어디서 남의 말이나 글을 빌려오거나 주워들은 지식을 풀어먹은 것이 아니라 원전을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정리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말이 새롭고 참신하여 듣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장일순의 언설은 이런 식이다. '시(侍)'에 대하여 말한다.

사람이 일상생활에 있어서 만가지를 다 헤아리고 갈 수는 없는 거지요. 그러나 자기가 타고난 성품대로 물가에 피는 꽃이면 물가에 피는 꽃대로, 돌이 놓여있을 자리면 돌이 놓여있을 만큼의 자리에서 자기 몫을 다 하고 가면 '모시는 것을 다 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딴 사람이 모시고 가는 것을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지요. 있음으로써 즐거운 거니까. 동고동락(同苦同樂) 관계거든요.

요샌 공생(共生)이라고도 하는데 본능적으로, 감각적으로 편하고 즐거운 것만 동락(同樂)하려고 든단 말이에요. 그런데 고(苦)가 없이는 낙(樂)이 없는 거지요. 한살림 속에서도 '고'와 '낙'이 함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함께하는 것이지요. 즉 공생하는 건데, 공생관계는 각자를 긍정해주는 것이란 말이예요. 각자를 긍정해줘야 모시는 것이 되는 거잖아요?
(주석 4)

장일순의 무욕 또는 탈욕정신은 자연계로 확대되었다. 그런 정신은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넓어졌다. 1980년대 미국청년들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10년 전 미국의 젊은 친구들이 한국에 왔는데 마침 돌아가신 함석헌 옹이 원주에 가서 장일순을 만나보라 해서 찾아왔기에 그 미국 사람보고 "너희 나라에서 달나라 간 사람 있지?" 하고 물으니까 "암스트롱이 갔었다"고 하기에 "그가 달나라에 가서 성조기 꽂고 왔지?" 했더니 "그렇습니다" 하길래 그러면 "그 달이 미국 달이 되느냐? 했지. 그게 바로 제국주의야. 내가 먼저 보고 내가 가질 수 있다는 태도 말이지.

미국이 세계에서 대국을 자랑하고 계속 영광을 누리겠다고 하면 그런 태도 가지고 되겠느냐 이 말이야. 그 달은 일체 중생의 살아있는 유정물과 무정물까지도 다 함께 즐기는 달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경쟁의식속에서만 살고 있으며 또 사회가 경쟁을 촉구하고, 바로 이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주석 5)

국제적으로는 양육강식의 논리로 무장한 제국주의로부터 내부적으로는 99마지기 논을 가진 부자가 100을 채우고자 이웃의 1마지기 땅을 빼앗고자 하는 욕심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무한한 탐욕을 질타한다. 그의 언설은 누구처럼 유체이탈이 아니어서 듣는 이들이 감동하였다.

장일순은 영웅도 초인도, 지도자도 아니다. 그냥 보통사람이다. 아무 것이나 먹고 아무 옷이나 입었다. 음식을 가리지 않았다. 추어탕도 먹고 개고기도 먹었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칼국수였다.

밥을 먹기 전에는 반드시 밥을 향해 고개를 숙여 말하였다.

"밥 한 사발만 알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월 선생도 그런 말씀을 하셨지요. 우리가 평생 배워 아는 것이 밥 한 사발을 아는 것만 못하다"고.

평범한 사람 장일순의 진면을 보여주는 다음의 연설을 들어보자. 80년대 어느날 천주교 교회봉사자들에 대한 특강이다.

만약에 여러분에게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장관이나 그럴듯한 기업체 사장 자리를 줄 테니 그쪽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오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대답이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였다면 그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 아니고,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면, '저는 지금 하는 일을 정말로 사랑하고, 또한 긍지를 갖고 있으며 저의 계획에 따라서 일을 마무리하여야 하므로 갈 수가 없습니다.' 하는 사람이라야 정말로 잘 사는 사람이고 멋쟁이가 되는 겁니다.
(주석 6)

그래서 장일순은 국무총리 제안도 일순에 거부했던 것이다.

주석
1> 김성동,『희망세상』창간호와 제1호에 실린 글.
2> 장일순,「세상일체가 하나의 관계」, 1988년 9월 19일 '한살림 월례강좌'에서 한 내용.
3> 「무위당, 제일 잘 놀다가 가신 '자유인'」,『녹생평론』, 2014년 5~6월호, 29쪽.
4> 장일순,「시(侍)에 대하여」, 한살림모임 창립기념강연, 1990년 10월.
5> 장일순,「내 안에 아버지 계시고」, 연세대학교 원주분교 강의(1992년 5월).
6> 장일순,「긍지」, 최성현, 앞의 책, 235쪽.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10월 08일, 목 6:1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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