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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반국가 단체로 조작된 작은 기독교 신앙 모임
<한울회 사건의 진실> 출판기념회…"국가 폭력이라는 대못 뽑아내려는 몸부림"

(서울=뉴스앤조이) 구권효 기자 = '한울회 사건'. 1981년 전두환 정권은 대전에 있는 한 작은 모임이었던 '한울 모임'을 반국가 단체라고 조작해, 고등학생 및 청년 20여 명을 잡아들이고 고문을 가했다. 한울 모임은 기독교 신앙을 진지하게 공부하고 공동체 생활을 통해 하나님나라를 구현해 보려 했던 작은 시도였다. 하지만 신군부의 광기는 한울 모임을 이적 단체 '한울회'로 만들었고, 결국 모임에서 선배였던 6명이 옥고를 치르는 비극이 벌어졌다. 유죄의 근거는 고문을 통해 날조한 진술이었다.

1984년과 1988년 한울회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사람들은 사면·복권됐다. 김대중 정부 때는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사건은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못한 상태다.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심에서, 계엄법 위반은 무죄로 선고됐으나 국가보안법 위반은 여전히 유죄로 선고됐기 때문이다. 한울회 사건 관련자들은 정부에서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표창도 받고 국가보안법도 위반한, 앞뒤가 맞지 않는 상태에 놓였다.

무죄판결을 통한 명예 회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울 모임에 몸담았던 사람들의 치유다. 한울회 사건은 작은 신앙 모임을 거대한 국가권력이 유린한 일이다. 사람들은 흩어졌고,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이나 그 유죄판결에 이용된 진술을 해야 했던 사람들 모두 깊은 상처를 입었다. 41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에게는 한울회 사건을 이야기하는 일이 힘들다.


▲ <한울회 사건의 진실 - 국가 폭력에 희생된 한 신앙 모임의 꿈> / 한울 모임 편집위원회 엮음 /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 464쪽 / 2만 3000원

올해 12월 20일 출간된 <한울회 사건의 진실 - 국가 폭력에 희생된 한 신앙 모임의 꿈>(대한기독교서회)은 한울회 사건 관련자들의 명예 회복과 치유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한울 모임 관련자 17명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한울 모임의 시발점이 된 사람의 글부터, 한울 모임을 만들고 거기에 참여했던 사람들, 한울회 사건으로 감옥에 갔다 온 사람들, 대공 분실에 끌려가 허위 자백을 강요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두 실렸다. 내용을 보면, 한울 모임이 얼마나 무모하리만치 순수한 신앙 모임이었는지, 그 작은 모임이 반국가 단체로 조작되며 사람들에게 얼마나 끔찍한 상처를 남겼는지 알 수 있다.

"무죄판결을 받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한울 모임과 한울회 사건을 돌이켜보며 저마다 겪은 일과 느낀 감정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었다. 그러면서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서로 맺힌 응어리를 풀고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격려하며 위로하는 과정을 밟아 가고 있다. 글을 쓰고 서로의 글을 읽으면서 어린 학생들과 선배들이 서로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열어 놓고 이해하고 용서하면서 막힌 벽을 허물어 가고 있다." (10쪽)


▲ 출판기념회는 1부 예배와 2부 기념식 순으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한울회 사건의 진실>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가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책의 저자들과 가족, 지인 등 70여 명이 모였다. 한울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박재순 목사(씨알사상연구소)는 "한울 모임과 관련한 사람들은 다 가슴에 큰 상처를 가지고, 국가 폭력이라는 대못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그런데 그동안 민주 정부가 세 번이나 들어섰는데도 우리들 가슴에 박힌 대못을 뽑아 주지 못했다. 우리 17명이 모여서 이 책을 낸 것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우리 스스로 국가 폭력의 대못을 뽑아내려는 몸부림이다"라고 말했다.

예배 설교자 김명수 목사(전 경성대 신학대학장)는 "하나의 신앙 울타리 안에서 공동으로 생활하고 소유하고 필요에 따라서 분배하자는 것이 초대교회 신앙 공동체였다. 아마 이것을 지향했던 게 한울 모임이 아니었는가 생각한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은 이를 공산주의를 심화하는 반국가 단체로 둔갑시켰다. 그들은 이 모임을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삼았다. 이 사건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미해결의 사회적·정치적 스캔들로 남아 있다. 사건의 진상이 하루속히 밝혀지기 위해, 그리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 박재순 목사는 한울회 사건으로 감옥에서 2년 6개월을 살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한국교회사를 전공한 손승호 교수(명지대)가 서평을 발표하는 시간도 있었다. 손 교수는 이 책의 의미를 세 가지로 봤다. 첫째는 국가 폭력의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다. 그는 "국가권력의 폭력 사건을 겪은 당사자들의 증언은 의미가 있다. 왜냐면 기록을 남기는 주체가 대체로 국가이고, 폭력을 저지른 국가는 거짓된 사료를 만들어 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반증으로서 이러한 증언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둘째는 이러한 증언을 통해 피해자들이 자신을 치유하는 중요한 과정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손승호 교수는 "마음속 어딘가에 숨겨 두고 지내야 했던 과거의 고통을 돌아보고 직시하는 과정은 치유와 화해로 나아가는 디딤돌이다"라고 말했다. 셋째는 시민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손 교수는 "우리가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직관적인 지침을 준다. 양심을 격려하고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아주 간명한 진리를 당사자들의 증언만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 서평을 발제하는 손승호 교수. 뉴스앤조이 구권효

그는 "1981년에는 많은 공안 사건이 조작됐다. 이 사건들의 곳곳에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급진성을 눈여겨보는 정권의 눈초리가 드러난다"며 "한울 모임은 비록 국가권력에 파괴됐지만 한국 기독교의 독특한 대안적 종교운동으로서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 언젠가 멀지 않은 미래에 이 사건이 상식적인 정의에 부합하는 형태로 결론이 나고 나면, 공안 사건으로서의 한울회가 아니라 선생님들이 꿈꾸셨던 꿈 그 자체로서의 한울 모임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 이순창 목사도 축사를 전했다. 이 목사는 "눈비 속에서 피는 꽃처럼 어찌나 힘들게 사신 분들인지, 어쩌면 우리가 져야 할 고난을 대신 짊어지셨기에 축사라기보다 오히려 존경을 표한다. 정말 고생하셨다. 이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한울 모임의 시발점이 된 홍응표 목사의 축도로 모든 순서를 마쳤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3년 1월 10일, 화 3:5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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