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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전광훈 사태는 '한국교회 거울'…교회에 뿌리박힌 부조리, 불의, 비합리적 모습 모두가 보게 돼"
개혁연대 긴급 좌담회 "수직적 구조 바꾸고 사유하는 그리스도인 되어 제2의 전광훈 출현 막아야"


▲ 패널 참가자들은 좌담이 시작되자마자 전광훈 사태와 관련해 기독교인으로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하성웅 총무, 오수경 대표, 구권효 편집국장, 남오성 목사, 장동민 교수. 뉴스앤조이 이용필

(서울=뉴스앤조이) 이용필 기자 = "전광훈 사태는 한국교회 거울이다. 평소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 모르다가, 전광훈이라는 거울 통해 한국교회에 뿌리박힌 부조리, 불의, 비합리적 모습을 모두가 보게 됐다." - 오수경 대표(청어람ARMC)

교계와 사회에 각종 물의를 일으킨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한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전 목사는 방역 당국의 요청에도 예배와 집회를 강행해 코로나19를 전국에 확산시켰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과 같은 신성모독 발언으로 논란을 사기도 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교회2.0목회자운동·기독교윤리실천운동·성서한국·청어람ARMC·한국기독청년협의회·<뉴스앤조이>는 '전광훈, 거짓 선동가 하나냐의 맥을 잇다 - 전광훈 사태로 바라본 한국교회의 오늘날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10월 6일 청어람홀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남오성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주날개그늘교회), 오수경 대표(청어람ARMC), 장동민 교수(백석대 역사신학), 하성웅 총무(한국기독청년협의회)가 패널로 나섰고, 구권효 편집국장(<뉴스앤조이>)이 사회를 봤다.

예레미야서 28장에는 예레미야에 맞선 거짓 예언자 하나냐가 나온다. 남유다가 바벨론에 멸망당하기 직전인 상황에서 하나냐는 "2년 안에 바벨론에 포로 된 백성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반면 예레미야는 "유다 백성은 바벨론왕 느부갓네사살을 섬길 수밖에 없다"는 하나님의 음성을 전했고, 결국 하나냐는 저주를 받아 죽는다.

패널들은 좌담 제목처럼, 전광훈 목사를 하나냐의 맥을 잇는 거짓 선동가라고 봤다. 전 목사는 종교와 이념을 앞세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하나님과 직통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고, 이미 일어날 일도 보여 줬다는 식의 예언도 수시로 했다. 예배와 집회가 열릴 때면 수천수만 명이 그를 따랐다.

장동민 교수는 "종교, 이념,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은 성경 역사에서 수없이 등장했다. 전 목사는 오늘날로 따지면 미국에서 반공 선풍을 일으킨 조셉 메카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메카시의 철저한 반공 사상 배후에는 가톨릭 신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복음주의, 극우 정치, 정치권력의 조합은 역사적 과정을 거쳐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 근본주의로 진화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전광훈과 한국교회는 '동료'이자 '공모 관계'"

실제로 전광훈 목사는 당장이라도 적화통일이 될 것처럼 공포심을 조장하며 극우 개신교와 시민단체 등을 결집했다. 지난해 6월부터 반정부 집회를 이끌면서 주사파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고 선동해 왔다. 교계에서는 각종 물의를 일으킨 전 목사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막상 나서는 곳은 없었다. 최근 9월 열린 주요 장로교단 정기총회에서도 전 목사를 이단·사이비로 규정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남오성 목사는 주류 보수 개신교 세력의 정치적 입장이 전광훈 목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총회 총대로 나오는 목사·장로들을 보면, 표현 방식만 다르지 정치색은 같다는 것이다. 전 목사처럼 현 정부의 남북 평화 기조를 반대하고, 소수자를 보호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는 예를 들었다.

