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터교회 '성역 깨기' 신선한 충격, 교계에 여파 미칠 듯

(올랜도) 김명곤 기자 = '당회장' 하면 의례 목사를 생각하던 한국교회에서 최초로 장로를 당회장으로 세운 교회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으며, 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교계 인터넷 신문인 <뉴스앤조이>가 지난 1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창신동 소재 성터교회(담임 방인성 목사)가 2005년 초부터 장로 당회장 제도를 실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금까지 한국교회에서 장로가 교단 총회장이나 노회장에 선임된 경우는 있지만 개교회 당회장을 맡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대부분 장로교단 헌법은 장로가 총회장과 노회장을 맡는 것을 금하지는 않고 있으나, 당회장만은 개교회 담임목사로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교회사가 김인수(장로회신학대학교), 서정민 교수(연세대학교) 는 성터교회의 장로 당회장 임명과 관련,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성터교회 측은 이같은 반응에 대해 매우 담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개혁교회의 발상지 스코틀랜드를 비롯한 유럽교회에서 장로가 당회장이 되는 것은 그리 놀랄일이 아니라는 것.

성터교회의 이같은 파격은 올 1월 1일 당회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회원 8명이 매년 돌아가면서 당회장을 맡기로 결정하고, 조재진 장로를 초대 장로 당회장으로 선출했다. 방인성 목사는 이 순번에 따라 앞으로 8년 후에나 당회장을 맡게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인성 담임목사는 <뉴스앤조이>에 "장로가 당회장이 되는 것은 신학적으로 논란이 될 사안이 아니며 단지 한국교회의 목사 중심적 리더십 구조의 문제 라면서 "장로교단 헌법은 목사와 장로를 본질적으로 동등하게 보면서도 각론에 들어가서는 심하게 차별하는 모순을 갖고 있다"고 기존의 당회장 제도를 비판하고 "개혁주의 전통인 만인제사장주의'는 사실상 한국교회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장로교 헌법 전문가들은 당회장(담임목사)은 당회 개회시에만 '당회장' 이 되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도 평소에도 당회장으로 자칭하며 교회의 모든 대소사에 최고의 결정권자로 행사해 온 관례는 불법적이고 부당하다는 해석을 내리고 시정을 촉구 해 온 바 있다.

한편 당회장 조재진 장로는 신병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없어, 부당회장인 박용덕 장로가 실제 당회장 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로는 "당회 때 목사님 얼굴만 쳐다보는 데서 벗어나 교회 재정과 행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면서 "교회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지만 특정 직분에 권한이 집중되는 제도로 인해 교회 주인이 누구인지 불분명해지는 병폐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하고 "당회장을 돌아가면서 맡는 것은 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