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떠나는 마음 -

(본보는 이번호부터 탬파베이 거주 동포 신동주 씨의 기행문을 연재한다. 20여년전에 이민와 은퇴한 신 씨는 지난해 7월 초순부터 12월말까지 미국과 캐나다 알래스카를 자동차로 여행했다. 독자 여러분의 애독을 바란다. - 편집자 -)

비즈니스를 한참 하고 있을 때 여행을 자주 다니는 많은 손님들을 접했다. 그들은 여행을 다녀와서 재미 있었다는 얘기들을 많이 들려 주기도 하고 사진을 한 보따리씩 가져와서 보여 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몇 개월 후에 또는 다음해에는 유럽이나 아프리카 혹은 남미 등으로 떠난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을 때 마다 나는 "언제나 저렇게 여행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죽도록 일만 하다 말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당시에도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부러웠고 나 또한 여행을 가는 것이 꿈이고 소망이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으로 기대하던 여행이 은퇴 후 내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이제야 말로 정말 공중에 나는 새처럼 훨훨 날아보나. 비즈니스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 걱정할 것도 없고 마음대로 원 없이 여행이나 해 보자 이런 생각을 갖게되니 꿈만 같았다.

지난해 3월 한국과 중국 유럽까지 다녀온 바로 뒤 7월 5일 집을 떠나 12월 말까지 6개월 동안 미국 전 지역과 캐나다를 경유하여 알래스카 까지 여행을 계획하였다.

여행은 집을 떠나있어 고달프지만 언제나 새로운 세계 속에서 사색에 잠기고 인생을 윤택하게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우리는 자동차를 이용하여 광활한 미 대륙을 일주할 계획을 세웠다. 여행이란 여행 떠나는 그 자체보다 준비하는 과정이 더 즐겁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인가? 바쁜 생활에서 나마 앞날에 펼쳐질 뭔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닐까.

사업이 잘 돌아가고 있는 가게를 처분하고 시간적인 제한을 받지 않고 멀리 더 멀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을때 참으로 행복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 노루꼬리 만큼이나마 준비할 수 있는 돈을 바라보고 그 돈을 쓸수 있는 때를 기다리는 마음 등,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행복한 삶은 희망에 찬 삶이며 희망에 찬 삶이 바로 기다리는 삶이 아닌가! 그
리고 기다리는 삶에는 어떤 목표가 필수적 조건이다. 이때 목표는 반드시 화려하고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슴 설레는 내용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플로리다주는 다른 주에 비해 지형이 낮고 평평한 해안 평야 지대가 주를 이루고 있어 산이라고는 눈을 씻고 보아도 없는 곳이다. 그러나 자연과 인간사회가 공존하는 플로리다의 관광 자원은 그야말로 풍부하다 .

그 가운데 세계 최대의 테마 왕국이 있는 올랜도는 플로리다에 관광객을 가장 많이 모이게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디즈니월드를 비롯해 유니버설 스튜디오, 시월드, 케네디 우주센터, 부쉬가든, 키웨스트 그리고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등에는 태고적의 신비스런 자연이 남아 있다. 이러한 곳은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어서 안내차 여러번 가 보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플로리다는 건너뛰기로 했다.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일 중 하나는 길 떠나는 일이다. 그 중에서 뚜렷한 목적 없이 떠나는 길은 더욱 즐겁기만 하다. 굳이 목적을 누가 묻는 다면 돌아오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돌아오지 않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은 저승길이 될 터이다.

또한 여행의 진수는 자유함에 있다.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므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서 밖으로부터의 느끼는 인상을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싶었다.

그러므로 여행 길에는 말벗이 필요치 않다. 동행하고 있는 아내 한 사람 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시각으로 보고 청각으로 들은 것을 사색으로 삭이는 과정에서 말벗은 도리어 훼방꾼이 될 수 있다. 방담과 사색을 동시에 하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여행'은 '출장'이 아니다

여행은 목적이 아주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목적지를 너무 의식할 필요도 없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라면 그 길은 얼마나 따분한 길일까? 당일저녁 도착만을 위해 줄곧 달려온 다음 출발을 위해서 밤을 보낸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출장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아침 9시에 집에서 출발, 인터스테이트 4번 고속도로를 타고 데이토나비치를 경유하여 플로리다주 동부 해안선 남북으로 이어진 95번으로 바꿨다. 북쪽으로 질주를 계속해 잭슨빌을 가로질러 조지아주 사바나를 통과하여 사우스 캐롤라이나 월터보로까지 460마일을 단숨에 달려와서 첫 날 숙박을 하게 되었다.

새벽에 일어나 산책을 하니 예쁜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빤히 쳐다보고는 달아난다. 안개같은 구름은 하늘에 흩어져 서서히 지워진다. 햇살은 머리위에 따사롭게 머물고 시원한 바람은 목덜미에 찾아들어 티셔츠 깃을 벌리게 한다.

이래도 행복하지 않다면 내가 무슨 고약한 생각을 품고 있음에 틀림없다. 우리는 다시 짐을 차에 싣고 아이스박스에 얼음도 채웠다.

이제 노스 캐롤라이나를 지나 록키마운트를 뒤로하고 자동차는 미끄러지 듯 달려 버지니아주에 진입했다. 리치몬드 시가를 가로질러 페어팩스 카운티까지 550마일 주행하여 좀 일찍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우리는 스프링필드에서 가장 교통이 편리한 위치에 있는 힐튼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다음호에 계속) / 신동주 (탬파 거주 동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