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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순식간에 '실패한 대통령' 추락... 국민들이 보낸 경고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프랑스 총선이 주는 교훈


▲ 프랑스 총선 1차 투표가 실시된 12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북부 르투케의 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한 뒤 기표소를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임상훈 기자 = 올해 4월 24일 치러진 프랑스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유효표의 58.55% 지지를 얻어 41.45%를 얻은 마린 르펜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시계를 5년 전으로 돌려 2017년. 선거 경험이 전무했던 정치 신인 마크롱의 기세는 기존 모든 정치세력을 가을 낙엽처럼 쓸어버렸다. 짧은 경력의 관료 출신 마크롱은 그해 대선에서 66.10%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고 당시 나이 39세의 그는 나폴레옹 3세 이래 프랑스의 최연소 국가원수가 됐다.

프랑스인들은 열광했고 한 달 후 치러진 총선에서 급조된 새 여당 '전진하는 공화국'은 돌풍을 일으키며 단숨에 하원 577석 가운데 314석을 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마크로니(macronie, 마크롱식 정치) 시대는 화려한 서막을 올렸고 5년 후 올해 4월, 5년 임기의 재선에도 성공했다.

이번 대선 승리로 마크롱은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새 기록까지 챙겼다. 그의 정치 여정은 거침없어 보였다. 그리고 대선 후 50여 일 만인 6월 19일 치러진 총선. 상식적 판단이면 역시 여권의 무난한 승리를 점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대선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는 기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대통령의 정당 '르네상스'(과거 '전진하는 공화국'에서 개명)를 포함한 중도 여권 그룹 '앙상블'은 의석수 기준 1위를 유지했지만 선거 직전보다 무려 106석을 잃었다. 기존 351석을 보유했던 '앙상블'은 절대 과반 289석에 훨씬 못 미친 245석으로 폭락했다.

한 달 보름여 만에 '실패한 대통령' 멍에


▲ 프랑스 좌파연합 '뉘쁘'(NUPES)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12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정당 본부에서 총선 1차 투표를 마친 뒤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로써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 마크롱은 불과 한 달 보름여 만에 '20년 만에 의회 과반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멍에를 함께 지게 됐다. 절대 과반을 잃은 여당은 국정 운영에 비상이 걸렸고 사안마다 그들의 오른쪽 또는 왼쪽 경쟁상대와 협상을 벌여야 할 운명에 처했다.

반면 프랑스 정계에서 퇴출된 줄 알았던 사회당을 포함한 좌파연합 '뉘쁘'(NUPES, '뉘뻬스'로도 발음)는 기존 57석에서 74석을 더한 131석을 확보해 제1야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8석의 군소정당이던 극우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이 무려 81석을 더해 89석을 확보함으로써 프랑스 극우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됐다는 점이다.

프랑스 좌파의 몰락을 선언했던 국내외 다수 언론들은 할 말을 잃게 됐다. 마크롱이 극우의 발흥을 막아냈다는 평가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그 와중에 마크롱의 재선 비결로 그의 경제 성적을 꼽는 국내 한 경제단체의 보고서는 제대로 뒷북이다. 무엇보다 보고서 내용 자체가 친기업적 시각의 곡해로 가득 차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경제 성적 덕분에 재선에 성공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윤석열 정부가 참고해야 한다는 보고서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정부의 지난 1기 경제성적표는 우리나라와 비교하기 어렵다.

우선 프랑스가 법인세율을 꾸준히 낮춘 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프랑스의 법인세율이 꾸준히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작년 기준 26.5%로 여전히 한국은 물론 미국, 독일 등 경제 선진국들에 비해 높다.

2021년 GDP 성장률이 7% 상승해 1969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것도 아전인수 격이다. 그해 성장률이 예외적으로 높았던 이유는 2020년 팬데믹 영향으로 성장률이 -7.78%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결국 2021년 역시 실질적 성장은 마이너스였다는 의미다. (<"한국이 또 입증할 것" 국내언론과 상반된 해외의 극찬 (http://omn.kr/1t4xx)> 참조)

프랑스 언론들은 오히려 이러한 마크로니의 경제성장 저해의 원인을 팬데믹에서 찾고 있다. 프랑스 유권자들 역시 마크롱 1기의 경제 성적을 투표의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노동시간과 연령을 연장하려는 마크롱의 노동정책에 찬성하는 여론과 그에 반발하는 여론이 향방을 갈랐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여성 엘리자베트 보른 전 노동부 장관을 총리로 임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여성 유권자를 염두에 둔 측면도 있지만 자신의 노동정책에 대한 심판을 요구하는 승부수였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이에 보른 총리는 사임 의사를 표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에 의해 반려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시간, 연령을 늘리려는 자신의 노동정책을 포기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제1야당인 뉘쁘, 제2야당인 국민전선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향후 마크롱 정부의 험난한 일정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번 2차 결선 투표를 통해 결정된 최종 의석수는 여당 '앙상블' 245석, 제1 야당 '뉘쁘' 131석으로 다소 차이가 나지만 정작 투표율을 보면 38.6% : 31.6%로 더 근소해졌다. 특히 상대적 선호가 아닌 절대적 선호를 나타내는 1차 투표의 결과를 보면 25.75% : 25.66%로 사실상 두 정당은 동률이었다.

참패의 이유


▲ 지난 21일 프랑스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극우정당인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와 회담 후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집권 당시부터 민의가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보다 전문가 집단이 모든 분야의 전면에 나서는 기술관료주의를 통치원리로 삼아왔다. 그가 '주피터'라 불리며 권위주의의 화신으로 비판 받는 것은 단지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태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명석한 엘리트들의 장기적 비전' vs. '민중 또는 그 대리인들의 단기적 욕망'. 프랑스의 세기적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1995년 파리 리옹역 앞 시위에 참석해 시위대에 지지를 보내면서 내뱉은 말이다. 그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이러한 전형적 대립이 있었다면서 오늘날에는 과학, 경제학 등의 권위에 기대 그러한 프레임이 더 공고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피에르 세르나는 민중들이 정치적 피로감을 느낄 때, 그들이 위임한 대리인이 아닌 전문가 집단에 의사결정을 더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러한 기술관료주의를 극중주의라고 표현했다.

마크로니로 대변되는 프랑스 중도의 실험. 5년의 실험 끝에 프랑스 국민들이 내린 결론이 이번 총선 결과다. 그가 두 번이나 재선된 이유는 그럼 어떻게 설명될까? 마크롱 본인도 잘 알고 있듯 국민이 그를 선택한 이유는 극우를 막아달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대다수 프랑스 국민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아닌 그 어떤 공화주의자가 대선 결선에 올라도 극우 후보 마린 르펜에 맞서기 위해 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금융, 노동, 기술 등 모든 분야의 대 패러다임 전환기에서 불안과 피로를 느낀 프랑스 국민들이 도피처로 택한 기술관료주의의 표상이었다.

그리고 그 허구를 깨닫는 데 프랑스 국민들은 5년으로 충분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7월 13일, 수 1:1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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