남 목사는 "보수 개신교 세력은 과격한 선동가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자신이 나서자니 면이 안 서는데, 용감히 나서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가만히 있는 것 같다. 이번에 교단들이 온라인 총회를 했지만 얼마든지 단죄할 수 있었다. (전광훈 제재 요청에) 부응하지 못한 건 자기들이 전광훈이니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오수경 대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이대위원장 심상효 목사의 '개신교가 전반적으로 보수 성향이다 보니 전 목사에 대한 친근감이 큰 게 사실이다'는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건 자백 아닌가. 전광훈과 한국교회는 정서적·신앙적으로 많은 걸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역사적으로 외부에 적을 형성해 왔다. 북한과 이슬람을 혐오했고, 최근에는 동성애 혐오로 똘똘 뭉쳐 있다. (전광훈과 보수 교계는) 동료이면서 한편으로 공모 관계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전 목사에게 '아웃소싱'한다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토양이 기본적으로 보수적이고, 주요 사안을 60대가 결정하는 등 구조적 문제가 있다 보니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하성웅 총무는 "총회 전 전광훈 사태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바꿔야 한다는 소리도 나왔지만, 이걸 바꿀 시스템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지난번 기독교대한감리회 입법총회 총대 평균 연령이 65세였다. 젊은 층이나 개혁적 목소리가 나오기가 불가능하다. 교회가 경직된 구조다 보니 전광훈에 대한 우호적 입장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장동민 교수는 한국교회의 역사적 맥락을 짚으면서 전광훈 사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해방 이후 한국교회는 반공주의와 산업화를 수행해 왔고, 군목 제도 도입과 성탄절 휴무 등 정부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 시절을 '유사 크리스텐덤'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개신교는 하락하기 시작했고, △민주화 △환경 △동북아 평화 △여성 △양극화 해소 등 사회 어젠다에서 멀어졌다고 했다.

장 교수는 "사회적 영향력을 급속히 잃어버린 상황에서 과거의 영광, 즉 유사 크리스텐덤을 기억하면서 현재 사회를 평가하다 보니 뒤처지는 것이다. 과거 이념에 사로잡혀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지금 한국 보수 교단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는 각종 물의를 일으켰지만 교계는 이렇다 할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개혁연대는 전광훈 사태와 한국교회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회에 난무한 혐오 언어,'막장 언어'에 열광 말고 분별력 키워야

전광훈 목사 추종자들이 몰려와 비난성 댓글을 달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번 긴급 좌담회는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전광훈 목사 추종자들이 몰려와 2시간 내내 비난성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너희들은 전광훈 목사님이 나라를 위해 감옥까지 갈 때 뭘 했나", "하나님 앞에 회개하라", "기가 막힌다", "두드려 패고 발가벗기고 문 정권이 강도 아닌가", "저것들이 목사?", "전광훈 목사님은 진정한 이 나라의 귀한 선지자다" 등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구권효 편집국장은 "전 목사 설교를 들으면 이 사람은 선을 많이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는 선지자라서 성경을 다 외운다고 하는데, 이런 건 금세 들통날 거짓말 아닌가. 이런 저급하고 원색적이고 기만이 가득한 설교를 하는데도 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남오성 목사는 '종교 중독'이라고 말했다. 대중이 경악할 만한 발언이나, 목회자의 품위가 떨어지는 발언을 듣고도 '아멘 아멘'하는 사람은 술·담배·쇼핑 중독자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남 목사는 "만일 담임목사가 전광훈 목사와 비슷한 설교를 하고 있다면 '떠나라', '탈출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교회에 다니면 안 된다. 불온한 선동을 하는 교회가 아니라, 예수님이 전한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건전하게 선포하고 실천하는 공동체가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가 쓰는 저급하고 혐오적인 언어는 이미 기존 한국교회 안에도 팽배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수경 대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성·소수자 등을 혐오하는 언어가 교회에 난무하다며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타인의 불행이나 국가적 재난과 관련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함부로 운운하지 않아야 한다. 여성 혐오, 소수자 혐오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신앙적'이라고 한 말이 타인에게 어떻게 가닿을지 생각하고 말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동민 교수는 교인들이 '분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일단 성경을 많이 보고 이해해야 한다. 역사와 시대를 보는 안목도 길러야 한다. 지금 이런 (긴급 좌담회) 모임도 좋다고 본다. 유튜브와 카카오톡만 보면 치우친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자기를 돌아보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나님만이 심판자임을 믿으면서, 과도한 확신 가운데 있는 자신을 반성하고 돌아보는 분별하는 능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하성웅 총무는 전광훈 목사 같은 유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교회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하 총무는 "기독교는 목사를 믿는 종교가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 종교다. 교회는 목회자 한 명이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수평적 상황에서 성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교회 안에 여러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훈 하나 도려내는 것으론 안 돼... 분단 이데올로기 지속되는 한 전광훈 같은 선동가 계속 나올 것"

