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린 아내 위해 요리하는 남편, 가족애를 맛보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지난달 1일 시작한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를 위해 서투르지만 정성 가득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남편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이다.

드라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인문학자 강창래가 암투병중이던 아내를 위해 했던 요리 레시피를 글로 엮은 책이 원작이다. 20여년간 출판 편집기획자로 일하고 『인문학으로 광고하다』(2009), 『책의 정신』(2013) 등을 쓴 강 작가는 출판계 동지이자 30년을 함께 산 아내가 암에 걸리자 난생 처음 제대로 부엌에 들어가 요리를 한다. 그 과정 하루하루를 담담히 써내려간 페이스북 글은 곧 에세이집으로 엮여 출간됐고, 수많은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호재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제작자분께서 원작의 책을 주고 드라마화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을 때, 처음에는 굉장히 담담한 레시피라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레시피 그 자체인데, 계속 읽어갈수록 요리를 만든 사람의 감정과 인생의 한 챕터(책의 장)에 젖어드는 것처럼 느껴졌다"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원작과 최대한 비슷하게 가는 것이 목표였다"라며, "몇몇 요리는 원작에 없는 것을 썼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콩나물과 시금치나물, 이 둘이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로 시작하는 책과 똑같이, 드라마도 나물 요리를 준비하는 남편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드라마는 아픈 아내를 위해 소금과 간장, 기름을 최대한 쓰지 않으며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는 남편,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던 출판사 일을 정리해나가는 아내, 그리고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원한 고3 아들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드라마는 아내와 아들의 시선을 원작보다 자세히 서술함으로써, 각자 앞만 보고 달리던 가족 구성원이 서로 돌아보고 이해하는 가족 이야기로 틀을 잡았다.

배우 한석규는 번역가이자 인문학 강사인 김창욱 역을 맡았다. 아내에게 닥친 소식을 듣고, 아내를 위한 식사를 준비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인물이다.

배우 김서형은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워킹맘 정다정 역을 맡았다. 출판사 대표인 '다정'은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 앞에서 인생을 돌아보며, 남편이 직접 요리해 준 음식을 먹는 데서 새로운 행복을 찾게 된다.

남편 강창욱과 아내 정다정은 한때는 함께 출판사를 운영하는 동료이고 아내이고 남편이었지만, 이제는 떨어져서 살고 있다. 그러나 아내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의사는 잘 챙겨먹어야 하는 아내의 병구완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했고, 쉬이 남에게 부탁같은 걸 하지 않는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을 돌봐달라 한다. 그리고 남편은 두 말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안방의 아내, 그리고 현관 옆 방의 남편. 남편은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한다.

남편이 준비한 음식은 시금치 나물. 아내를 위해 정성껏 맨손으로 간조차 안 한 채 무쳤다. 서둘러 출근하던 아내에게 한 술 뜨기를 권했는데, 시금치 나물을 한입 먹은 아내는 '도저히 못 먹겠다'며 휴지를 찾는다.

남편이 다음으로 도전한 음식은 잡채. 여전히 간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인터넷에서 찾은 레시피 대로 만들어 보긴 했으나 요리 폼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남편은 작은 고추로 맛과 땟갈을 더해보기로 한다. 그러나 한 입을 먹은 아내는 사레들린 듯 기침을 해댄다. 요리 초보인 남편은 그 작은 고추가 얼마나 매운지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그간 입맛을 잃었었는데 매운 맛이 입맛을 돌게 한다며 기침을 하면서도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남편의 요리는 여느 주부의 요리와는 좀 다르다. 아내가 제주도 돔베 국수를 먹고 싶다고 하자, 요리의 유래부터 자세히 찾아보고, 제주 돼지까지 주문 한다. 이런 스타일의 자기만의 요리를 하고, 그 레시피를 블로그에 적는다. 아내가 아파서 요리를 한다고 하지도 않았는데도,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그의 글귀들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상념에 젖게 만든다.

드라마 역시 서로에 대해 섭섭했던 것, 죽음이라는 관문 앞에 선 서러움 등 감정들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에게 부부란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드라마는 아버지와 아들의 간극도 보리 굴비를 통해 풀어간다. 아들을 위해 요리하는 아버지, 엄마를 위해 함께 요리하는 아버지와 아들, 그런 두 사람을 보는 엄마의 미소. 그동안 분리되었던 가족이 음식을 통해 조금씩 자리를 다시 찾아간다.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연예정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