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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모두가 차별금지법 반대? 과대 대표된 한국교회 목소리
한국 개신교인 인식 조사 통해 드러난 편견과 진실

(서울=뉴스앤조이) 이상철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한신대 겸임교수)

들어가며: 나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개신교 내 논란이 거세다. 논란의 핵심은 '동성애'다. 이는 단순히 동성애 찬반을 넘어 '성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해석학 문제, '신의 의지와 창조 세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하는 오랜 신학적 논쟁과 겹쳐 있는 문제이기에 간단히 정리할 사안은 아니다.

이 글의 목적은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를 법리적·신학적으로 논하는 게 아니다. 대신 나는 현상학적 방법을 도입하려고 한다. '현상'現像이란 말 그대로 '어떤 상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어떠한 편견·억견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이 현상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현상학에서 요구하는 방법론이 '판단중지'다. 판단중지는 철학적으로는 진리에 대한 '객관화', 문학적으로는 대상에 대한 '거리 두기'와 같은 말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 글에서 최근 시행한 개신교인 인식 조사를 면밀히 검토해, 차별금지법을 향한 한국 개신교인의 시선을 종교사회학적으로 현상할 것이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과대 대표된 차별금지법 반대 목소리를 거리 두고 바라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먼저 한국 개신교인 정체성을 분석하고, 차별금지법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전반부는 시대 변화에 따라 한국 개신교인 신앙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는 차별금지법 정국에서 개신교인의 의식 흐름을 가늠할 실마리다. 후반부는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관련 여론조사 추이를 따라가면서 민심 변화 양상을 추적한다. 아울러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발표한 차별금지법 여론조사를 비평한다.




너희가 한국 개신교인을 아느냐: 배타주의를 넘어선 포괄주의 탄생

차별금지법에 대한 한국 개신교인의 생각을 본격적으로 논하기 전에, 한국 개신교인이 지닌 신앙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2019년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 조사' 중 '교회 밖 구원', '타종교의 진리관', '성서무오설', '내세관'에 대한 응답 결과를 토대로 한국 개신교인 신앙관 일반을 다룬다.

1) ‘교회 밖 구원’과 '타종교의 진리관'

2019년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타종교의 진리관에 대한 의견과 '교회 밖 구원'을 물었을 때, '기독교 외 다른 종교나 가르침에도 진리가 있다'에 '그렇다'(58.7%)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독교 외 다른 종교나 가르침에도 구원이 있다'에는 '그렇지 않다'(48.9%)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기독교 외 다른 종교나 가르침은 악하다'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58.4%였다.

많은 개신교인이 다른 종교나 가르침에도 진리가 있음을 인정했다. '교회 밖 구원'에는 응답자 48.9%가 부정적으로 대답했으나, 33.1%는 교회 밖 구원의 가능성에도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이와 비슷한 질문을 1982년도에도 물은 바 있다. 조사 결과는 '모든 종교는 기독교와 같은 진리다'(8.8%), '기독교가 가장 우월하다'(25%), '기독교만이 참 진리다'(62. 6%)로 나타났다.

37년 전 배타주의적이던 한국 개신교가, 2019년에는 타종교와, '교회 밖 구원'에 대해 다원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포괄주의적 입장으로 넘어왔다고 볼 수 있다. 극우주의는 일사불란한 신정 체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한국 개신교 내 극우주의가 이전처럼 작동할 여지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드러낸 유의미한 결과다.

2) '성서 무오설'에 대한 견해

1982년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성서 무오설'을 물었을 때, 무려 92.3%가 지지 입장을 나타냈고, '천국과 지옥을 중심으로 한 내세관'에도 91.5%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37년이 지난 2019년 '성서는 무오하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59.8%, '나는 성서를 기록된 문자대로 믿는다'에 긍정한 비율은 55.0%였다. '구원이란 개인이 죽은 후에 천국에 가는 것'이라는 생각에도 58.7%가 긍정했다. 82년도에 비해 '성서 무오설'에 지지 입장은 32.5%가 줄었고, 구원와 내세를 연결하는 질문에 대한 긍정도 32.8%가 감소했다. 극우주의는 대개 권위 있는 경전으로부터 자기 논리·행위의 정당성을 가져오지만, 현대 개신교인은 이전 시대 개신교인에 비해 극우적이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3) 근본주의 척도: 진화론, 공산주의, 동성애, 이슬람

개신교 근본주의 척도로 볼 수 있는 진화론·공산주의·동성애·이슬람 관련 사항은 나와 다른 타자에 대한 인식·대응 문제다. 조사 결과, 개신교인·비개신교인 간 견해 차이가 극명했다.

