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에 대한 인내속에서 고유의 문화 재창조한 유대인들 본받아야

역사를 돌아보고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민족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가 있다.1930년대 기독교국 몰락의 예고자였던 니콜라스 베르자예프(Nicholas Berdyaeff)는 기독교회를 바라보면서 현대문명의 노예가 된 현대인들을 해방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인류를 향한 유일한 희망은 박해를 받는 기독교, 지하동굴에 있는 기독교로 돌아가는 것이다. 유럽의 각 국가들은 더 단조로운 생활로 돌아가야 하며 강렬한 본질적인 기독교로 돌아가는 운동을 전개하여야 한다."(니콜라스 베르자예프, The end of our times,1933, pp .21-24)

101년 전의 초기 이민자들과 한인교회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그때의 상황은 마치 베르자예프가 예견했던 것 처럼 지하 동굴에 갇혀있는 교회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역사의 기록을 보면 당시의 하와이 교회는 엄청난 고난을 받았다. 하지만 1903년6월 몰로카이농장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한 김이제 전도사를 위시한 초기이민 성도들은 첫 예배를 드린 후에 복음전도뿐만 아니라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믿음안에서 조국의 독립을 확신하고 독립운동 자금을 전달하는등 굳건한 애국심을 지켜나갔다. 이렇게 행동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배경은 바로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굳건한 신뢰때문이었다.

둘째로,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유대인들이 가졌던 하나님과의 약속에 대한 인내를 배워야 한다. 1948년 5월 14일은 유대인들에게 영원히 기념할만한 날이었다. 당시 이스라엘 수상이었던 벤 구리온은 암 9:11을 낭독하였다.

"내가 다윗의 무너진 천막을 일으키고 그 틈을 막으며 그 퇴락한 것을 일으켜서 옛적과 같이 세우리라".

이 장엄한 역사적인 약속의 선언으로 주전 586년 유다왕국이 바벨론에게 망한 후 2500년 동안 나라 없는 설움을 딛고 다시 태어났다. 이렇게 56년이 지났지만 오늘도 이스라엘은 이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해마다 5월 14일에는 본국 예루살렘에서 장대한 행사를 치루고 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백성들에게 약속한 이날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스라엘 백성이 소유했던 약속에 대해 빅터 마아크(victor maag)는 가나안 유목민의 특성을 설명한다.

"농경민들의 신은 지방적으로 매여 있다. 하지만 유목민이었던 이스라엘백성들은 지역과 지방에 매여 있지 않다. 유목민의 종교는 약속의 종교이다. 유목민은 파종과 추수의 사이클 속에 사는 것이 아니고 철따라 움직이는 이민의 세계에서 산다. 그들의 하나님은 매여 있지 않고 유목민과 함께 간다. 여기에서 유목민의 실존에 대한 이해는 바로 역사의 이해로 인식된다. 하나님은 현재의 단순한 반복이나 확증이 아니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의 미래로 인도한다. 비록 현실의 고난이 있지만 그 미래는 고난에 의미를 부여한다". (V.Magg, 'Malkut Jhwh' ,V.T. Suppl. VII 1960,p.139).

이것이 바로 이민의 세계에서 본 약속의 본질이다. 이렇게 이스라엘은 이 약속의 지평안에서 확신했기 때문에 아브라함과 모세시대를 거치는 동안에 이민의 삶이 비록 긴장과 고난의 시간속에서도 참고 기다리게 되었다. 하나님의 약속안에서 초연하게 인내했던 유대인 디아스포라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자.

B.C. 586년경에 바벨론의 이스라엘침략으로 유대왕국이 멸망하면서 예루살렘과 성전은 초토화되고 말았다. 50년이 지난 후 바벨론 제국은 동방의 새로운 패권자로 등장한 페르시아 제국의 고레스왕 앞에 항복하고 말았다. 고레스왕은 칙령을 내려 유다포로들을 풀어주고 예루살렘으로 가서 성전을 재건하도록 허락하였다. 바벨론에서 해방된 유대인들이 두부류로 나뉘어 되었는데 귀환파와 새로운 세상을 찾아 나서고자 하는 유대인들이었다.

귀환파는 4번에 걸쳐 이루어지고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하였다. 후자는 예루살렘으로 가지 아니하고 더 넓은 세계로 자신들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은 주로 상업화된 대도시들에 정착하여 상업활동에 종사하며 나라없는 백성으로서의 삶을 시작하였다. 이들이 바로 최초의 유대인 디아스포라(Diaspora)였다.

바벨론을 정복한 페르시아 제국은 그 후 약 200년간 위상을 유지하였다. 하지만 다시 B.C. 333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 제국을 격퇴함으로서 희랍시대가 도래하였고 이어서 이집트를 정복하였다. 알렉산더 대왕은 이집트 지중해 해안에 거대한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하였는데 950년간 이집트의 중심도시로 이집트와 유럽을 이어주는 국제적인 무역도시가 되었고 희랍 문명을 알리는 중심지가 되었다. 자연히 흩어진 유대인 디아스포라는 이곳에 모여들게 되어 유대인 공동체(Jewish Community)가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점차적으로 모국어인 히브리어를 잊어버리고 그리스의 국제적인 공용어인 희랍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유대인 디아스포라에게 필요한 희랍어로 된 구약성서가 필요함에 따라 당시에 가장 큰 유대인 공동체가 있던 알렉산드리아에서 B.C.3세기경에 히브리어 성경을 희랍어로 번역하여 소위 70인 역(Septuagint: LXX)이 탄생하게 되었다. 히브리어 성경을 헬라말로 번역한 사건이야말로 유대인 디아스포라들이 이룩해 낸 가장 큰 역사적 산물이다.

다시 말하면 유대인 디아스포라의 특징은 이집트와 유대문화인 복합문화로 살던 그들이 이집트 문화에 묻혀 막연히 동화되지 않고 시대적이고 역사적인 종교적인 문화를 그들의 힘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 오상철 목사 (코딤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