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믿음은 주변의 기준으로, 반 강요로, 협박조로 도달되지 않는다

어떤 전도사가 자기 마음 깊숙한 이야기를 꺼냈다. 자기는 신학할 마음도 없고 전도사가 되기도 싫었지만 어릴 때 부모님이 주님의 종으로 서원한 형이 죽자 자기는 아무 말도 못하고 신학의 길로 떠밀려 왔다는 것이다. 그냥 사람이 좋고 착한 심성의 그는 울부짖으며 하나님께 매달리고 해봤지만 그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길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목회자인 부모님의 뜻을 거역할 수도 없기에 그냥 그렇게 산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 우연히 알게 된 여대생은 '교회도 잘 안다니고 생활도 엉망이라고 창피하다'는 이유로 장로인 아버지가 자기를 먼 곳으로 유학을 보내버렸단다. 그러나 원래 공부에도 취미가 없던 그는 그 타지에서 적응하기 힘들어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싸돌아다니다 아버지의 성화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정착하지 못한 채 얼마 안 있어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어떤 여성은 신앙이 없지만 그냥 부모와 교회의 권유로 신앙 가정의 청년에게 중매로 결혼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신앙의 가정이라는 겉모습과 달리 너무도 개인적인 성향의 남자였기에 결혼했지만 거의 따로 살아간다고 하였다. 자기의 어긋난 결혼이 자신의 신앙 없음 때문인지, 그래서 벌을 받는 것인지 도무지 풀리지 않는 질문을 안고 자식을 부여안고 울면서 나날을 보낸다고 한다.

이런 사연은 너무 많고도 많다. 당연히 신앙은 어떠해야 하고, 신앙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이래야 한다는 규범과 기준이 그 기준에 따르지 못하는 사람을 음지로 내몰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이 어디 그렇게 공식대로 딱딱 맞아 떨어지던가.

나 또한 아프고 힘든 청소년기에 교회란 곳을 이끌려 나갔지만 처음부터 신앙이란 게 있지 않았다. 그냥 내 고통에 함께 아파해주고 기도해주던 사람들이 좋았고, 그 사랑이 가족 속에서 느끼는 사랑보다 더 나았고, 그런 가운데 신앙이 싹튼 추억이 있다. 그러면서 예수를 만나고 하나님을 만나고 성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개인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믿음은 싹트는 것이지 주변의 기준으로, 반 강요로, 분위기로, 협박조로 도달되는 게 믿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믿음을 강요하는 사람들을 무수히 만나고, 또 그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씁쓸한 생각을 지울 길 없다.

믿음의 가정, 믿음의 공동체가 축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믿음의 가정과 공동체가 가진 잘못된 믿음과 잘못된 신앙관 때문에 오히려 잘 자라는 아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다.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시각이 결여된 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믿음이 생긴다고 여기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도식적으로 강요할 때, 신앙이 아직 정착하지 않은 이들에게 그들이 말하는 신앙이 억압으로 느껴질 때, 그 아이들은 평생 왜곡된 신앙으로 살아갈 수 있다.

언어로 화석화된 하나님, 예수님, 공동체 등의 단어들이 정말 피부 하나하나 느끼게 할 순 없을까. 지금 우리와 더불어 사는 이후의 세대들은 자신이 느끼지 않고서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 세대들인데, 기도원 등에서 집단 카타르시스에 젖어 은혜 받았던 예전 방식을 강요하면 신앙이 생긴다는 신념은 너무 편협하고 안일한 추측이다. 그렇게 우리가 요구한 만큼 따라와주지 않으면 우리는 그 대상자들을 포기한 채 다정한 눈길을 거두어야 하는가. 우리의 사랑을 점검해 볼 의지는 없는가. 우리의 사랑이 사랑 그 자체인지 우리의 이기심을 가장하기 위한 행위인지.　／　김 세 준 （크리스챤마음연구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