한국교회 풍토가 이대로 지속되는 한, 전광훈 목사와 같은 선동가는 앞으로도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좌담회 참가자들은 제2의 전광훈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한국교회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남오성 목사는 "보수 주류 교회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또 이런 선동가가 나타나도 건강하게 대처하지 못할 것 같다. 개신교의 부정적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새로운 구조와 신앙의 문화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기존처럼 예배당에 모이고 헌금을 내게 하는 등 종속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교인이 주체적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일상의 삶에서 어떻게 행복을 누릴 수 있을지 판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오수경 대표는 한국교회가 전광훈 목사 한 명만 도려내는 것으로 만족해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전광훈 사태를 넘어서 한국교회가 실패의 길을 가게 된 요인이나 방식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예로 특정 계층의 기득권을 들었다.

오 대표는 "지금 여기(패널 중)서도 여성은 나 혼자다. 반성하는 언어나 위기의식마저도 남성·목회자 그룹에 갇혀 있다. 다음 세대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청년과 여성은 주체적 존재로 서지 못하고 있다. 가부장적 체계가 한국교회 안에 지속되는 한 사람들은 교회를 전광훈이냐 아니냐로 구분해 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상상하는 것보다 더욱 가차 없이 판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세대가 출현할 수 있다. 기성세대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라는 걸 인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성웅 총무는 "한국교회는 제2의 전광훈이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이라고 생각한다. 분단 이데올로기가 지속하는 한 전광훈 같은 선동가가 계속 양산될 것이다. 이슈만 다를 뿐 차별금지법이나 이슬람과 관련한 전광훈 같은 스피커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그들도 주목받으며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예방하려면 교인들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 총무는 "성도들은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 맹목적이고 반지성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카리스마적 목회자에게 의지하면 안 된다.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구조 안에서 다양한 담론의 장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장동민 교수는 다시 한번 '분별'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정치적으로 보수인 신앙을 가진 성도들이 분별할 능력을 키웠으면 한다. 중독된 사람처럼 마냥 끌려다니지 말고 거리를 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긴급 좌담은 예정된 2시간을 꽉 채운 채 마무리했다. 실시간 영상에는 여전히 비난성 댓글이 계속해서 달렸다. 하성웅 총무는 "확실히 유튜브가 (보수 교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대부분 선동하는 게 많다. 'NCCK는 적그리스도 프리메이슨'이라는 내용도 있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면 세뇌될 수밖에 없다. 성도들이 선동되지 않도록 이럴 때 목회자들이 권위를 이용해 분명히 이야기해야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남오성 목사는 자신을 비롯한 목회자들에게 하는 말이라며, 제발 목사들이 예수를 믿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수자를 혐오하고 약자를 배제하는 삯꾼 목사는 아닌지, 직업 종교인은 아닌지 스스로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목사들이 부디 예수 믿고 구원받았으면 한다. 원수를 사랑하고, 이방인과 약자를 포용하고, 십자가 지고 희생했으면 한다. 목사가 죽어야 한국교회가 산다"고 말했다.

오수경 대표는 "교회가 개혁될 것 같지는 않다. 망할 교회는 망하는 게 하나님의 순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교회 바깥에서 신앙의 외연을 넓히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오 대표는 "교회 안의 혐오 언어나 경직된 구조 때문에 힘들어하는 청년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교회를 나와도 너는 그리스도인이다. 하나님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교회를 나와야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와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 반면, 교회 안에서 분투하는 분도 많다. 거기서 싸우며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10월 18일, 일 4:2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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