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및 제주선만 운행…수출에도 악영향 미쳐

19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이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국제선에서 첫 결항이 발생하고 국내선은 제주를 제외한 대부분 노선이 결항되는 등 ‘항공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이날 화물기 3편도 모두 발이 묶여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로 수출되는 반도체 휴대폰을 비롯한 통신 및 전자제품 230t의 화물 수송이 지연됐다. 지난 18일에도 화물기 7편 중 4편이 결항,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할 IT제품 운송에 차질이 생기는 등 이번 파업은 승객 불편은 물론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병인 아시아나항공 부사장은 19일 “여객 수송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화물기 운항을 전면 취소하더라도 당분간 (원칙적으로) 국제선과 국내 제주 노선은 전편운항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19일 전체 277편 중 70%인 195편이 운항됐다”며 “20일에는 국제선 1편(시드니발 인천행)이 결항되고 화물기는 모두 운항을 중단한다”고 덧붙였다.

화물 수송 중단 하루 평균 25억 손해

수출물량의 약 35%를 차지하는 항공화물 중 아시아나의 비중은 약 26%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화물 수송 중단으로 인한 매출 손실은 하루 평균 25억원,주간 160억원,월간 700억원에 달하며 수출 업체인 화주들의 손실은 하루 1700억여원(제품가격 기준)으로 추산된다고 아시아나항공측은 분석했다.

삼성전자 물류를 전담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지텍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화물기를 이용해 세계 각국으로 실어나를 화물 20여t을 다른 항공사 화물기로 수송했다. 이 회사는 20일부터 아시아나항공 화물기를 이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회사 이상학 대리는 “대한항공이나 외국항공사 소속 화물기를 물색하고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항공화물 운송 스케줄을 새로 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LG필립스LCD는 20일 중국 난징으로 보낼 LCD 핵심부품 800㎏을 여객기로 보낼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일(20일)은 정상적으로 부품을 운송할 수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작은 부피의 고가품은 여객기로 수송

아시아나항공 인천화물서비스지점 황용철 차장은 “항공화물은 부피가 작으면서 고가인 제품”이라며 “시간을 다투는 제품은 여객기를 이용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황 차장은 “이번 파업으로 고객과의 ‘약속’이 깨지고 있다”며 “금전적 손실보다 회사 이미지 손상 등 무형의 손실이 더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체 항공편을 구할 수 있는 대규모 화물주인들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항공사와 화물주인를 연결시켜 주는 운송중개인인 포워더를 이용하는 영세 화물주인들은 대체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운송비중이 70%를 넘는 운송중개업체인 한호항공. 이날 이 회사의 항공화물 40여t 중 절반이 화물기에 실리지 못했다. 화물기에 실린 화물조차 직항로가 아닌 연계 항공편이나 여객기를 이용해야만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여객기 화물칸 빈 곳에 겨우 물품을 실어보내는 실정”이라며 “화물주인들의 원성이 대단하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