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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스페셜리포트 80] 대외정책 진로 바꾸는 '고집통' 부시
이란-시리아 대화 슬그머니 추진…백악관, “변화 아니다” 강변

(올랜도) 김명곤 기자 = 3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란 및 시리아와 대화를 거부하며 이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조롱해 왔던 부시 대통령이 이란-시리아의 대화를 위해 밀사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종래의 강경한 태도를 크게 바꾼 것이어서 이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들어 부시 대통령이 종래의 입장을 바꾼 것은 이란 및 시리아와의 대화 수용에 국한되지 않는다.


▲ 부시 대통령이 지난 6일 워싱턴 디시에서 열린 제 47차 전국재향군인회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이후 부시는 럼스펠드를 해고하고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허용했으며, 이라크에 미군을 증파했고, 중동평화협상에서 팔레스타인 국가의 구분선을 토의하는데 동의했다. 여기에다 수천만명의 미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세금인상을 제안했다. 이 모든 것이 종래의 강경한 입장에서 대폭 변화된 것이다.

'이라크 스터디 그룹' 공동의장으로 부시에게 이라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라크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국인 이란과 시리아와 대화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던 리 해밀턴 전 의원은 부시의 이같은 변모를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밀턴 의원은 <워싱터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가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내게는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현실이 명백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국제적 이슈에 좀처럼 진전이 없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부시의 ‘현실대응’ 환영

부시의 행로 변경은 만족을 주지는 못하는 수준이지만 민주당과 몇몇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전 상원의원이자 부시의 아버지와 친구 사이인 와렌 루드맨은 “이제껏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경직된 자세를 견지하고 있던 부시 행정부에 짜증을 느껴왔다”면서 “어떤 행정부 든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게 되는 현실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자신에게 이번과 같은 행로 변경은 쓰디 쓴 것일 수 있다. 부시는 이제껏 정치적인 조류에 따라 신념을 바꾸어 왔던 앨 고어와 존 케리 같은 사람들을 ‘변덕쟁이’로 치부하면서 자신의 핵심적인 원칙의 고수를 통해 정치적으로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한치도 양보하지 않을 것 같던 부시가 한 순간에 그렇게 고수하던 입장을 저버리고 다른 입장을 취하게 된 것이다.

사실상 모든 정치인들은 때에 따라 ‘변덕쟁이’가 되어 왔다. 통치력은 때때로 그것을 필요로 하는데, 만약 이같은 변덕이 기술적으로 행해질 경우 ‘통찰력 있는 행위’로 또는 ‘정치적 성숙’으로 보여지게 된다. 고어와 케리가 이같은 면을 보여 주었을 때는 자신들의 이미지와 관련되어 정치적인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공화당원 미트 롬니가 왜 낙태와 동성애자 권리에 대한 자신의 기존 입장을 바꾸게 되었는지 누누히 설명하려 애쓰고 있는 것이나, 힐러리 클린턴이 끝내 이라크전 찬성 투표에 대해 사과를 거부한 것도 정치적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란-시리아 대화는 오랫동안 추진해온 절차에 따른 것”

부시 경우도 임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군대를 이라크에 보내 더이상의 증파가 필요없다고 주장해 왔으면서도 결국 수년이 지난 후 증파로 입장을 바꾸었는데, 그는 이같은 입장변화를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귀착시키며 정당화 했다.

흥미로운 것은 백악관 참모들이 부시의 이라크전 증파 결정이 ‘임무를 완수한다’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조치라면서 ‘부시가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라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의 억지 주장은 이뿐 아니다.

