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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기고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있다" 생명공동체 강조한 장일순
[무위당 장일순평전 61회] 장일순의 강연은 솔직하고 구김이 없는 대화체였다

(서울=오마이뉴스) 김삼웅 기자 = 노태우 정권 초기는 전두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비록 두 김씨의 양보 없는 출마로 노태우가 어부지리를 얻었으나 6월항쟁을 일군 민중의 역량은 만만치 않았다. 유신과 5공시대의 시민이 아니었다.

노태우는 1988년 4월에 실시한 제13대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1990년 1월 김영삼과 김종필을 끌어들여 3당통합(야합)으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게 되었다.

거대 여당을 만든 노태우는 다시 폭압정치로 회귀하고, 이에 맞서 학생ㆍ노동자와 김대중이 이끄는 평화민주당의 저항이 거세게 작동하였다. 1988년 5월에는 국민주 모금으로 『한겨레 신문』이 창간되어 민족민주민중의 뜻을 대변했다.

노태우는 본질인 쿠데타 출신이라는 DNA를 숨길 수 없었던지, 5공청산을 거부하고 국군조직법ㆍ방송관계법 등을 날치기로 처리하고, 정보기관을 통해 민간인 사찰을 일삼았다.

1991년 4월 26일 명지대생 강경대 군이 시위도중 경찰에 맞아 사망하고, 이에 저항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대학생들의 분신ㆍ투신이 이어지고 정부의 강경조치로 정국은 다시 5공으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원주 봉산동 캠프의 일원이라 할 김지하 시인이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집어치우라」는 칼럼을 써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청년ㆍ학생들이 생명을 던져 독재와 싸우는 것을, 왕년의 저항작가라는 사람이, 그것도 『조선일보』에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김씨를 제명하고 장일순 주변에서는 그의 돌출적인 행동에 말문이 막혔다.


▲ 무위당 장일순 선생 기념관에서 ⓒ 김수종

이즈음 장일순은 서울의 대학가를 비롯하여 여기저기 초청에 따라 강연을 하였다. 1991년 2월에는 가톨릭농민회 제21차 대의원총회에서 기념 강연을 초청받고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있다」는 연제로 강연을 했다. 나중에 녹색평론사가 장일순의 책을 낼 때 표제로 쓴 제목의 강연이다.

저는 사실 60년대 중반 가농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서울 명동회관에 있던 가농에 가본 기억밖에 없어요. 무서워서 못 가봤습니다. 가농에 가면 붙잡혀갈 것 같아서 겁이 나서. (웃음) 주변에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오시지는 말고 일러만 주십시오." 자꾸 그러고 가농이 빨갱이라 가까이 하지 말라니, 가까이 하지도 못하고 멀리 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일생을 보냈어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가농 본당에 와보니까 감동이 아주 참 깊습니다. (주석 1)

장일순의 강연은 솔직하고 구김이 없는 대화체이다. 해서 듣는 사람들이 편하고 쉽게 공감을 일으켰다. 어려운 고전도 그의 입을 통하면 쉽게 풀렸다.

노자에 그런 말이 있어요.
'생이불유요 장이부재라(生而不有 長而不宰)'.

이것은 자연하고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귀중한 제목입니다. 자식은 자기가 낳지마는 그 자식은 자기 것이 아니란 말이에요.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고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고 그랬어도 그 사람들을 야, 자 하고 부리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그 말이에요.

야, 자 하고 마구 부리는 그런 태도는 다시 얘기해서 독재의 태도요 내 맘대로 하려는 태도요 소유하려는 그런 태도란 말이에요. 그건 자연스런 태도가 아녜요. 자연은 소유하려는 게 없어요.
(주석 2)


▲ 1992년 원주 한살림 조합원 총회에서 강연하는 장일순 선생 ⓒ 무위당 사람들 제공

당시 가톨릭농민회는 군사정권의 갖은 탄압을 받으면서 민주화운동과 장일순이 제창한 생명공동체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여러분들의 생명공동체운동을 하신다는데 그 생명공동체는 눈에 보이는 우리끼리만의 생명공동체가 아니라 전체를 포용하는 생명공동체예요. 다시 말해서 공과 색은, 즉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진실의 양면인 거예요. 눈이 양쪽에 있는 거와 마찬가지로, 앞뒤가 있는 거와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그것을 보지 못하고 가게 되면은 농사를 지어도 헛농사를 짓게 되는 거와 마찬가지예요. (주석 3)

강연장을 가득 메운 수백 명의 농민전사들에게 장일순은 거듭 '생명공동체'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생명과 공동체라는 말은 그게 아니다 이 말이야. 삶, 움직이는 삶, 죽지 않는 삶, 죽어서도 살아있는 삶, 영원히 불멸하는 삶, 그걸 어떻게 연구하느냐 이거예요. 사물의 이치와 우주의 원리가 뭐다 하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의 신앙도 깊어지는 거고,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려던 간절한 심정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지금 우리가 얘기하고자 하는 생명의 실체가 어떤 것이냐. 귀한 것도 천한 것도 아녜요. 높으냐 낮으냐 하는 것도 아녜요. 김지하가 고백운동을 전개하자고 하고 나왔는데 생명공동체 속에서는 그게 드러나야 해요. 그게 관건이지. (주석 4)

투병중에도 대학에서 특강한 장일순 강연에 열띤 반응

연세대학 원주캠퍼스는 여러 차례 장일순을 초청하여 강연회를 열었다.

