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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있는 그대로 설명 좀 해 달라"
그리스도인 추모 기도회 300여 명 참석…"우리가 하나님의 손길, 마음, 품이 되자"


▲ 10·29 이태원 참사 그리스도인 추모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우리가 여기 있다"고 외쳤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서울=뉴스앤조이) 구권효 기자 = "우리 주님, 제가 사랑하는…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하루에 100번을 뽀뽀해도 시원치 않은 우리 딸을… 하늘로 올려 보내셨으니까 하늘에서라도 우리 주님이 잘 보살펴 주시고 편안하게 해 주세요. 그리고 다시는 저와 같이 자식을 먼저 잃은 부모가 안 나오도록 주님께서 굽어살펴 주세요."

"신앙적으로 주님을 깊이 모시지는 못했다"는 아버지는 기도로 발언을 마쳤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민아 씨 아버지 이종관 씨는, 12월 14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단상에 올랐다. 이 씨는 "딸이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해서 정말 오래 살 줄 알았다"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딱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 고 이민아 씨 아버지 이종관 씨. 뉴스앤조이 구권효

"그날 여기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고, 어떻게 해서 우리가 영안실에 가서 딸을 보게 됐나… 진실 규명, 진상 규명, 그거 알고 싶어서 온 겁니다. 그날 좁은 데 10만 명 넘게 모여 가지고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는데, 자식이 나가서 죽었으면 언제 어떻게 죽었나, 얘가 길에서 죽은 건가, 아니면 병원으로 옮겨 가서 응급처치를 받다가 실패해서 죽었나…. (중략)

지금 한 번도 정부 당국자들한테 설명을 들은 적이 없고, 다 매스컴을 통해서 들었습니다. 그날도 매스컴을 통해서 그런 사고가 난 지 알았어요. 어차피 사고는 났으니까, 유가족들한테 있는 그대로 설명을 해 달라 이겁니다, 설명을. 왜 못 합니까. 용산구청에 유가족들 모아 놓고 그날 밤에 있었던 것부터, 그날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있었던 일을 소상하게 설명해 달라 이겁니다. 브리핑을 해 달라 이겁니다. (중략)

저 같은 경우는 부천 순천향대병원 가서 딸을 찾았습니다. 다음 날 오후 2시가 돼 갖고서는 연락이 와서, 그때만 해도 애가 살아 있는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까 사망했더라고요. 저는 부천경찰서에 있는 형사한테 '부검을 할 거냐 말 거냐' 그것만 선택할 수 있게 됐어요. 사실은 거기 있는 분들도 당연히 모르죠. 사건은 서울 용산에서 났는데 왜 부천에서 사건을 처리합니까. 시신 놓을 데가 없어서 분산한 거는 이해하겠다 이거예요. 그러면 사건 처리는 용산에서 주도해서, 여기 용산구청에 회의실도 다 있을 거 아닙니까. 거기서 유가족들한테 '일단 사고가 나서 시신을 보관하고 있는데 유가족들 의견은 어떠냐' 이렇게 묻는 게 순리 아니냐 이겁니다."


▲ 고 최민석 씨 어머니 김희정 씨. 뉴스앤조이 구권효

또 다른 이태원 참사 희생자 최민석 씨 어머니 김희정 씨도 단상에 올랐다. 최 씨는 간호장교로 입대를 대기하던 청년이었다. 김 씨는 "우리 민석이 입대하는 거, 제대하는 거, 복학하는 거, 연애하는 거, 결혼하는 거 다 못 본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희생자를 탓하거나 유가족들의 행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여론에 대해 이야기했다.

"잠을 잘 수 없어요. 배고프지 않아요.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억지로 물 말아서 넘기고요. 꿈에서라도 한 번쯤 마지막 인사라도 할 수 있을까 잠을 청합니다. 저희 부모들은 편하지가 않아요. 저희 소란 피우고 싶지 않고요. 이렇게 추운 날 거리로 나와서 마이크 잡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억울하게 자기 생 다하지 못하고 천국에 가 있는 그 아이들을 왜 범죄자 만듭니까. (중략) 점점 억울한 일이 생겨요. 점점 가슴에 칼날이 하나둘씩 꽂히고요. 그 칼날 꽂힌 채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 유족들 마음 한 번이라도 생각해 주신다면 그런 아픈 말들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략)

젊은 아이들 노는 게 왜 잘못이에요. 여기는 축제장이었지 놀다가 죽으려고 온 곳이 아니었잖아요. 그 골목으로 다 몰리지 않았으면 우리 아이들은 그냥 추억 쌓고 집으로 돌아갔을 그런 아이들이고요. 유가족 공동체 채팅방에서 보면 158명 전부 하나같이 맑은 영혼들, 자기 하고 싶은 걸 위해서 한 계단씩 꾸준히 노력하면서, 주변 사람들 섬기면서, 규칙 지키면서, 자기가 꾸는 꿈을 향해서 열심히 한 계단씩 밟았던 아이들이에요.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 유가족분들 모두가 한순간에 송두리째 미래가 날아가 버렸어요. 연기처럼. (중략)

