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 '기인'의 일생 그린 <에비에이터>

영화 '에비에이터(비행사)' 는 실존인물 하워드 휴즈에 대한 자전적 영화이다. 하워드 휴즈는 백만장자이자 기인으로 미국인들에게 알려져 있는 인물. 마킨 스코르세이지가 감독한 이 영화는 2005년 62회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음악상을 수상했다.

영화제작자로 그리고 비행사로 화려하면서도 기인적으로 산 그의 생애를 살펴본다면 영화의 줄거리를 대강 알게 된다.

축구장만한 날개 비행기로 91시간 세계 비행

하워드 휴즈는 1905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하워드 로버드 휴즈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변호사였지만 유전붐이 일자 텍사스로 이주해 유정을 뚫는데 쓰이는 원추형 드릴을 개발했다.

석유 붐을 타고 휴즈공구회사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16세에 어머니가 세상을 뜨고 18세에는 아버지마저 유명을 달리하며 하워드는 상속자가 돼 돈방석에 앉는다. 193cm의 훤칠한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그리고 이지적인 마스크까지 지녔던 하워드는 공구회사보다는 영화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는 21세에 우선 영화에 뛰어들어 기라성같은 할리웃 제작자들의 비웃음과 영화계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2년의 촬영기간, 1년의 후반작업 기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자본과 제작공정 끝에 1차대전 미 공군들의 활약을 그린 <지옥의 천사들 (Hell’s Angels)>을 발표한다. 그리고 영화는 빅히트를 하며 할리웃의 모든 흥행 역사를 갈아치운다.

'영화계의 마이다스'로 떠오른 하워드 휴즈는 진 할로우, 캐서린 헵번, 에바 가드너 등당대 최고의 섹스 심벌로 추앙받는 여배우들을 차례로 발굴해낸다. 그리고 그녀들은 총명하면서도 방향없는 바람같은 하워드 휴즈에게 매료돼 연인이 돼버린다.

또 어려서부터 비행기 조종 취미를 가졌던 하워드는 이제는 최고의 엔지니어들을 모아 새로운 비행기들을 생산해낸다. 마침내 5층 빌딩 높이에 축구장만한 날개를 가진 전설적인 비행기 '헤라클레스'를 완성해 91시간 비행함으로써 세계 비행기록을 갱신한다.

또한 70년대까지 팬암과 함께 미국~유럽 직항 독점권이 있었던 항공사 TWA를 인수해 세계 굴지의 항공재벌이 된다. 한때 NASA의 우주 개발 사업까지 손을 댄 그는 60년대 말엔 라스베이거스에 일곱 개의 카지노를 굴리며 호텔 왕으로 군림했다.

부족할 것이 없었던 하워드에게도 시련의 때가 있었다. 팬앰과의 대립으로 팬앰의 후원을 받는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휴즈 전시 국고낭비에 관한 청문회 등을 겪었던 것.

하워드는 보통사람들이 이해 할 수 없는 기벽이 있었다. 사교계의 황태자이면서도 마약은 물론 술과 담배도 즐기지 않았다. 보석이나 시계 같은 귀금속에 별로 관심이 없었으며 먹는 것도 사치스럽지 않았다.

또한 광적인 결벽증으로 그에게 서류를 전하는 직원들은 세균방지용으로 흰색 무명장갑을 껴야 했으며, 성병 걱정으로 침구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의 집을 방문한 사람은 분필로 그려진 18cm 정사각형 안에서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며, 말년엔 대저택에 진공 유리방을 지어놓고 운둔하다 70세에 사망했다.

그는 머리를 허리까지 기르고 손톱이 15cm가 넘도록 자르지 않고 크리넥스 박스를 신발 삼아 다니는 기행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