'나는 진화론을 반대한다'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개신교인 43.5%, 비개신교인 12.5%였고, '나는 공산주의를 배격한다'에 '그렇다'는 개신교인 71.2%, 비개신교인 58.2%였다. '나는 동성애를 반대한다'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개신교인 62.3%, 비개신교인 36.6%였고, '나는 이슬람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한다'에는 개신교인 68.4%, 비개신교인 51.2%가 '그렇다'고 답했다.

폴 슈메이커는 극우주의 사회 특징을 논하면서, 극우주의 사회에는 공동체에 침입하는 이질적 존재를 향한 반감이 뚜렷하다고 평했다. 한국 개신교인이 지니는 반공·반동성애· 반이슬람 정서가 이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닐까. 한국 개신교인의 타자 인식과 환대는 아직까지 많은 연습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진화론 반대' 견해는 '그렇다' 43.5%로, 다른 근본주의 항목에 비해 동의 정도가 많이 떨어졌다. 이는 전통적 신앙관의 균열 조짐이자, 일반 상식·교양이 기존 기독교 진리 패러다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개신교인 진리관이 일반 상식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여지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인이 과거에 비해 '기독교만 진리'라는 배타주의적 신앙에서 탈피해, 합리적이고 열린 종교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모든 종교는 결국 비슷한 진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다원주의'와는 확연한 거리가 있다. 한국 개신교의 이런 변화가 차별금지법 인식 조사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자.


▲한국 개신교인의 신앙관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인식에도 반영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차별금지법 정국의 한국 개신교 현상:'과잉'과 '몰이해' 사이

지난 6월 23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공개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88.5%가 '한국 사회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 금지를 법률로 제정하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3월 인권위가 실시한 '혐오 차별 국민 인식 조사'에서 같은 질문에 응답자 72.9%가 찬성했던 것에 비해, 1년 사이 찬성 비율이 15.6%나 높아졌다. 극우 기독교의 태극기 집회, 4.15 총선, 코로나19 등 사회 변화를 거치며 혐오와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반영한다. 한국 개신교인 인식에도 변화가 있었을까.

1) 차별금지법이 통과하면 동성애자가 많아진다?

'차별금지법이 통과하면 동성애자가 많아진다'는 주장에 개신교인 39%가 '동의', 37.1%가 '비동의'해, 동의 비율이 약간 더 높았다. 비개신교인의 경우 '동의' 22.3%, '비동의' 46.8%로 비동의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2) 동성애는 죄인가?

'동성애는 죄'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개신교인은 58.4%로 비개신교인(25%)보다 두 배 이상 많아, 두 집단 사이 분명한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그러나 개신교인 중에서도 23%가 '동의하지 않는다', 18.7%가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것을 보면, 개신교인 10명 중 4명은 '동성애가 죄'라는 주장에 '부정 내지 의문'을 지니고 있다. 이런 경향은 이전 통계 추이를 비교할 때 점점 가속되고 있다.

3) 동성애자를 향한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

내가 유의미하게 보았던 질문은 '동성애자를 향한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이 무엇인가'였다. 개신교인(59.7%)과 비개신교인(70%) 모두 '사회 보편의 인식'을 1순위로 꼽았다. 개신교인은 다음 요인으로 '종교의 경전과 가르침'(43.2%)을, 비개신교인은 '개인적 학습 및 탐구'(35.1%)를 택했다.

개신교인이 사회에 일고 있는 성소수자를 향한 개방된 인식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성서에 기록된 동성애 관련 내용보다 인권·평등 등 사회적 합의와 상식이 개신교인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러한 통계가 극우 개신교인·목사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로 작용하는 것 같다.

4) 지인이 동성애자라고 고백한다면?

지인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했을 때 관계 변화 여부를 물은 항목도 있었다. 개신교인 47.4%가 '관계가 변할 것이다'고 대답했고, '변화 없을 것이다'고 응답한 비율은 38.0%였다. 비개신교인은 '관계가 변할 것이다' 37.9%, '변화 없을 것이다' 46.3%로 나타났다. 개신교인 중 '관계가 변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연령과 교회 내 직분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5) 예수님이라면 동성애자를 어떻게 대하셨을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조사 결과는 '예수님라면 동성애자를 어떻게 대하실지'에 대한 반응이었다. 개신교인 응답자는 '그의 동성애를 받아들이고 하느님 자녀로 인정한다'(38.4%)가 가장 높았고, '그를 이성애자로 변화시키고 하느님 자녀로 인정한다'(27.0%)와 '그에게 죄에 대한 회개를 요구한다'(26.2%)가 뒤를 이었다.