가령 부시의 새 의료정책으로 3천만명의 미국인들로 부터 세금을 더 거두어 들이게 되었는데도, 백악관측은 실제 세금인상은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실제로는 의료정책 추진과정에서 1억의 다른 미국민들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주어 전체적으로는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된다는 주장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시가 이라크가 후원하는 컨퍼런스에 미국 사절이 참석할 것이라는 공표를 한 후 토니 스노우 백악관 대변인은 이같은 조치가 ‘정책의 변화’로 치부되고 있는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여러분들은 그것을 틀리게 표현하고 있는데, 도대체 내가 그게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의 머리속에 어떻게 넣어주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정말 이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여기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오랫동안 추진되어 온 절차에 따라 일어나고 있는 어떤 것이다. 여기에서 다국적 포럼이 열리고 있고 이란인들이 그 장소에 있다고 해서 우리 대표들이 퇴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의 비판자들은 이같은 백악관의 ‘말장난’에 헛웃음을 치고 있다. ‘변화’가 너무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주까지 부시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는 것은물론, 시리아가 레바논을 개입을 멈추고, 두 나라가 테러 그룹에 대한 지원을 멈추지 않는다면 결코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사실을 떠 올리면서 부시의 갑작스런 행로 변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부시는 지난달 한 기자회견에서도 두 나라와 협상을 시도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면서 이같은 태도를 강경하게 고수했다. 부시는 그 자리에서 “사람들은 무조건 ‘만나라! 앉아라 그리고 만나라!’고 말해대고 있다”고 비웃으면서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만약 그런 말들이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낸다면, 그것은 내가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주 후 그는 자리에 앉아서 이라크의 이웃들과 만나는 것에 동의했다. 그가 이전에 그렇게도 요구했던 조건들이 전혀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보수주의자들 ‘대통령의 공언과 행동이 이처럼 큰 차 드러낸 적 없다”

보수주의자들은 부시의 이같은 변모에 대해 즉각 분노를 표현했다. 아메리칸 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레딘은 “나는 대통령의 공언과 실제 행동 영역이 그처럼 큰 격차를 드러낸 행정부를 이제껏 보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의 공언은 정책을 드러내고 있는데, 적어도 이 행정부에서는 그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레딘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무장 세력을 돕고 있는 이란과 회담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이란인들은 우리 젊은이들을 죽이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향하여 공공연한 도발을 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우리는 이란의 안중에도 없는 이라크의 안보를 위해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 같은 자리에 앉아야 한단 말인가?”고 분노를 표현했다.

부시의 다른 측근들도 부시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변덕을 부렸다고 비판한다. 그들은 부시는 협상은 6자회담에서만 가능하다면서 북한과 일대일 회담을 거절해 왔으면서도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베를린에서의 일대일 양자 회담에 동의했다고 주장한다.

부시 행정부의 전 유엔대사 존 볼튼은 “베를린 회담은 북한의 악한 행동에 대해 응징하려는 전략을 포기한 부시의 분명한 입장변화”라고 못박았다.

볼튼은 지난주 북한의 우라늄 농축에 대한 주장을 지지한 부시 행정부 관리들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미디어의 농간을 통해 부시 행정부가 약하게 보일 위험성이 있다”면서 “만약 대통령이 미디어의 농간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당장 그같은 짓을 멈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시는 전에도 전략적으로 어떤 제안이 그의 이익에 부합될 때에는 입장을 바꾼 일이 있다. 가령 국토안보국(DHS)의 창설에 처음에는 반대했으나 나중에 극적으로 입장을 바꾸었던 예가 그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때에도 본래 목적한 항로인 ‘안보’를 향해 요령껏 잘 순항해 나아가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부시는 역사책 기록을 위해 연극을 하고 있다”

부시의 이같은 경험은 지금 그의 ‘변덕부리기’에 대한 비판에 대해 어느정도 면역을 주는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이때문에 부시는 맘놓고 변덕부리기를 시도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같은 입장 변화는 묘하게도 부시 자신에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로버트 돌의 1996년 대통령 켐페인을 지휘했던 스콧 리드는 “그것(부시의 입장 바꾸기)은 실제로 따뜻하게 환영받을 수도 있으며, 그의 인기도가 상승하는 요소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부시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자신의 기록을 빛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면서 “그들은 이제 역사책의 기록을 위해 연극을 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올려짐: 2012년 3월 16일, 금 7:1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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