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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스페셜 리포트 75] 카스트로 사후 쿠바 어디로 갈까?
'쿠바 개혁'에 촉각 곤두세우는 플로리다 쿠바인들

(올랜도) 김명곤 기자 =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세번에 걸친 수술이 실패로 끝나며 위중한 상태에 빠져 있다고 15일 스페인의 엘 파이스 인터넷 판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플로리다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쿠바인들은 카스트로 사후 쿠바의 정정이 어떻게 변화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엘 파이스가 마드리드의 그레고리오 매라논 병원의 두 명의 관계자들의 전언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병원의 외과 의사 호세 루이스 가르시아 사브리도가 지난해 12월 카스트로의 병환을 치료하기 위해 쿠바를 방문했으며, 카스트로의 대장에 심각한 병균 감염, 세번의 수술 실패, 합병증세로 인해 상태가 매우 위중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진단을 했다는 것.


▲ 피델 카스트로.

쿠바 당국은 지난해 7월 31일 피델 카스트로가 그의 동생이자 국방부 장관인 라울 카스트로에게 임시로 권좌를 물려준 이후 카스트로의 병세에 대한 소식을 거의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대장 수술 이후 쿠바 국내는 물론 국외에까지 카스트로의 병세에 대해 각종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쿠바 정부는 지난해말 발표한 성명에서 카스트로의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했으며, 마침 쿠바를 방문한 미국의 의원들에게 카스트로는 암이나 치명적인 질환에 시달리지는 않고 있으며 곧 공석에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의 국영 언론 매체들은 피델 카스트로가 사적인 장소에서 파자마 차림으로 고위 인사들을 접견하는 사진과 비디오를 보여 주었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 카스트로의 새로운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주요 미디어가 카스트로의 병세에 대한 이번 처럼 카스트로의 병세를 상세하게 보도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카스트로가 암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왔으나, 카스트로 담당 의사 가르시아 사브리도는 이를 부인했다. 몇몇 미국 의사들은 카스트로가 60세 이상의 사람에게 나타나는 소장 출혈 증세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왔으며, 심각한 경우 긴급 수술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AP 통신은 미국 의사들의 이같은 추정은 이번 엘 파이스의 보도로 사실로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엘 파이스는 병원 관계자의 말을 빌어 지난 여름 카스트로가 갑자기 장출혈 증세를 보였으며, 이 때문에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카스트로의 장에 병균 감염이 확산되면서 그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으며, 결국 만성 복막염으로 전이되었다고 전했다.

"라울 카스트로, 부드럽게 빠르게 정권 장악할 것"

]한편 카스트로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카스트로 사후 쿠바의 정정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 지에 대해 누구보다도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은 플로리다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쿠바인들이다.

일단 이들 쿠바인들은 카스트로 사망 이후 쿠바에 진출하고자 하는 미국은행, 패스트푸드 식당, 건설회사 등은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카스트로 사망에 도 불구하고 쿠바가 민주주의로 급속하게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마이애미 대학의 쿠바와 쿠바-미국 연구소 하이메 술리키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카스트로가 사망하면 쿠바 체제가 즉시 붕괴될 것이라고 믿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서 “피델 카스트로가 사망하면 라울 카스트로가 정권을 완전히 장악할 것이며 정권장악은 부드럽고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관료들은 먼저 안보에 대해 걱정할 것이며 그 다음 반란이나 시위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초반, 남미 담당 국가정보요원이었으며 '피델 이후: 카스트로 체제와 쿠바의 차기 지도자에 대한 내부 이야기' (After Fidel: The Inside Story of Castro’s Regime and Cuba’s Next Leader)의 저자인 브라이언 라텔은 “피델은 그의 개인적 카리스마로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가 있었지만, 라울은 카리스마 없는 무자비한 인물이다”면서 “하지만 탁월한 조직가인 라울이 47년간 군대를 이끌어 오면서 피델이 정권을 유지하는데 버팀목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 다"고 말했다.

