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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시간: (EST) 2021년 9월 17일, 금 2:33 am
[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강대국 미국이 왜 공포에 떨어야 할까요?"
[국제 불교 기독교 컨퍼런스] 세계 종교 지도자들의 평화 촉구 메시지


▲ 국제 불교 기독교 컨퍼런스 강연 모습 ⓒ안희경

4월 17일부터 20일까지 미국 뉴욕에 있는 유니언 신학대학에서는 '국제 불교 기독교 콘퍼런스'가 열렸다. 진취적 신학의 요람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유니언 신학대가 '깨달음과 해방: 참여 불교도와 해방신학자들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갈등과 경계를 허무는 만남을 이뤄낸 것이다.

이 자리에는 세계적인 학자뿐 아니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앙받는 굵직한 국제 활동가들이 다수 참여했고 인권·여성·인종차별·경제 개혁·생태 등 사회 각 분야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이끌었다. 이렇게 남미·아프리카·유럽·아시아·북미의 정신적 지도자들을 한 자리로 불러 모은 이는 해방신학계의 거두이자 사회 운동가인 유니언 신학대의 폴 니터 교수이다.

여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신학자로 세계적인 활동을 벌이는 유니언 신학대의 정현경 교수와 정경일 박사가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속되는 갈등과 고통의 반복을 끊어내는 새로운 평화 협력을 이끌어 내도록 장을 마련하였다.


▲ 폴 니터 ⓒ일감

참가자는 미국을 대표하는 신학자이자 사회 민주주의자로 막강한 대중 영향력을 행사하는 코넬 웨스트 교수, 주민 각자가 지도자가 되는 사르보다야 슈라마다나 운동의 창시자인 스리랑카 아리야라트네 박사, 대안적 자본주의를 제시하는 하이델베르크 대학 석좌 교수인 울리히 듀크로, 대안적 노벨상이라 불리는 '라이트 라이블리후드상(Right Livelihood Award, 바른생활상)' 수상자 태국의 수락 시바락사 등 35명이다. 이 가운데는 한국의 도법 스님과 법륜 스님, 신학자 김영복 교수도 포함된다.

컨퍼런스 취재를 떠나는 즈음 미국의 정세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로 인해 암울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을 경쟁적으로 보도한 미국 언론 덕분인지, 여론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전해지는 분위기에는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대중의 분노가 느껴졌다. 더불어 미국 정부의 테러에 대한 대응 역시 12년 전 9·11 테러 당시 보여줬던 응징의 대상 찾기 모습 그대로였다.

무고한 시민의 희생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지만, 폭력의 순환 고리를 계속해서 연장시키고 대립과 불안을 부풀리는 미국과 언론의 모습은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이번 콘퍼런스에 참가하는 지도자들에게 그 무엇보다 평화를 부르는 묘안에 대해 의견을 구하고 싶었다. 반갑게도 콘퍼런스에 모인 이들에게서 평화선언을 채택해 세계인에게 전달하자는 의견들이 일어났다. 주최 측인 폴 니터 교수는 세계 첫 불교 기독교 사회운동 세력이 모인 이 자리에서 한반도의 전쟁 종식과 국제 평화를 위한 선언문을 마련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콘퍼런스 이튿날 오후, 발표 주제인 '전쟁과 폭력으로부터의 고통'에서 정현경 교수가 보스턴 마라톤에서 벌어진 폭발물 테러와 관련하여 보다 깊은 성찰을 요구했는데, "테러리스트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집니다"라는 호소로 힘겨루기 속 약자와 강자의 대립이 낳는 무고한 참사를 들여다보게 했다. 더 나아가 정 교수는 한반도의 고조된 긴장 관계를 조명하며 그 속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남북한의 대중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직시하도록 했으며, 참석자들이 오랜 시간 마음속에 가졌던 남북한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은 필자가 직접 인터뷰한 주요 참가자들의 평화 촉구 메시지 중 일부이다.

"평화가 없다면 돈과 권력도 사라진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 머시 암바 오두요에 ⓒ안희경

머시 암바 오두요에(78) : 가나출신 세계적인 신학자이자 아프리카 여성신학자 협의회 창설자. 미국 하버드와 유니언 신학대에서 후학을 지도하기도 했던 오두요에 박사는 특히 아프리카 여성의 인권에 맞서 저항해 왔다.

"제겐 한국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도,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의 통일을 기도해왔어요. 더불어 이제 더 이상의 분쟁과 전쟁은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합니다. 특히 두 개의 코리아는 같은 민족이기에 더더욱 안되죠. 저의 바람은 이렇습니다. 코리아 양쪽의 국민들, 여성들이 나서야 하고, 대통령이 나서야 합니다.

아랍의 봄을 젊은이들이 이뤘듯이 남한과 북한 젊은이들이 '어이 잠깐만 이건 우리 일이야 우리가 이야기할 거니까 기다려' 해야 하는거죠. 왜 미국이 여기에 중심이 되어야 합니까? 빅 파워들이 코리아를 힘의 완충지대로 사용했습니다. 이제 그만, 남북의 문제는 남북이 주도하게 합시다."


