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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노무현 추모 막은 '위헌 차벽', 지금은 다르다?
[이슈] '기본권 침해' 비판에 '방역대책' 반박... 방역과 자유 공존 모색 필요


▲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극우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광화문광장에 집회 참가자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경찰 버스가 차벽을 만들어 에워싸고 있다. ⓒ 권우성

(서울=오마이뉴스) 박소희-김성옥 기자 = '(문)재인산성'이냐 '방역산성'이냐.

지난 3일 광화문광장을 에워싼 차벽의 여진이 심상치 않다. 보수시민단체가 오는 9일 한글날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라 정치권 안팎의 공방은 계속 진행 중이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와 서울시의 행정명령 발동에 따라 경찰은 개천절 집회를 적극 봉쇄했다. 이날 광화문 광장으로 진입하는 모든 통로는 차벽으로 틀어막혔다. 경찰은 따로 시민 통행로를 마련했지만 지나가는 시민 대부분을 검문했다. 지하철 1·2호선 시청역과 3호선 경복궁역, 5호선 광화문역에선 열차가 멈추지 않았고 버스 또한 다른 길로 돌아갔다. 사전신고 대상이 아닌 1인 시위도 제한됐다(관련 기사 : '노스크'로 "문재인 파면" 삽시간에 모여든 시위대, 결국 해산).

국민의힘은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가 뭐가 두려워 막대한 경찰버스를 동원해 (도심) 한복판을 요새화하는 식으로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은 못할망정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왜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에) 나와서 국민의 말을 듣고 잘못된 것을 고치려 하지 않고, 경찰을 앞세워 철통같은 산성을 쌓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2011년 헌법재판소의 '차벽 위헌 결정'도 내세우고 있다. 당시 헌재는 경찰이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서울광장 인근을 완전히 막고 출입을 전면 통제한 일이 "전면적이고 광범위하며 극단적인 조치"라고 판단했다. 또 "이러한 조치는 집회의 조건부 허용이나 개별적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다시 등장한 차벽... "민주주의 퇴보" vs. "바이러스 막은 것"


▲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극우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종로1가에서 한 시민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문 대통령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여권은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가 바로 지금이라고 반박한다. 정부는 보수단체가 한글날(9일) 열겠다는 집회도 불허할 방침이다. 서울시와 경찰은 이때에도 광화문 광장에 차벽을 세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건(차벽) 바이러스를 막은 것"이라며 "2차 팬데믹(대유행)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점을 좀 인정해주자. 국민들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수석최고위원도 당 최고위회의에서 "8.15집회로 생업을 놓아버린 자영업자, 등교를 늦추는 학생의 현실이 보이지 않는지 묻고 싶다"며 "이제 겨우 진정세인데, 국민의 생명을 정치적 목적과 바꾸는 일에 동참하지 말 것을 국민의힘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코로나19처럼 법정 감염병의 전파·확산을 막아야 할 때 집회나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연달아 내놓고 있다. 8월 21일 이원욱 의원은 국가 재난 상황이거나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내려진 경우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9월 한병도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만들었다.

헌법학자인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2009년의 차벽과 2020년의 차벽은 다르다고 봤다. 그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당시 경찰은 집회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아 '불법·폭력집회'로 규정해 금지했고, 헌재는 차벽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도 불법·폭력집회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며 "이번은 규제 목적부터 '감염병 확산 방지'로 동일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가까운 과거의 전례(광복절 집회)가 있어서 국민의 불안도 크다"며 "그 불안을 없애주는 것도 공익"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앞에 선 민주주의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1년이고, 2년이고 매번 차벽을 세워 광장을 닫는 방식은 현실성도 떨어진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도 남는다. UN은 이미 지난 4월 클레멍 불레 평화로운 집회 및 결사의 자유에 대한 특별보고관 이름의 긴급성명에서 "코로나19의 위협이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저해해선 안 된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바로가기). 결국 사회가 함께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법원은 일단 '조건부 집회 허용'이라는 절충안을 찾았다. 지난 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개천절에 차량 10대 미만이 참가하는 집회마저 금지한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의 옥외집회 금지 처분을 집행정지해달라는 보수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단 ▲참가자 인적사항 사전신고 ▲차량 내에 1인만 탑승 ▲집회 중 창문 개방과 구호 제창 금지 등 9가지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28일 논평을 통해 "위기 상황이라고 민주주의 기본 원칙의 훼손이 당연시돼선 안된다"면서도 "집회 주최 측도 국민들의 깊은 우려를 직시하고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도 5일 브리핑 때 "서울시가 9일 차벽 설치하겠다는 것이 차선의 선택이었음을 이해하는 바"라면서도 "방역과 집회의 자유 보장이 함께 가기 위한 조건이 어렵게나마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 지금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10월 08일, 목 8:2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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