반면, 비개신교인은 '그의 동성애를 받아들이고 하느님 자녀로 인정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3.7%로 압도적이었다. 나는 이 결과를 통해 오히려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비개신교인이 생각하는 예수 이미지, 더 나아가 기독교 이미지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비록 현실 기독교는 그렇지 않더라도 비개신교인 마음속 기독교는, 혐오·배척·폭력보다는 환대·용서·사랑의 종교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신교인은 '예수를 믿는다'고 말하면서 실상 믿지 않고, 비개신교인은 '예수를 모른다'고 하지만 사실 예수를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런 현상이 부메랑이 돼 현실 개신교에게 돌아와 '제2의 종교개혁'을 촉구하고 가능케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6) 차별금지법 인식 조사

(1)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개신교인 대상 인식 조사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이 2020년 7월 21일 ~ 29일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개신교인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그중 차별금지법 관련 응답은 다음과 같다.

응답자 42.1%가 '차별금지법 찬성', 38.2%가 '차별금지법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비율은 교회 출석 빈도가 높고, 중직자일수록 높았다. 연령별 분석을 살펴보면 20대('찬성' 39.9%, '반대' 37.8%)와 30대('찬성' 43.9% '반대' 42.5%)에서는 찬성 비율이 높았고, 40대와 50대는 찬반이 비등했다. 60대 이상에서는 '반대'(51.9%)가 '찬성'(38.4%)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국교회의 주류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차별금지법에 단호한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고 있다. 이 세 교단을 합치면 한국개신교의 2/3이고, 여기에 순복음·성결·침례 교단까지 더하면, 수치상 거의 모든 개신교 교단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개신교인 인식 조사에서 나온 결과는, 교단과 대형 교회 목사들의 반대 목소리가 심각하게 과대 대표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 준다.



(2) 한교총 차별금지법 국민 여론조사

지난 9월2일 한교총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별금지법 찬성 40%, 반대 48%, 무응답 12%로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한교총 발표는 지난 6월 인권위 발표(차별금지법 찬성 88.5%)와 상당한 간극이 있고, 이번 기사연 발표(찬성 42%, 반대38%)와도 차이가 크다. 이런 상이한 결과를 놓고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한교총은 보도 자료를 통해 여론조사 이유와 목적을 밝혔다. 한교총은 인권위 발표가 국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 '진정 국민 절대다수가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지', '법안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인권위 방식보다 더 신뢰도 높은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어떤 근거로 이런 주장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보도 자료에 나타난 한교총의 국민 일반을 바라보는 인식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국민을 여론에 휩쓸리는 존재로 인식하고, 국민이 법안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 의심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교화·훈육 대상으로 여기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이런 보도 자료를 한 치 망설임 없이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한교총의 태도가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심각하다. 이는 시대와 호흡하지 못하는 한교총의 민낯을 스스로 들추는 일이다. '무엇이', '왜', '어떻게' 문제인지도 모르는, 뒤떨어진 시대감각을 보여 준 사건이다.

한교총은 인권위가 차별금지법 세부 사항에 대한 정보 제공 없이 '차별 금지'라는 보편적 정서를 부각해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들은 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모두 제시하고, 응답자가 내용을 충분히 인지한 후 응답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한교총 말대로, 무릇 여론조사는 찬반양론을 균형 있게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한교총 조사가 과연 찬반을 공정하게 서술했는지는 매우 부정적이다. 한교총 설문지에 제시된 차별금지법 찬성 입장의 지문은 짧고(168자) 건조하게 기술된 반면, 반대 입장은 설득력을 부여하려는 듯 길게(292자) 제시돼 있었다.

또한 차별금지법 제정의 악영향을 서술하는 질문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설문 상당 부분이 법안에 대한 무지와 가짜 뉴스를 기반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응답자로 하여금 차별금지법이 표현의자유·종교의자유를 침해하는 법인 것처럼 느끼게 하고, 나라가 금방이라도 '동성애 독재'로 치닫게 될 것처럼 불안감을 줬다. 이는 분명 설문 작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동했을 것이다.

한교총 설문지에는 동성애 혐오·무지가 깔려 있다. 이런 질문을 요즘 젊은 세대에게 던지면 어떤 평가와 답변이 돌아오는지, 이런 질문으로 세계시민과 한 번이라도 대화해 봤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최소한의 교양·상식·예의도 갖추고 있지 않은, 그야말로 '수준 이하 질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교총 여론조사 문항이 갖는 근원적 문제는, 성서 규율에 대한 문자적 이해를 바탕으로 차별금지법을 재단하려는 무리수에 있다. 정치·종교가 분리된 근대 이래로 종교 교리·문구는 사회 보편 상식·규범이 될 수 없었다. 한교총이 반대하는 동성애·동성혼에 설령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종교적 신념·신앙고백 문제가 아니라 법리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탈종교적 문제다. 이를 망각한 채 종교적 시각으로 세속 사회 법안을 규제하려 한다면, 이는 한교총이 여전히 고대·중세 신율적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집단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3) 차별금지법 인식 조사 후기

차별금지법 정국에서 보이는 한국 개신교 현상은 '과잉'과 '몰이해' 사이 어느 지점에 위치한다. 한국 개신교인 전체를 동성애 혐오자로 몰아가는 여론은 분명 '과잉'이고, 개신교 내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도 이를 모르는 것은 '몰이해'다.

