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법안 2일 국회 법사위 상정…본격 논의는 6월 임시국회서 이뤄질 듯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이 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폐지안이 국회에 상정되기는 지난 1948년 국보법 제정 후 57년 만이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안과 형법 개정안, 민주노동당의 폐지안, 한나라당의 국보법 개정안이 일괄 상정됐다. 이로써 지난 연말 정국 경색의 원인이 됐던 국보법 개폐 논의가 공식화됐다.

폐지안 제출 7개월 만에 법사위 상정에 성공한 여당 의원들은 감개무량한 표정이 역력했고, 이날 의원들의 토론도 매우 진지하고 활발하게 벌어졌다.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은 “일제치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탄생된 국보법은 수십년간 자의적인 법해석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유린해왔다”며 폐지안 제안설명을 시작했다. 설명하는 동안 자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최의원은 “하도 하고 싶던 설명이어서…”라며 소회를 나타냈다.

같은 당 이은영 의원은 “이제 남북 교류를 하는 사람이 대다수고 적화통일을 꿈꾸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여지는데, 국보법을 존치시킴으로써 오히려 과대위험을 키워 공포정치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김대중정권 이래 더 이상 국보법을 남용하는 정부는 없다고 본다”며 “한국 안보의 주된 위협으로 북한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진 법을 존속시키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여당의 형법 개정안에 대해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과 기우에 대해 과잉 대응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노의원은 특히 형법 개정안에 신설된 내란목적죄를 지목, “현행 형법으로 충분히 가동될 수 있음에도 내란목적죄를 신설하는 것은 사실상 국보법의 독소조항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단 여야는 국보법 폐지안과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넘겨 병합심의키로 했다. 그러나 본격 논의는 6월 임시국회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의 안은 국보법을 폐지하되 안보공백이 예상되는 부분은 형법의 내란죄를 강화하자는 게 핵심이다.

반면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불고지죄를 삭제하는 등 국보법의 독소조항들을 개선하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거나 파괴하려는 행위를 처벌하는 형사법 체계인 국보법의 틀 자체는 유지시키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