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구세주-윌로우크릭-새들백 교회 그대로 따라갈 수 있을까"

올 여름 필자는 미국을 방문하면서 작게는 미국의, 크게는 교회의 소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 국내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워싱턴 D. C.에 있는 구세주 교회를 방문하였을 때, 설립자 고든 코스비 목사와의 기대하지 않은 짧은 조우는 긴 여운을 남겼다. 그가 우리 팀을 위해 즉석에서 들려 준 10여 분의 강연은 올해 한국 나이로 90세라는 것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열정적인 것이었다.

삼위일체 하나님께 온전히 헌신된 개인이 공동체를 통해 비전을 발견하고, 그 공동체를 필요로 하는 다른 공동체를 섬기며 하나님나라를 확장해 나가는 사역, 그것도 150여 명의 적은 수의 성도가 200여 개의 단체를 섬기며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위해 자신들을 온전히 내어주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잘못된 힘을 과시하는 부시의 이라크 전쟁이 단호히 잘못된 것이라 역설한 그는, 진정한 리더십은 주님처럼 자신을 온전히 다른 이에게 내어주는 것이라 했다. 따라서 그것은 곧 사회적 부정의에 대항하는 일이다.

이 교회의 사역은 한국 교회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중요한 도전을 던진다. 기도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욕망을 토하고, 실천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일신의 이름을 내세우는 우리의 자화상을 부끄럽게 만든다. 치우침 없이 균형을 잡는 것 자체가 미덕이라 여기지만, 실상 어떤 것도 내놓지 않으려는 이기심에 사로잡혀 아무 일도 못하는 우리들의 비겁함을 꾸짖는 도전이다. 올 여름 필자에게 이러한 도전을 준 또 다른 곳은 뜻밖의 장소였다.

반쯤은 의심의 눈초리로 윌로우크릭 교회에서 열리는 Leadership Summit에 참여했다. 한국 교회의 새로운 유행 창조에 지대한 공헌을 한 백인 중산층 교회, 잘 나간다는 몇 한국 교회들이 목숨 걸고 본받으려는 교회, 그래서 일종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원조 교회에서 어쩌면 오늘 한국 교회의 어그러짐의 원인을 발견할 수도 있으리라는 일종의 기대(?)를 가지고 참여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필자의 기대는 빗나가고 말았다.

부시 정부에 정신적 자양분을 제공한다고 의심받는 일부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와 분명히 다름을 입증하는 충분한 실천적 사례들이 소개되었다. 인종차별에 대한 관심, 약자와 소수자들에 대한 교회의 책임, 그리고 공의와 평화, 섬김과 나눔에 대한 호소, 그 현장에서 투쟁하고 도전하는 지도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5천여 명의 참석자들은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남는 질문은, '도대체 한국 교회가 이것도 따라할 수 있을까?'였다.

구세주나 윌로우크릭, 새들백 교회의 지도자 모두 깊은 영성을 강조한다. 깊은 영성의 샘에서 흘러나오는 용기로 사회적 현실을 하나님의 입장에서 직시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불만족을 실천적으로 채워나가려 고통스러워한다. 한국교회는 이 양자를 결합하거나 조화시키는 일을 매우 힘겨워해 왔다. 그래서 껍데기만 베끼든지 아예 무관심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취해 왔다. 정히 그들을 베껴야 한다면 이제 제대로 베껴야 한다.

귀국해 보니 '성서한국' 대회가 성공리에 마쳤다고 한다. 70~80년대 구호, 동지여 함께 가자 가 당황스럽게 <복음과상황> 표지를 장식했다. 이것이 복음주의가 앞으로 갈 길이라면, 좋다! 제대로다! 그렇다면 준비운동을 너무 길게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그리고 한국 복음주의 최대의 장점, 대세판별의 은사를 십분 발휘해 미국 복음주의 교회들을 제대로 베껴주기를 바란다. 자칭 복음주의라 하는 몇몇 뜨는 교회들만이라도 제대로 베껴주면 진정 주님의 몸된 교회는 민족의 소망이 될 수 있으리니. / 성 석 환 (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