몇몇 조사 결과에서 개신교인의 긍정적인 변화 조짐을 감지할 수 있다. 문제는 각 교단 지도자들 입장이 일반 신자들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한국 개신교단 총회들이 성소수자 문제에서 보이는 폭력성, 차별금지법 반대 과정에서 나온 획일적·몰상식적 태도는, 한국 개신교 스스로를 섬처럼 고립된 상황으로 치닫게 할 것이다.

나가며:혐오를 금하고, 차별금지법을 허하라!


▲ 한국 개신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사회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종교사회학적으로 고찰할 때, 동성애 혐오는 크게 2가지 이유로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정당화돼 왔다. 첫째, 동성애자는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비정상적'인 존재라는 이유다. 그러나 '정상·비정상'은 고정불변하지 않고 시대·문화에 따라 변한다. 정상·비정상 범주는 많은 경우 한 사회에서 '권력'을 지닌 주류 집단이 결정한다. 만약 고정불변의 '정상·비정상'이 있다면, '타자에 대한 관심·배려·존중'이이야말로 '절대적 정상'이며, '혐오·차별'이야말로 '절대적 비정상'이 아닐까. 성서는 바로 이 진리를 강변한다.

둘째, 동성애 혐오는 각종 순결 이데올로기 유지·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소환돼 왔다. '순결주의' 논리는 역사상 대학살 도구로 심심치 않게 사용됐다. 나치가 동성애자 말살 정책을 펼 때 내세운 것은 '도덕적 순결성'과 '기독교 정신'이었다. 그 구호 아래 동성애자로 의심되는 수많은 독일 남성이 사살당하거나 가스실에서 죽었다. 표면적으로는 '도덕적 순결성' 강화가 동성애 혐오의 근거였으나, 독일인 게이는 '출산 잠재성'을 줄이는 '인종적 위험'으로 간주한 반면, 레즈비언과 비독일인 게이는 박해받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 '인종적 번식' 측면에서 다루어진 측면이 강하다.

기독교 전통에 작동하는 '창조질서'와 '순결주의'는 생태 감수성을 유지하고 무분별한 욕망을 제어하는 데 긍정적 요소로 작동하기도 하지만, 종종 강자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됐다. '원본·원형이 있으며, 이를 훼손하지 않고 잘 보존해야 한다'는 논리가 순결주의 요체인데, 이는 성서 메시지를 왜곡하는 일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흙으로 만들고, 직접 인간 모습으로 성육신했다는 것 자체가 순수하고 완전한 신의 원형에 대한 재해석이자 해체다. 이것이 말씀이 육신이 됐다는 성육신신학의 진면목이다.

신은 오히려 자기 완전성·순수성·순결성을 세상에 내주고 훼손함으로써 그 신성을 최종적으로 완성했다. 이런 이유로 본회퍼는 타자를 향해 자신을 내준 예수처럼 현실 교회와 신앙인도 '타자를 위한 존재'이어야 한다고 말했고, 레비나스는 우리는 '타자의 얼굴'을 통해 신을 만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이 세상을 홍수로 쓸어버리기 위해 노아의방주에 들어갈 멤버를 선정할 때, 정결한 짐승뿐 아니라 부정한 짐승도 포함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성서는 하느님이 새로운 창조 역사를 여실 때, 기존 질서가 부여한 '비정상적'이고 '부정'한 존재도 그 대열에 포함했다고 증언한다.

오늘날 교회는 타자에 대한 환대·배려라는 근본정신을 잃고 차별·혐오의 상징이 되어 조롱과 비판을 받고 있다.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서글픈 현실이다. 혐오를 퍼부었던 한국교회가 도리어 혐오 대상이 된 것이다. 이는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대가다. 우리는 철저히 반성하고 회개를 해야 한다. 혐오와 차별을 사랑으로 극복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올려야 한다.

교회는 타고난 모든 개별 가치가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곳이어야 한다. 이 세상에서 '차이'와 '다름'이 존중받는 마지막 장소가 있다면 그곳은 교회여야 한다. 성서는 다양한 소수자의 인권과 평등이 존중되는 사회를 꿈꾼다. 관습과 전통, 종교적 권위와 패권 의식에 젖어 차별과 폭력을 자행하는 일은 성서적으로 가장 큰 죄악이다.

기독교의 '해방 전통'은 차이가 차별이 되는 곳, 폭력과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곳에서 작동해야 한다. 동성애 혐오에 대한 저항은 한국 사회에서 성서가 지닌 해방 전통의 맨 끝, 화살촉과 같은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그것을 둘러싼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그 싸움의 연속선상에 있다.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10월 23일, 금 4:1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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