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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김정일은 국내외 정세 잘 알고 있었다
DJ,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서 비화 털어놔

김 전 대통령은 5년 전의 6·15 남북정상회담에 얽힌 경험을 소개하며 "김정일 위원장이 독재자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러나 이쪽에서 하는 말이 이치에 맞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수용하는 유연성도 보였다"면서 "국내외의 정세, 남한사회의 문제점 등도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12일 저녁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5주년 국제학술회의 기념 환영 만찬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고 "이러한 나의 인상은 그 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페르손 스웨덴 수상, 고이즈미 일본 수상 등도 거의 비슷한 의견을 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가지 의외의 발언은 김정일 위원장이 '지역문제'를 이야기한 것"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만찬사에서 "내일(13일)부터 국제학술회의가 시작되고 많은 권위 있는 참가자들의 발언이 있을 것이므로 오늘 저녁은 무거운 주제의 말씀은 피하고 6·15 남북정상회담에 얽힌 저의 경험을 몇 마디 말씀드리는 것으로 저의 만찬사를 대신하겠다"고 운을 뗀 뒤에 이렇게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김정일 위원장과 같이 지낸 시간은 회담과 식사 등 포함해서 10시간은 될 것"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은 굉장히 다변의 사람이었으며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말이 왔다 갔다 하면서도 자기가 할 말은 다 하고 챙길 것은 다 챙겼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김 전 대통령은 "우리는 통일방안, 교류협력, 이산가족상봉,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 공동선언에 두 사람이 직접 서명하는 문제 등을 두고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양측이 만족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되었다"고 김정일 위원장과의 협상을 만족스럽게 평가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한 가지 의외의 발언은 김정일 위원장이 지역문제를 이야기한 것이었다"며 서울 답방문제를 설득하기 위해 한 시간 이상 이야기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신은 세상이 다 아는 효자고 동방예의지국의 도덕을 존중하는 사람인데, 당신보다 20년이나 위인 내가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당신이 나를 답방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떻게 동양도덕에 맞는 일인가'라고 말했더니, 그때 비로소 김 위원장이 자기 고집을 굽히고 서울 답방에 동의했다"면서 김 위원장의 '전라도 사람' 발언을 소개했다.

즉, 김 전 대통령이 집요하게 서울 답방을 설득하자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은 전라도 사람이어서 그렇게 고집이 셉니까"라고 물었고, 김 전 대통령이 다시 "왜 나만 전라도 사람입니까, 김정일 위원장도 내가 알기로는 전주가 본(本鄕)이라고 들었는데 그러면 전라도 사람이 아닙니까"라고 반문해 모두 크게 웃었다는 것이다.

"6·15 정상회담은 매우 불안한 출발로 시작해 큰 성과 얻어 돌아온 여행"

김 전 대통령은 또한 "6·15 남북정상회담은 한마디로 말해서 매우 불안한 출발로 시작하여 큰 기쁨의 성과를 얻어 돌아온 여행이었다"면서 회담의 고비가 되었던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대통령은 우선 "5년 전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정상급회담의 국제적 관례에 따라 사전협의를 위해서 특사를 보냈으나 북한에서는 우리가 제시한 양국 정상 공동합의문에 대해서는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김 대통령이 평양에 오면 모든 것이 잘 된다, 그때 같이 협의해서 발표하자'라고 했다"면서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북측이 김 대통령이 북한에 오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에 참배해야 한다고 요구해 우리측에서 "그것은 국민 감정상 어렵다"고 대답하자 "그러면 김 대통령이 평양에 올 필요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던 순간과, 끝까지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도 알 수가 없었던 순간도 고비였다고 회고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이 자신들에 대해 악의적인 보도를 했다고 생각하는 일부 신문과 방송은 올 수 없다고 말해 일부 기자를 제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단호히 거절하고 무조건 비행기에 동승시킨 사실, 그리고 북한에 대해 "당신들이 이렇게 언론인을 선별적으로 입국시킨다면 지금 서울 프레스센터에 모여 있는 1천여명의 국내외 기자들이 북한에 입국하지 못한 분풀이까지 포함해서 당신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다"라고 설득해 묵인을 받은 사실 등을 소개했다.

또 금수산 기념궁전 참배에 대해서도 북측에 "당신들이 국민적 성역으로 생각하는 금수산 궁전에 참배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남한의 국민감정으로 봐서 대통령이 참배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합의를 해도 국민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참배 문제 하나 때문에 반세기만에 열린 민족의 대사를 망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재고해 달라고 설득해 결국 김정일 위원장이 백화원 초대소 복도를 같이 걸어가면서 "금수산궁전은 가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말한 비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6·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이해 이처럼 정상회담에서 어려웠던 고비들과 이를 돌파했던 막전막후의 순간들을 상세히 설명한 것은 남북대화 재개를 앞둔 노무현 정부에 남북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할 것을 간접으로 권유하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거듭 말하지만 6·15 공동선언은 대체로 양측이 모두 윈-윈의 합의를 이룩해낸 성공적인 회담이었다"면서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다"고 아쉬움을 표명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답방은 민족의 화해협력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며 "우리 모두 이 자리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을 꼭 방문하도록 우리 모두의 뜻으로 요청합시다"라고 만찬사를 끝냈다.

6·15 5주년 앞두고 독일 정부로부터 일등 대십자 공로훈장 수상

이날 만찬에는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 첸지첸 전 중국 부총리 내외, 도널드 그레그·레이니 전 주한미국 대사 등 외빈과 이해찬 국무총리, 오영교 장관, 그리고 정창영 연세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 앞서 독일 정부로부터 일등 대십자 공로훈장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거행된 독일 대십자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독일 정부를 대표한 가이어 주한독일 대사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수상연설에서 "독일은 우리가 군사독재하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었고 또한 2000년 3월 베를린선언을 한 장소로써 이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물고를 튼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위대한 독일연방공화국으로부터 일등 대십자 공로훈장을 수여받은 것은 저의 평생에 있어서 큰 영광이고 자랑이다"면서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로써 ▲노벨평화상(2000년) 외에도 ▲미국 필라델피아 자유인권상 ▲영국 바스 명예대십자훈장 ▲프랑스 레이옹 도뇌르 대십자훈장 등 주요국 훈장을 모두 받는 진기록을 갖게 되었다. (오마이뉴스 축약)
 
 

올려짐: 2005년 6월 15일, 수 12:3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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