정부의 불순한 거짓이 국민들에게 가려지는 그런 일은 못 보겠어요. 그래서 이 자리에 서게 됐어요. 국정조사 얼마 안 남았다고 하는데요. 45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저는 잘 몰라요. 그렇지만 도와줄 수 있잖아요. 누군가 양심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한 명이라도 좋고, 기자분들도 사실을 알려 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계속 이런 자리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자리에 제 아이를 소개하고 싶지 않아요. 책임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국민들이 같이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10·29 이태원 참사 그리스도인 추모 기도회'는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함께했다. 자캐오 사제(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는 300여 명의 참가자 사이사이에 유가족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2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박득훈 목사는 설교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응해 온 현 정권의 모습을 살펴보면, 권력자들은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조롱하고 있음이 명백히 드러난다. 진실한 사과와 철저한 진상 규명은 아예 제쳐 놨다. 어떻게 해서든 책임을 회피하는 데 몰두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런 사람들은 '하나님을 모독하는 자'라고 단언했다. 그는 "하나님은 이런 자들을 역사를 통해 심판하실 것이다. 하나님은 절대 모욕을 당할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유가족들과 끝까지 함께하자고 말했다.

"저는 운동에 앞장서는 유족들을 대할 때마다 너무너무 미안했습니다. 늘 미안하기만 했습니다. '우리가 나서야 하는데 저들이 왜 앞장서야 하나' 그런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말할 수 없는 슬픔, 고통을 직접 경험한 유족들보다 우리가 어떻게 운동을 더 잘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보다 어떻게 더 저항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들이 앞서 나갈 때 외롭지 않도록 곁에 언제나 함께 있는 것입니다. 끝까지 그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그들과 함께 울고 그들과 함께 때로는 분노하며 끝까지 그들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큰 우산을 만들어서 어떤 폭풍이 와도 다시는 이런 고통을 당하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우리의 힘을 다할 것입니다."

자캐오 사제 또한 "그 누가 아니라 바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러분이 하나님의 손길이고, 하나님의 품이며, 하나님의 마음이 되어야만 진실을 밝힐 수 있고 또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며 "항상 유가족분들의 반보 뒤에 서서, 유가족들이 공격을 당할 때 앞에서 방패막이가 되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4·16합창단의 노래 시간도 있었다. 4·16합창단은 '네버엔딩스토리'와 '잊지 않을게'를 불러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기도회에 참여한 사람들을 위로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창현 군 어머니 최순화 씨는 "희생자 158명의 이름 한 분 한 분 다 기억하면서, 그 삶들을, 그분의 꿈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정성스럽게 이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고통받는 이들과 꾸준히 연대하는 4·16합창단. 뉴스앤조이 구권효

12월 16일 금요일 오후 6시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는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주관하는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 추모제'가 열린다. 주제는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추모를 위한 복장을 입고 깔개·장갑 등 방한 용품과 촛불 앱 혹은 LED 초를 준비해, 서울 6호선 녹사평역 3번 출구로 나가 참여하면 된다.

사진5: 녹사평역 3번 출구 건너편에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마련됐다(빨간 동그라미 부분). 정부가 아닌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가 만든 것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다음은 기도회에서 교독한 기도문.

다짐의 기도

인도자: 오! 주님, 이 절망 앞에서 희망의 빛은 어디에 있습니까? 오! 주님, 이 원통하고 억울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합니까?

회중: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으시는 하나님, 고통을 가벼이 여기지 않으시고 부르짖는 이에게 응답해 주시는 주님께 애끓는 마음으로 눈물 담아 호소합니다.

인도자: 또다시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같이 손잡고 그 길을 내려오던 연인에게 작별 인사도 고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다수가 10대와 20대라고 하니 우리는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회중: 10월 29일에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로 희생된 158명은 158가지 삶과 꿈을 안고 살아가던 이들입니다. 이 소중한 사람들이 순식간에 삶과 꿈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눈앞에서 벌어진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망연자실했을 이들이 몸과 마음 곳곳에 큰 상처를 입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아파합니다. 주님, 이들의 영혼을 당신 품에 고이 안아 주시고 편안한 안식 누리게 하소서.

인도자: 긍휼이 많으신 하나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헤아릴 수 없는 절망에 빠진 이들을 위로해 주소서. 쏟아진 물처럼 퍼져 버리고 뼈마디가 모두 어그러진 사람들, 마음은 촛농처럼 녹아내리고 기력은 옹기처럼 말라 버린 유가족들의 상실감과 아픔을 감히 누가 어루만져 줄 수 있겠습니까. 주님, 위로의 영으로 상처투성이 마디마디마다 감싸 안아 주소서.

회중: 생명의 하나님, 사람보다 돈을 우선시하며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에 소홀한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든, 누구든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과제이자 소명임을 다시금 새깁니다. 부르신 뜻에 따라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실천하는 우리들이 되게 하소서. 안전망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게 하소서.

다같이: 슬피 우는 자와 함께 우시는 하나님, 희생자 158명과 트라우마에 아파하다 세상을 떠난 넋을 고이 안아 주소서. 부상 입은 이들이 속히 치유되고 회복할 수 있도록 기운 주소서.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힘을 주소서. 마음이 무너져 내린 유가족들, 지인들, 연인들을 살펴 주소서.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슬픔의 눈물 닦아 주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10월 29일 참사 희생자를 위한 공동 기도문' 각색 인용)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12월 19일, 월 1:2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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