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관련 과격분자 소행인듯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휴양지 샴 엘셰이크에 있는 '레드 시' 리조트 호텔 등 7군데에서 최소한 네 대의 차량 폭발사고가 일어나 최소 88명이 사망하고 119명이 부상당했다고 <에이피> 통신이 23일 이집트 경찰당국의 발표를 인용 보도했다.

이집트 경찰당국은 당초 사건당일인 22일 45명이 사망하고 200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집계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처럼 사망자수가 계속 늘어났다. 일부에서는 사망자가 더 늘어나 최대 95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집트 관리는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연관된 과격분자들의 소행으로 보고 있으며 용의자들을 체포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발사고는 새벽 1시 15분경에 시작, 7군데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났으며 수마일 떨어진 곳의 창문을 뒤흔들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 여행을 왔다 사고를 목격한 영국 경찰 크리스 레이놀드는 'B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면서 "길거리에는 죽은 사람들과 부상당한 사람들이 널려 있었다"고 전했다.

카이로의 관리들은 최소한 네 대의 폭탄 적재 차량들이 이번 공격에 사용되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하나는 176개의 객실이 있는 나아마 배이 지역 가잘라 가든 호텔의 입구에서 폭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과 함께 휴양을 즐기던 이집트의 한 목격자는 가잘라 호텔이 전소되어 파괴되었다고 전했다.

카페-레스토랑에서 17명 한꺼번에 폭사

또 다른 폭발은 가잘라 호텔로부터 수마일 떨어진 올드마켓이라는 곳에서 발생했으며 이곳 호텔에서는 대부분의 투숙객이 들어 잠들어 있었으나 인근 카페와 레스토랑에 들어 있던 17명이 폭발사고로 사망했다. 이곳에서는 승객이 타고 있었는지 확인이 되지 않은 3대의 미니버스가 불에 탔다.

이곳에 여행 중이던 챨리 아이브스 런던 경찰은 'BBC'방송에 폭발이 있었던 지점에서 약 50야드 떨어진 지점의 카페에 있었으며 카페에 있었던 사람들이 내 던져질 정도로 폭발이 강력했다고 전했다.

파비오 바손이라는 또 다른 영국 여행객은 하드록 카페에 있다 폭발음을 듣고 거리로 뛰쳐나갔을 때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며 내달리는 수백명의 사람들을 목격했다고 'BBC'방송에 말했다. 또 그 지역 호텔 정면이 날아가 버렸으며 건물 내 바닥에 두 사람이 엎드려져 있는 것을 보았으나 그들이 사망했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집트 당국은 이번 폭발사고 사망자에는 영국인, 러시아인, 네덜란드인, 쿠웨이트인, 사우디인, 카타르인, 이집트인 등이 포함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폭발사고가 일어난 샴은 세계 정상들의 미팅장소로도 애용되어 왔으며, 지난 2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수상과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이 휴전협정을 맺은 곳으로 유명하다. 사고가 일어난 이 날은 쾌청한 날씨와 맑은 바다물로 수천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한 상태였다.

이집트는 그동안 여러 차례 폭탄테러를 겪어 왔는데, 지난 2004년 10월에는 시나이 지역 호텔에 폭파사고가 발생해 34명의 사망자를 냈다. 또 1997년에는 이슬람 과격분자들이 이집트 남부지역의 파라오 신전에서 58명의 관광객들과 이집트인 4명을 사망으로 내몰았다. 이번 폭발사건은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 김명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