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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스페셜리포트 92] 부시 지지 히스패닉계, 이제 민주당 앞으로!
이라크전-반이민 정서에 반발, 썰물 빠지듯 지지도 감소

(올랜도) 김명곤 기자 = 2004년 대선 이후 미국의 선거 전문가들은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부시가 재선된 이유를 열거하면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도 상승이 없었다면 부시의 재선이 불가능했다고 분석했다.

2004년 대선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40%가 부시를 지지했는데, 이같은 수치는 8년전 밥 돌 공화당 상원의원이 얻은 히스패닉 지지율의 갑절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제껏 부시 만큼 히스패닉의 인기를 끈 대통령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추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부시가 누린 히스패닉 지지도는 썰물 빠져 나가듯 줄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반사적으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에게 히스패닉 지지가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 <유에스에이 투데이>와 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에 대한 히스패닉 지지율이 3대 1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스패닉 지지율, 민주당3 vs 공화당1

그런데, 민주당 지지 히스패닉들 가운데 59%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히스패닉 지지도의 쏠림 현상은 힐러리가 네바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등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주들의 예비경선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어,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후보들의 신경을 예민하게 하고 있다.


▲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공화당 부시 대통령을 지지했던 히스패닉 계의 표심이 민주당 쪽으로 대거 기울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9일 올랜도 콜로니얼 드라이브 바넷파크에 모여 이민법 개정을 외치고 있는 히스패닉 지도자들.

이처럼 히스패닉 지지자들이 공화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반이민 태도 때문이다. 특히 지난 대선 이후 히스패닉 지지자들은 공화당이 더이상 자신들의 보호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차기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로 선회하여 자신들의 역량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출마자들은6월말 올랜도에서 '선출직 및 임명직 라티노 관리 협회(NALEO)'가 주최한 포럼에 참가하도록 초청을 받았으나, 스케줄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화당 후보들이 참석해 보았자 야유를 받을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NALEO 사무총장 애투로 배르가스는 <유에스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 후보들은 히스패닉 표를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 그들의 행동을 보면 그와는 다르다"면서 이미 공화당 후보들이 히스패닉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0년과 2004년 대선에서 각각 민주당의 앨 고어와 존 케리의 히스패닉계 고문으로 일했던 호세 빌래리얼 변호사는 "한때 선거꾼들에게 히스패닉이 별볼일 없는 거추장스런 집단으로 비쳐진 적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현재 히스 패닉 커뮤니티는 주식을 공개적으로 상장한 신흥기업과 같다"며 급신장된 히스패닉 파워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히스패닉 커뮤니티는 공개 상장한 신흥기업 같다"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히스패닉 파워를 가장 잘 인식하고 이를 이용한 사람은 부시 대통령이었다. 조지 부시는 텍사스 주지사 후보와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히스패닉 표를 겨냥하여 히스패닉들이 중요시하는 덕목을 칭찬하고 나서는가 하면 종종 스페인어를 사용하여 환심을 사려 애썼다.

그는 오랫동안 개혁 이민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 히스패닉들로부터 인기를 유지해 왔다. 결과적으로 그는 지난 2000년과 2004년 선거에서 히스패닉들로부터 각각 35%와 40%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이는 1996년 대선에서 밥 돌 상원 의원이 얻은 21%의 지지율에 비하면 엄청난 성과라 할 수 있다.

지난 2005년까지 히스패닉 가운데 스스로를 공화당원 또는 공화당 지지자라고 지칭한 사람들이 3분의 1에 달했을 정도로 공화당에 대한 인기가 지속됐다.

히스패닉계 도서관 사서 밀리 리나레스(47)는 "2004년 선거에서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동료들에게 권유한 것은 일종의 미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현재 배럭 오바마의 열렬한 지지로 변했다. 민주당원인 그녀의 언니 길다 로페즈(56)는 이라크 사태와 히스패닉에 대한 공화당의 태도에 대해 매우 우려를 표하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히스패닉이라면 공화당에 투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는 히스패닉의 11%만이 스스로를 공화당원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같은 비율은 2005년의 19%에 비해 8%가 떨어진 것이다. 반면에 민주당원이라고 밝힌 히스패닉은 2005년 33%에서 현재 42%로 9% 포인트 증가했다.

무소속 히스패닉 가운데에서도 민주당에 기울고 있다고 응답한 히스패닉이 58%인 반면, 공화당에 기울고 있다고 응답한 히스패닉은 20%에 불과했다.

히스패닉의 민주당 쏠림 현상은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양당 대표 주자들에 대한 지지도 차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루디 줄리아니에 대한 히스패닉의 지지율은 66%대 27%로 클린턴이 무려 39% 포인트를 앞질렀다.

부시가 누렸던 히스패닉표, 힐러리에게 고스란히!

플로리다 출신으로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인 멜 마르티네즈 상원의원은 내년초 벌어질 예비경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려는 사람은 히스패닉 표를 잡아야만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바 이민자 출신인 마르티네즈 의원은 현재의 히스패닉 지지도 수준으로는 공화당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이같은 언급을 한 것은 현재 미국인구의 8분의 1이 히스패닉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현재 인구증가 추세 대로 간다면 2050년에는 히스패닉이 미국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전망이다.


▲ 이민법 개정을 외치고 있는 히스패닉 군중들.

이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부시가 잡아 놓은 히스패닉 표까지 민주당으로 대거 넘어가고 있는 것은 공화당에 뼈아픈 사실일 수 밖에 없다.

