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돈과 하나님의 정의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저는 어제 잘 나가고 있는 한 교회와 목사님의 딴죽을 걸었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시선으로 그분은 정말 목회를 잘 하고 있고 은혜의 시간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그분의 그런 행보에 딴죽을 걸었을까요. 제가 그분을 시기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오래도록 힘들게 사신 그분과 그분의 가족이 이제 좀 편안하게 잘 살기를 바랍니다.

제가 어제의(딴죽을 거는) 글을 쓴 것은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신앙의 목표가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분도 그것을 아신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분의 행보를 보면 기존의 교회의 모습을 리모델링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리모델링으로는 결코 제 모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교회들과 비교하여 더 나은 것은 결국 신앙이 상식의 수준에 머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리 잘 해도 하나님의 뜻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구원이 목표인 교회(그리스도교)와 하나님 나라가 목표인 교회에 대한 오늘 글을 다시 한 번 더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구원이 목표가 되면 하나님 나라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집니다. 사실 그래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하나님 나라 이해가 죽은 후에 가는 곳이 된 것입니다. 물론 오늘날 하나님 나라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는 가르침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에 관한 책들도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나라는 여전히 그리스도교 안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지난 2천 년 간의 복음 이해에서 구원이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하나님 나라에 대해 듣고 배워도 그리스도인들의 구원 이해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인의 구원 이해가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 복음의 목표가 구원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는데 사실 그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나라가 예수 복음의 목표라는 사실을 이해하거나 받아들기 어려운 이유는 사실 돈 때문입니다.

우선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의 통치강령인 산상수훈의 첫 번째 선포가 무엇입니까.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입니다. 가난한 것도 아니고 마음이 가난해야 합니다. 오늘날 경제가 모든 것인 세상에서 그냥 가난도 아닌 마음까지 가난해야 한다는 하나님 나라의 요구를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가 자신들의 것이 된다는 진짜 구원의 의미까지도 듣지 않고 무시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구원이 목표가 되면 돈과 관계없는 복음이 됩니다. 특히 구원의 교리 자체가 인간 측에서 할 수 있는, 혹은 해야 하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어떤 인간의 일도 구원에 일조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구원이 복음의 목표가 되면 돈은 신앙과 거의 관련이 없어집니다. 오히려 돈을 많이 벌어 헌금을 많이 하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러워지기까지 합니다. 여기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이 바로 돈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과 돈 사이에서 돈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하나님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복음의 목표가 하나님 나라가 되면 그 가장 선두에 돈이 등장하고 돈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가장 먼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가난해져야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부자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이 무작정 가난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하나님의 샬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여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정의를 구하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 가난이라는 결핍 속에서 인생을 비참하게 살아가게 하지 않으십니다. "이 모든 것", 다시 말해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정의를 먼저 구하는 사람에게 인생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해주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허영과 사치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샬롬은 허접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차별로 삶의 즐거움을 느끼려는 사람들에게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임하는 '만나'와 같은 것은 너무도 초라해 보입니다.

하나님의 샬롬에 담긴 아름다움과 완벽함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담겨 있는 기쁨과 행복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을 그렇게 만들 수 있을 만큼 돈의 위력은 막강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구원이 목표인 복음 이해와 하나님 나라가 목표인 복음 이해의 한 가운데 돈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목표인 사람들은 그래서 돈을 미워하는 일이 신앙의 핵심이 됩니다. 가난해지는 것 역시 돈을 미워하는 일입니다. 가난한 자를 돌보는 일도 돈을 미워하는 일입니다. 집과 땅을 팔아 그 판값을 가져다 헌금으로 드리는 것도 돈을 미워하는 일입니다. 이처럼 돈은 하나님의 정의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은 그런 위치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제 제가 쓴 글에서 목회를 잘 하시는 그 목사님과 교회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잘못된 것은 그 교회뿐만이 아니라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복음 이해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구원이 복음의 목표인 한 돈은 안전하게 교회 안에 자리할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안전하게 살아 자신의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어제도 언급했던 것처럼 교회가 커지면 왜 가난한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야 합니까. 왜 선교가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 됩니까. 왜 돈으로 하나님의 일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까. 왜 헌금을 많이 하면 교회에서 인정을 받습니까. 왜 교수와 법조인과 의사들이 교회의 자랑이 됩니까.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들 수 있습니다. 결국 구조적으로 복음의 목표가 구원이라고 믿는 교회의 주인은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님이 아니라 돈이 되게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정의는 그리스도인들이 돈을 미워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돈을 미워하는 일을 할 때 하나님의 정의가 이루어집니다. 하나님의 정의는 결코 돈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 반대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정의를 위해 일하고 이 땅에 하나님 나라 건설을 위해 앞장 서는 세이비어교회에서 매일 올리는 영성 글의 주제가 대부분 돈이고, 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제가 우리 교회의 예배를 멈추게 된 것도 결국 기존의 교회의 틀에는 돈을 미워하는 하나님 나라가 목표인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복음의 목표가 하나님 나라가 될 때 하나님의 정의와 돈이 그리스도인의 삶의 중핵이 된다는 이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복음을 복음 되게 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