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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덴마크 수학교사가 아이들에게 반드시 묻는 두 가지
[서평] 덴마크 언론인 마르쿠스 베른센 지음, 오연호 편역 '삶을 위한 수업'을 읽고

(서울=오마이뉴스) 김정희 기자 = 단숨에 읽었다. 중간중간 곱씹으며 읽었다. 그동안 학생 상담 봉사를 여러 해 해오던 나의 자세를 다시 점검하게 되었다. 엄마로서, 그동안 아이를 어떻게 키워왔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삶을 위한 수업>(오마이북)을 읽었다. 부제가 '덴마크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나'이지만, 교사는 물론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라면, 아니 뭔가를 배우고 있는, 가르치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 계속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관계 속에서 살 것인가를 묻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수업'이다.


▲ 삶을 위한 수업 책 사진 행복한 나라 덴마크 교사들이 전하는 삶을 위한 수업 ⓒ 오마이북

<삶을 위한 수업>은 지난 2013년부터 8년째 덴마크의 행복사회와 행복교육을 탐험해온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만든 세 번째 책이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2014년)가 덴마크 행복사회를 전체적으로 조망한 것이라면,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2018년)는 '우리의 실천'을 담은 것인데, <삶을 위한 수업>은 다시 덴마크에 집중하되 더욱 구체적으로 '학교의 수업'을 다루고 있다.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댄스 등의 과목을 가르치는 10명의 덴마크 교사들이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를 생생히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저자가 두 사람이다. 오 대표가 머리말에서 밝혔듯, <삶을 위한 수업>은 그와 덴마크 언론인 마르쿠스 베른센(Markus Bernsen)과의 합작품이다.

두 사람은 3년 전 서울에서 만나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래서 원본은 영어인데, 마르쿠스가 덴마크 교사들을 인터뷰 하고 영어로 썼다. 오 대표는 기획을 하고, 한글판 편역을 했다.

마르쿠스는 두 아이와 함께 한국에서 3년간 살면서 한국교육의 장단점을 체험했고, 오연호는 덴마크 교육을 탐험하다가 그것을 모델로 한 '꿈틀리인생학교', '섬마을인생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기에 <삶을 위한 수업>은 두 사람이 그간 품어온 문제의식의 결합이기도 하다.


▲ 초중등학교 트레크로네르스콜렌Trekronerskolen의 영어 시간. 수업 중인 안데르스 울랄(Anders Uldal)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고 있다. ⓒ 이눅희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행위가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데 기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삶을 위한 수업>을 읽으며 찾아보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덴마크 교사 10명의 말을 종합해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면 이것이다.

'학생 이전에 인간이다, 수업 이전에 관계다.'

초중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울랄 선생님은 학생들이 영어 단어를 많이 알지 못해도 용기를 가지고 영어회화를 할 수 있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각 학생의 수준에 맞게 '작은 성취의 경험'을 축적해준다.

"울랄은 단 한명의 학생도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공부를 포기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대응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너는 매우 소중한 사람이야'라는 신호를 계속 보낸다. 영어실력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전부가 아니며 영어 능력에 상관없이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엄하고 가치 있음을 느끼게 한다. 수업을 받는 학생 이전에 한 인간으로 대하려는 교사의 마음이다." - <삶을 위한 수업> 88쪽

수학시간에 수포자 학생도 주눅들지 않을 수 있을까? 고등학교 수학 교사 헤닝 아프셀리우스는 학기의 첫 2주간 진도를 나가지 않고 대신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놓고 학생들과 토론한다.

'우리는 왜 이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가?(우리는 왜 학교에 나와야 하는가), 우리는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진도 이전에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계가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부터 못하는 아이까지 '같은 인간'으로 대접하고 각자에 맞는 섬세한 방법으로 수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한다. 그래서 그의 반 아이들은 수학을 못해도 주눅들지 않는다.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 헬레 호우키에는 "배움은 우리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일어난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나 혼자 열심히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는 방법 대신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 과정에서 학습능력이 뒤떨어진 학생도 주눅들지 않고 교실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한다.

사회 선생님 킴 륀베크는 "우리는 교실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민주주의는 가르쳐서 될 것이 아니고, 교실과 학교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교사로서 교실에서 권력을 독점하려 하지 않고 학생들과 분점한다. 이 사회 선생님뿐 아니라 <삶을 위한 수업>에 등장하는 선생님들은 이구동성으로 교사와 학생 사이의 '교실에서의 권력 분점'을 강조했다. 그것은 곧 '학생을 학생 이전에 인간으로 본다'는 말이다.

<삶을 위한 수업>은 교사들의 수업 방법론이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풍성하게 담겨 있으나 그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메시지를 듬뿍 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잠시 멈춰 서서 나의 배움, 나의 가르침은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기회가 되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10월 30일, 금 6:2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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