힐러리의 첫 히스패닉 선거 메니저인 패티 솔리스 도일은 힐러리 는 부시가 누렸던 히스패닉의 지지도를 고스란히 넘겨 받고 있는 중 이라고 말했다.

현재 힐러리의 캠프는 히스패닉 여론조사 전문가, 히스패닉 지지 확산 디렉터, 스페인어 미디어 섭외 담당자 등을 두고 있다. 힐러리는 이미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로스앤젤레스 시장, 로버트 메넨데즈 뉴저지 상원의원 등을 포함한 히스패닉계 정계 인사들의 지지를 확보해 두고 있다.

일단 힐러리는 히스패닉들 사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후보라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많은 히스패닉들이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에 크게 호감을 가져 온 점도 힐러리에게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1992년과 1996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은 히스패닉으로부터 각각 62%와 72%의 몰표를 얻었다.

히스패닉계 민주당 대선 후보인 뉴 멕시코 주지사 빌 리차드슨이 꾸준히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바로 히스패닉계의 후원 때문이다. 그러나 리차드슨은 아직 히스패닉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매우 낮다. 여론조사에서 10명의 히스패닉들 가운데 6명은 이미 의원과 장관을 지낸바 있는 빌 리차드슨에 대해 이름 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리차드슨은 이때문에 스페인어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등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 가운데 힐러리의 가장 강력한 적수인 배럭 오바마도 히스패닉의 표심을 얻기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히스패닉 가운데 반 수 정도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인 오바마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으며, 히스패닉 민주당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오바마에 대한 지지도는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올해 와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는 히스패닉들로부터 가장 낮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의식하고 있는 오바마는 최근 한 캠페인 연설에서 자신이 시카고에서 젊은 시절 지역사회 봉사 리더로 일하면서 흑인이나 백인 뿐 아니라 히스패닉들을 위해서도 일해온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시카고 농장 작업부들의 리더로 헌신한 케자르 차베즈를 미국 민권운동의 영웅들 가운데 하나로 치켜 세우는가 하면, 만약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라틴 아메리카와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공화당 후보들 "히스패닉표 놓칠 수 없다" 필사적 반격

민주당 후보들이 엄청난 기세로 파워를 키워 나가고 있는 히스패닉 표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반면, 공화당 후보들은 아직은 히스패닉 사회의 민심이 돌아선 이유를 파악하기에 바쁘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라크전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마음을 어둡게 만들었고, 최근 공화당 의원들과 대선후보들이 이민법 개혁 논의에서 보여준 강경한 반이민 입장이 히스패닉의 표심을 더욱 싸늘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공화당 의원들의 강경한 반이민 태도를 1천200만명의 불체자들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히스패닉에 대한 인종차별적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히스패닉의 부시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도는 29%에 불과하다. 이같은 수치는 인종 구별 없이 전체를 통틀어서 조사했을 경우 부시의 직무수행 지지도 32%보다 3% 포인트가 더 낮은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나마 일부 공화당 후보들은 서서히 반격의 채비를 갖추며 활로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반이민법 철폐를 외치고 있는 히스패닉 학생들.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 이민 입장을 보여 왔던 존 멕케인 상원의원은 베트남전과 이라크전에서 보여준 히스패닉들의 용기와 희생을 칭찬하면서 히스패닉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다른 공화당 주자인 미트 롬니는 지난 3월 남부 플로리다 지역 텔레비전에 스페인 광고를 내보내고, 캠페인 웹사이트에는 자신의 아들을 칭찬하는 내용의 스페인어 비디오 '미 파파(mi papa)'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화당 후보들은 내년초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히스패닉계 대의원들 보다는 반이민 입장을 보여온 보수파 대의원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경선후 본격적으로 벌어질 대선전에서 히스패닉 표를 공략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줄리아니 같은 후보는 부시가 주장해온 개정 이민법을 '전형적인 워싱턴의 졸작'으로 보고 있으며, 톰 탄크레도는 선거전략의 주요 주제로 반이민을 내세우고 있다.

마르티네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예비경선에서는 이데올로기적인 문제 보다는 개인 후보와의 특별한 관계에 따라 표심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민법 이슈로 인해 히스패닉계 대의원들이 특정 후보에 대해 등을 돌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히스패닉 표심, 민주당 지지 계속될까?

한편 2008년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히스패닉 표를 다시 긁어 모은다고 해서 히스패닉이 흑인들 만큼 견고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될 것라는 예측을 하기에는 때가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히스패닉 가운데는 어느 당에도 편향되지 않는 무소속으로 자칭하는 사람들이 다른 비 히스패닉 인종들보다 두 배나 많다는 사실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 해 주고 있다.

또한 전체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줄고 있기는 하지만, 몇몇 공화당 지도자들은 여전히 히스패닉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가령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제 2기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39%의 히스패닉표를 얻었으며, 케이 배일리 허치슨 텍사스 상원의원은 44%의 히스패닉 표를 얻었다.

퓨 히스패닉 센터 디렉터인 로베르토 수로는 이에 대해 "히스패닉 표심이 정당을 기준으로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지지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르가스도 "민주당으로 돌아온 히스패닉이 민주당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판단은 잘 못이다"면서 "히스패닉 표심은 유동적이어서,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표심을 잡았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로서는 히스패닉 표심이 민주당으로 대거 쏠리고 있다는 것이고, 지난 200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의 경우처럼 남부 주요 접전지역에서 히스패닉 표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지도부가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히스패닉 지지표를 회복시키기위해 암중 모색하고 있는 이유다.
 
 

올려짐: 2012년 3월 16일, 금 7:0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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