▲ 버니 글래스만 ⓒ안희경

버니 글래스만(74) : 젠 피스메이커(Zen Peacemakers) 창립자. 서구의 대표적 사회활동가이며 불교 정신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공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뉴욕 노숙인들과 35년 가까이 생활하며, 명상하는 저술가이기도 하다.

"제가 여러분께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북한의 발언을 들을 때, 그건 그저 '그들의 의견'이구나 라고 받아들이자는 겁니다. 북한이 발표하고 나면 또 미국이 맞받아치잖아요. 그럼 그도 '미국의 주장'이라는 걸 기억하자는거죠. 그런저런 말들 속에서 그대의 감정이 어떤 작용을 할 겁니다. 그럼, 또 기억합시다. 이도 당신의 감정일 뿐입니다. 휘둘리지 맙시다. 그 너머에 진실이 있습니다."

울리히 두크로(77) :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석좌교수로 사회 경제적 문제에 관하여 대안을 제시하며, 경제 환경 정의를 위한 주민 참여 조직, 시민운동 단체, 국제 연대 재단 등을 창설하였다.

"저는 독일 사람입니다. 분단된 나라에서 살았었죠. 하지만 한국과는 다릅니다. 독일은 과거의 행위에 따른 분단이었습니다만, 한국은 강대국에 의해 나누어 졌습니다. 파워게임의 희생이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반드시 북한과의 평화협정에 나서야 합니다. 독일의 경우 동독 공산주의자들은 서독에 의해 무혈 혁명으로 정복되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독일을 방문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우리도 통일을 해야 하지만 서독과 같은 형식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에 동의하며,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두 한국이 모두 강대국으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갖고 서로 존중하며 함께 천천히 가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햇볕정책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평화운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상호 존중하는 통일로 향해야 합니다. 한국의 새 대통령에게 전합니다. 사람들은 권력과 돈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어렵겠지만, 사람들에게 평화가 없다면 우리의 돈과 권력도 사라진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십시오."

"미국이 제국적 행보를 늦추도록 저력 있는 한국인들이 도와주어야"


▲ 로즈마리 레드포드 루터. ⓒ안희경

로즈마리 레드포드 루터(78) : 기독교 여성 신학의 대표 학자이자 활동가로 20~21세기 철학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저술 47권을 남기고 있다.

"미국의 미디어가 문제입니다. 그들은 단 한 번도 북한이 왜 그렇게 미국을 두려워하는지 말하지 않았어요. 미국이 북한에 어떻게 해왔는지 말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북한이 왜 극도의 방어체계를 가지려 하고, 무엇을 염려하는지 알게 된다면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려 들 겁니다. 미국의 미디어는 미국사람들에게 그들이 사로잡힌 두려움의 뿌리를 보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리야라트네(81) 개인이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는 마을 운동인 사르보다야 슈라마다나 운동 창시자. 그는 스리랑카에서 간디의 정신과 불교의 팔정도에 입각한 자아성찰을 중심으로 '적게 소유하고 적게 소비하는 생활' 속에서 갈등 해소 평화정착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스리랑카 인구의 1/4인 1100만의 시민이 그의 운동에 참여한다. 그의 활동은 행복한 마을이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인류의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북 정부는 국민에게 도움이 안 되는 일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북의 사람들도 이제는 접근 방식을 좀 달리 해야 해요. 정신적인 수위에서 다가가야 합니다. 심리학적인 단계일 수도 있는, 명상적인 전개 방식인 그런 고차원적 자세로 가야 합니다. 내가 고통 받고 있듯 상대도 고통 받고 있는 그 지점을 보는 거죠. 우리는 정부가 아닙니다. 우리는 인간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살려서 대화한다면 영적인 집단 에너지를 모아낼 수 있어요.

남한과 북한 모두 어느 지점에서 함께 느끼고 일치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집단적 종합적 의지의 합이 생기고 정부 지도자를 우리 요구로 끌어내게 됩니다. 스리랑카에서 총 들고 싸우는 갈등이 벌어지는 동안에 우리는 명상적인 수준의 정신 작업을 통해 양쪽 지도자를 움직여 냈습니다. 고통을 이해하고 서로의 위치를 하나로 받아들이면서 사회적 요구를 제안하고 키워낸다면 충분히 세상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 코넬 웨스트 ⓒ안희경

코넬 웨스트(59) : 신학자이자 미국 민중의 지도자로 하버드에서 종신교수로 후학을 지도하기도 했으며 예일대·프린스턴대 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유니언 신학대 교수이다. 19권의 책을 쓴 작가이자 영화, 방송, 대중음악 등 다방면에서 사회참여적 메시지로 대중과 호흡하는 대중 스타에 버금가는 철학자이다.

"저는 한국인들에게 지금 한반도 상황에서 여러 감정이 일어나겠지만, 그 너머에 있던 원래의 원칙을 기억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군국주의와 군국주의적 정부를 먼저 살펴보면서 현 사태를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군사적 지배의 역사가 있고 미국은 이를 후원해왔습니다. 한국은 미 제국과 연결되었죠. 미국의 행동은 한국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미군은 보호자를 자처했지만 매우 자주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해 왔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 저는 북한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입니다. 그들은 민주주의에 깊은 상처를 냈습니다. 저는 지금의 상황을 외교적으로 풀어갔으면 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있어요. 한국의 지도자와 미국의 지도자가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야 합니다.

