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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스페셜리포트 88] 2008년 미 대선주자, '변화'냐 '경험'이냐
이미지 메이킹에 열올리는 미 대선 후보들

(올랜도) 김명곤 기자 = ‘변화’냐 ‘경험’이냐. 때이른 대선 열기에 휩싸여 있는 미국 사회가 차기 대통령으로 어떤 성향의 후보를 뽑을 것인지를 놓고 벌이고 있는 질문이다.

일단 이라크전이 진창에 빠져 있고 부시 행정부의 국제관계가 오리무중에 빠져 있는 현재의 정황으로 보면, 월남전의 실패를 추궁한 1976년 선거와 걸프전의 여파가 미친 1992년의 선거에서 처럼 2008년 대선에서 변화를 추구할 새 인물이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라크전이 ‘미완료’ 상태에 있는데다, 9/11 테러 참사 이후 테러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때보다도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미국사회가 대폭적인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현상유지를 통한 발전을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상존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2차대전이 막바지에 다달았던 1944년도의 선거와, 가장 가깝게는 지난 2004년 대선이 이같은 전망의 근거를 이루고 있다. 1944년에는 연이은 ‘대전’으로 미국민들이 지쳐있었고, 2004년 대선에서는 포로학대와 이라크 침공 명분 조작 스캔들로 정국이 온통 들끓었으나 미국민들은 현직 대통령을 재선시켰다. ‘전시에는 말을 바꿔 타지 않는다’는 미국사회의 오랜 경구가 미국 대선에서 그대로 적중한 경우들이다.

전문가들, “변화 내세우는 후보가 일단 유리”

그렇다면 2008년 대선에서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전문가들은 ‘경험’을 중시하는 후보보다는 ‘변화’를 강력하게 추구하는 후보가 2008년 선거에서 대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 민주당 대선후보들. 좌로부터 배럭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존 에드워즈.

2004년 대선에 출마했고 이번에도 다시 출마하는 민주당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 같은 이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경력자’ 보다는 진지하게 변화를 추구할 인물을 고를 것이다”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는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 받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2004년 대선 당시 상원의원 초선 경력밖에 없었던 에드워즈가 자기 방어용으로 이같은 말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2004년 부시가 재선된 이후 전개되고 있는 국내외 상황에 지친 미국민들이 변화를 바라고 있다는 것은 이미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잘 나타난 바 있다.

정치경력으로 말하면 에드워즈 보다 더 보잘 것 없는 배럭 오바마의 경우 또한 이같은 ‘변화’ 요구에 걸맞는 후보로 꼽히기에 충분하다. 오마마가 일리노이주 의원을 하다 워싱턴 정가에 발을 디딘지 3년만에 몇차례의 연설로 일약 ‘스타’가 된 것은, 부패, 파당, 편협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기성 정치인들에 식상한 미국민들에게 싱싱한 신세대 이미지를 각인시킨 덕분이다.

오바마는 2월 10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구태에 젖은 정치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역사의) 새 페이지를 열어야 할 시점이다”고 간단 명료하게 선언했고, 이같은 그의 메시지는 큰 여파를 일으켰다. 애송이 불과하다고 여겨지던 그는 최 단기간에 최대의 선거자금을 끌어 들였고 연설장과 인터넷 사이트에서 지지자들의 열화같은 성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치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가 참신한 이미지 만으로는 긴 대선기간 동안 취해지는 각종 검증에서 견뎌내기는 무리가 많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즉 현재 미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개혁 성향에다 ‘준비된’ 후보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참신성 이미지 오마마, 긴 선거기간 버틸 수 있을까?

가령 오바마가 최근 네바다에서 가진 포럼에서 오랫동안 미국사회의 이슈가 되어 온 의료 보건 정책에 대한 대안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으며, 테러공격에 대한 대처 방안을 묻는 질문에도 우물쭈물 넘겨 지지자들을 불안케 했다. 그가 답한 내용은 구체적이고 새로운 대안 보다는 효과적인 재난 대처 노력과 뛰어난 정보요원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정도의 피상적인 몇마디가 고작이었다.