1992년 5월 신학기에는 학장이 부탁하고 학생대표들이 찾아와 요청하였다. 그는 1991년 6월 14일 병마를 얻어 원주기독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투병중이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강연에 나섰다. 연제는 「내 안에 아버지 계시고」였다. 그는 투병 사실을 숨기지 않고 서두에 털어 놓았다.

오늘 이 귀한 자리에 나와서 여러분들에게 말씀을 드리는 것을 굉장히 주저했습니다. 사실은 제가 근자에 앓고 있습니다. 내가 앓고 있는 뿌리를 찾아보니까 그동안 철없이 살아서 병이 났구나 하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철없는 이 사람이 열심히 착하게 공부하고 있는 여러분 앞에 나와서 말씀을 드린다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쑥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주석 1)

장일순은 청중이 학생들일 때에는 과학적인 논증의 내용을 담으면서도 경쟁보다는 협력, 상생의 원리를 역설하였다. 20세기 세계질서가 과도하게 넘친 경쟁으로 두 차례 세계대전과 이에 맞먹는 수준의 내전 즉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스페인내전이 일어나게 된 것을 뼈저리게 인식해온 그로서는 국내적으로나 국제간에 지나친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었다.

오늘 날까지의 경쟁문명은 서로가 어떻게 이용하느냐, 어디에 이용하느냐, 어디에 이익이 있느냐 하는 것으로 시작과 끝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며칠 전 신문에 지구의 온난 효과 때문에 바닷물이 상승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이며 산업문명이 만들어 낸 우주질서의 파괴를 실증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인간끼리만의 공생이 아니라 자연과도 공생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될 시점입니다. 그런데 오늘 찬송가 속에서도 말씀했지만 "모든 만물이 하느님 아버지의 나타나심이며, 생명의 나타나심이라." 이런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아버지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아버지가 있다"고 하는 등식(等式), 이것을 잘 이해해야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경쟁문화, 경쟁문명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언제나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주석 2)

장일순은 이날 노자의 '아유삼보(我有三寶)', 나에게 보물이 세 가지가 있다는 것, 즉 자비ㆍ검약ㆍ겸손을 들어 설명하였다.

특히 겸손과 관련, 남을 도와서 남이 앞에 서게 하라, 이웃에 잘되게 하라, 꽃 하나 벌레 하나 풀 하나를 보더라도 다 하심(下心)으로서 겸손한 마음으로 섬기라고 역설하였다. 노자가 한 말이기도 하지만 예수님이 다 말씀하신 것이라고 덧붙여 학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다음은 강연 도중에 '여담'으로 한 말이다.

내가 여담을 한마디 하지요. 일본에서 조그마한 공장을 하는 실업가인데 그 사람이 한국에 가끔 오면 어쩌다 날 만나요. 날보고 얘기가 한국사람들 참 이거 큰일났다 이거야. 그래 무슨 얘기냐 했더니 음식점에 가보면 물건을 낭비하는 게 깍두기고, 김치고 먹는 음식이 그냥 남아서 나가니 이거 다 버릴 게 아니냐 이 말이야.

그럼 그 무나 배추나 쌈이나 그게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냐 이 말이야. 이건 엄청난 낭비다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

그래서 저는 "자네 말이 옳네, 그것도 아주 큰 문제지. 그런데 너희 나라도 큰 문제더구만" 했지. "너희들은 전 세계에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들을, 상품을 석달에 한 번씩 유행을 바꾸더구만. 그러니까 그 물건 가지고는 10년 써도 괜찮을 물건을 석달마다 바꿔서 모양도 바꿔놓고 뭐 편리하다는 이름으로 자꾸 바꿔놓으니까 십년 이상 이십년 쓸 것을 갖다가 그냥 막 버린다더구만." 그럼 그거하고 깍두기 김치 버리는 거하고 어떤게 더 대단하냐 이거야.
(주석 3)

주석
1>『녹두 한 알 속에 우주가 있다』, 64쪽.
2> 앞의 책, 65쪽.
3> 앞과 같음.
4> 앞의 책, 65쪽.
5> 앞의 책, 84쪽.
6> 앞의 책, 85쪽.
7> 앞의 책, 95쪽.
 
 

올려짐: 2020년 10월 23일, 금 4:2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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