미국 정부… 네, 우리는 제국입니다. 지정학적, 기업적, 정치적 이해관계로 행동해 왔죠. 빈번하게 원칙을 저버렸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미국 정부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저는 한국민을 사랑합니다. 특히 노동운동으로 이뤄낸 총파업의 역사가 제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저력을 갖춘 한국인들이 미국이 제국적 행보를 늦추도록 도와주기 바랍니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서로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추구해야"


▲ 이본느 게바라 ⓒ안희경

이본느 게바라(69) : 브라질 여성 운동가이며 철학자, 신학자이다. 수녀임에도 여성의 낙태권을 위해 활동하다 교황청으로부터 2년간 침묵의 유배를 받기도 했다. 여성·생태적 관점으로 쓰여진 그녀의 저서들이 여러나라 언어로 소개되어 읽히고 있다.

"이번 종교간의 대화 속에서 남북의 상황에 대해 공감하게 되었고, 뜻을 모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평화와 정의 속에서 함께 해야 합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여성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제 조국인 브라질도 여성 대통령입니다. 나는 우리 여성 대통령들이 가난한 이들의 고통, 약자의 고통에 더욱 깊게 다가갈 수 있는 타고난 능력이 있음을 알고 있어요.

남성성에서 나오기엔 제한적인 부분까지 여성으로 다가가는 겁니다. 한국의 여성 대통령이 그들 국민을 돕고 평등한 성, 분배의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겁니다. 그녀는 북한의 지도자에게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요구를 전할 수 있습니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서로 만날 수 있는 그 지점을 추구합시다. 또 다른 전쟁을 만들지 맙시다."


▲ 도법 스님. ⓒ안희경

도법 스님 :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 본부' 화쟁위원회 위원장으로 다툼 없고 평화로운 사회로 가는 길을 내고 있다. 2004년부터 5년간 3만 리를 걸으며 8만 명의 사람을 만나 전했던 생명평화의 가치를 보다 구체적인 사회적 의제로 통합해 내고자 한다.

"미국에 와서 미국인들의 불안과 공포를 더욱 확연하게 느꼈습니다. 이들이 왜 그렇게 이중 삼중의 보안 검색을 해가며 떨어야 할까요. 이란과 북한의 엄포 역시 미국에 대한 저항인데, 강대국 미국이 왜 오히려 공포를 느껴야 할까요. 미국은 원인과 결과를 살피며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적대적으로 상대하는 무지에 빠져 있습니다. 결국 본인들이 불안과 공포에 묶이게 되고, 또 다른 피해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스스로 만드는 겁니다.

적 아니면 아군이라는 2분법적 세계관, 적대적 관계의 방법론으로 다가가는 한 끊임없이 죽음이 이어진다는 경험을 우리는 수천 년 동안 확인해 왔습니다. 이제, 21세기에는 힘의 논리, 싸움의 논리, 승리의 논리로는 안 된다는 경험적 증명을 받아들입시다. 문명사적인 성찰과 진단으로 해석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한반도 위기의 핵심 문제는 미국에 있습니다. 그러기에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인이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풀어내고 만들어 내지 못하고 타의에 의해서 조정되는 이 상황이 제겐 너무나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대통령이 특단의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60년간 다뤄진 남북문제에서 적대적 긴장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아왔기에, 이제는 함께 살아야 한다'는 통일 원칙을 세우고, 대내외적으로 믿음이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 법륜 스님 ⓒ안희경

법륜 스님 : 평화재단 이사장. 1988년 정토회를 설립해 수행을 지도하고, 2004년 평화재단을 설립해 민족의 미래에 대한 장기 전략을 연구하는 등 기아·질병·문맹퇴치와 생태환경운동, 인권·평화·통일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쟁은 안되니까 북한이 도발하도록 내버려 두자도 아니고, 북한이 도발하니까 전쟁을 하자도 아니라는 것이 국민적 입장이라고 봅니다. 지도자는 이 문제를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데, 남북관계를 교류와 협력, 화해와 통일이라는 원칙을 갖고 지키면, 북한이 도발했을 때, 국지적으로 대응해도 전쟁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긴장이 고조되면, 북한이 도발해도 강력하게 대응을 못합니다. 왜냐면, 이러면 바로 확전이 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은 안 된다는 겁니다. 이는 두려워서도 비굴해서도 아니고, 전쟁은 우리에게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기에 '전쟁을 불사한다'라는 말은 하면 안됩니다. 4월은 진정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5월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는 우리가 제기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합의를 해야 합니다. 한미간의 진전된 합의를 하고 북한과 대화하여 평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를 만듭시다. 정전 60주년이니 종전 선언 정도는 하고 평화를 합의하는 거죠. 더불어 우리의 평화 의지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한 발 더 나아가 통일의 디딤돌을 놓는 지향을 가져야 합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3년 6월 01일, 토 6:3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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