이를 지켜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우리(후보)는 이같은 질문에 재빨리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핀잔성 발언을 했다. 현재 미국사회에서 최대 현안 이라 할 수 있는 ‘의료보험’과 ‘테러’ 이슈에 준비가 덜 되어 있는 오바마의 약점이 노출된 것을 겨냥하여 거의 직설적으로 내뱉은 말이다. 내년초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민주당 경선에서 오마마의 최대 경쟁자인 힐러리는 이를 다시 들고 나올 게 뻔하다.

힐러리 캠프에서는 힐러리가 오바마에 비해 참신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2기째의 상원의원 경험에다 활동적인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경력’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힐러리를 빌 클린턴 대통령과 연계시켜 그녀를 지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응답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이번달 실시한 <유에스에이 투데이-갤럽> 여론조사는 힐러리의 인기도가 오바마를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힐러리의 지지자들이 힐러리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힌 첫째 이유는 그녀의 ‘경험’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오바마의 지지자들이 오바마를 지지한 주요 이유를 ‘참신성’과 ‘새 아이디어’라고 꼽았다.

‘관록’과 ‘경험’ 내세우는 힐러리-맥케인

현재 두 후보는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이 '변화'와 ‘참신성’이 될 것인지, 아니면 ‘경험’이 될 것인지 저울질을 하고 있다. 두 후보는 우선 자신에게 각인되어 있는 기존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키는 한편, 약점으로 여겨지는 이미지에 대해서도 방어논리를 개발하려 애쓰고 있다.

힐러리는 남편이 즐겨 사용했던 ‘변화 주도자(change agent)’가 되겠다면서 고루한 정치행태를 벗어나 인터넷 세대에 부응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번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역사의) 새 페이지를 연다거나, 나라의 방향을 변모시키는 데 대해 두려워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한마디로 한 나라의 지도자는 변화를 지향하면서도 경험 역시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측 역시 힐러리의 '꽃놀이 패'식 양면 공세에 조금도 밀리지 않겠다는 자세다. 오바마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주 의원이었고 커뮤니티 지도자였으며, 인권 변호사였다”면서 오바마의 경력을 내세우고 “열거하라면 얼마든지 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뉴 햄프셔에서 가진 캠페인에서는 “물론,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도덕적인 기준이 없는 경험만으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혈전의 단계에 접어든 민주당에서는 그렇다 치고 공화당은 어떤가.


▲ 공화당 대선후보들. 좌로부터 존 맥케인, 루디 줄리아니, 힐러리 클린턴,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 미트 롬니는 스스로를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로 자칭하면서 자신이 ‘변화의 대선 주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가하면 전 뉴욕 시장 루디 줄리아니는 자신이 2001년 9/11 테러 공격 뒷처리의 공로자임을 내세워 ‘경험의 대선 주자’로 꼽히고 있다. 그는 “미국의 대통령에 출마하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나는 테러리즘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존 맥케인은 2000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실패하기는 했지만, 그는 당시 스스로를 개혁주의자로 표방했다. 이번 대선에서 다시 공화당 후보로 경선에 임한 그는 보수층을 겨냥한 듯 개혁 이미지 보다는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자신의 나이를 의식한 듯 “나는 진흙탕에서 딩굴었고 많은 상처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길을 달려오는 동안 많은 것을 익혀 왔다”고 말했다.

이라크 사태, 이란-북한 문제가 관건 될 듯

결국, 이번 대선에서 각당 후보들은 ‘변화’ 추구자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인지, 아니면 ‘경험’을 내세워 안정 소구층을 겨냥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처지에 있다. 상황의 변동에 따라서 그때그때 마다 무게 중심이 달라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가령 지난 4년여 동안 최대의 이슈가 되어 온 이라크 사태가 지지부진하거나 더욱 악화되고, 이란 및 대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머물게 될 경우, 단연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특히 '변화'를 내세워 온 민주당 후보들은 지난 중간선거의 '변화' 분위기가 더욱 거세지면 거세졌지 완화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반면, 예상 밖으로 국제관계에서 이와 반대 현상이 일어날 경우, 폭등하는 오일 가격과 침체된 주택경기가 진정되어 국내 경기가 호전될 경우 ‘경험’을 내세우는 후보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불만스럽지만 부시에게 표를 던진 안정 희구층이 아직은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아직 대선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변수가 생길 여지는 많다. 현재로서는 유권자들이 '변화'를 내세우는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경험을 내세우는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섣부른 예단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려짐: 2012년 3월 16일, 금 7:0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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