마이애미 대학의 앤디 고메즈 부학장은 “카스트로 사망 이후 쿠바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변화는 느리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실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구 귀국자 적을 듯...망명객들 "고국 재건 위해 일하겠다"

카스트로 사후 쿠바의 정정에 급속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쿠바계 전문가들의 이같은 예측에도 불구하고 마이애미에 거주하고 있는 일반 쿠바인들은 지척에 두고 있는 고국땅을 자유롭게 왕래할 날이 임박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을 설레이고 있는 기색이다.

플로리다 남부에 살고 있는 80만 명의 쿠바인들 중 대다수는 카스트로 이후 쿠바체제가 자유화되더라도 쿠바로 영구 귀국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스트로의 쿠바혁명 후 거의 5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마이애미가 그들에게 제2의 고향이 되었을 뿐 아니라, 플로리다에서 태어난 쿠바 2세들의 경우 쿠바와 아무런 유대가 없고 그 곳에서 살고 싶어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어렵게 쿠바를 탈출한 망명자들도 쿠바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3년 전 망명한 페레즈 발리엔테는 “나이가 많은 망명자들은 쿠바의 참상을 모른다. 이제 쿠바에는 좋은 것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서 나는 쿠바를 무척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40여 년 동안 마이애미에서 망명생활을 하며 쿠바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있는 라몬 사울 산체스 같은 인물은 카스트로가 죽고 나면 쿠바로 돌아가 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산체스 처럼 정치적 망명의 길을 택한 쿠바인들은 돌아가서 쿠바를 재건하고 쿠바에 자본주의를 도입하고 정치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몇 해 전 부모의 고향인 쿠바의 시엔푸에고스시 시장에 출마할 의사를 표명한 바 있는 데이비드 리베라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은 <마이애미 선 센티널>과의 인터뷰에서 “조국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을 마련하는 데 공헌하고 싶다”면서 “쿠바의 재건은 많은 희생이 따를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나도 기꺼이 그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처럼 쿠바의 정치적인 개혁을 위해 귀국하기를 원하는 측들이 있는가 하면, 쿠바의 경제 재건을 위해 귀국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 카스트로 병세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마이애미 쿠바인들의 모습을 CNN이 담았다.

쿠바의 경제 재제가 풀린 이후의 사업전망에 대해 15년 동안 연구해 온 쿠바-캐러비안 투자회사의 테오 바분 사장은 사업계획이 반 정도 완성되어 적절한 시기가 오면 쿠바에서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이애미 대학의 하이메 슈쉴리키 쿠바연구소장은 “쿠바에 투자가 이뤄지기 전에 사유재산권 보호를 위한 법률제도나 교환가능한 통화제도 등 몇가지 중요한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하고, 동시에 미국법률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변화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질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한다.

라울 카스트로 “미 행정부의 누군가가 오판할 가능성 배제하지 말아야”

그러나 이들이 바라는 쿠바의 개혁은 미국과 쿠바와의 관계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매우 요원해 보인다. 피델 카스트로의 후계자인 라울 카스트로의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라울 카스트로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협박이나 압력에는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부시 행정부에 경고했다.

라울은 지난해 8월 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미디어 선전전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반 카스트로 단체에) 8천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 등을 세우고 있다”며 “우리는 미 행정부의 누군가가 오판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라울은 “압력이나 협박을 통해서 미국이 쿠바로부터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음을 명백히 알아야 한다”면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미국의 현정부가 종종 취하는 자만에 가득찬 (쿠바에 대한) 간섭정책”이라고 덧붙였다.

1953년 쿠바의 독재자 풀젠시오 바티스타의 군대를 친형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무너뜨린 라울은 헌법에 따라 피델 카스트로가 죽거나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을 때 피델 카스트로를 자동적으로 대행하게 되어 있다.

지난 40여 년 동안 미국의 대 쿠바 정책은 무역제재 등을 통해 쿠바의 일당독재체제를 종식시키는 것이었으며, 이로 인해 쿠바의 이웃 국가들은 1961년 1월 이후 쿠바와 외교관계를 단절해 왔다. 미국무부는 현재 쿠바의 권력이양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라울 카스트로 정권과 미국과의 관계가 과거처럼 평행선을 긋게 될 경우, 쿠바의 갑작스런 변모는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플로리다 거주 쿠바인들이 장래 쿠바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에 설레이면서도 지나친 낙관을 삼가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려짐: 2012년 3월 16일, 금 7:0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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