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 이민자들의 지침서, 양대석의 <아름다운 나의 세탁소>

이민생활, 그토록 힘든 터널을 지나면서 돈을 모아 떳떳하게 집을 마련한다. 자녀들도 웬만한 좋은 대학에 다니게 된다. 차도 좋은 걸로 사고 틈틈이 여행도 다닌다.

하지만 이런 꿈은 길바닥의 낙엽을 줍듯 쉬운 일은 아니다. 설령 꿈을 이뤄냈다 하더라도 물질의 노예가 되어 있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닌 듯하다. 한평생 물질만을 좇다 훗날 정신적인 결핍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민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까? 모범 답안이야 없겠지만 양대석님이 쓴 <아름다운 나의 세탁소>(리즈앤북·2005)는 이민생활에 따른 교훈들을 엮어내고 있다.

"미국에 와서 얼마 안 돼 내가 세탁소를 차린다고 하니 많은 사람이 의아해 했다. 한국에서 대학도 나오고 미국에서 한인 커뮤니티 언론사에 있다가 웬 뚱딴지같은 변신이냐는 것이다. (102쪽)

그는 미국 내 한인 사회에서 잘 나가는 언론 기자였다. 그러던 때에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선배가 빨래방을 운영하는것을 보고 도전을 받아 세탁업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세탁소를 인수하는 데는 우리 돈으로 2억 5천이 넘게 들었다. 다행히 한국에서 5천만 원을 끌어올 수 있었고, 나머지 돈은 '전 주인 융자 방식'(오너 파이낸싱)으로 은행에서 빚을 내 가게를 인수했다.

일을 시작하면서 그는 첫날부터 개혁에 들어갔다. 일해 오던 사람 셋을 두지 않고서 직접 자질구레한 일을 해 나갔고, 이전에는 없던 음악기기 주크박스도 들여 놓아 휴식처로 만들어 나갔다.

다행히 지역 주민들이 보내는 반응은 참 좋았다. 이전보다도 더 많은 일감들을 맡겼고, 그때마다 손님 한 분 한 분의 옷을 매만지며 정성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2년이 지나면서 1억 5천이라는 빚을 갚게 됐고, 나머지 1억은 10년 상환으로 갚을 일만 남았다. 그 사이 집도 장만하고 자녀들도 대학에 들어가는 등 조그마한 행복이나마 쌓아가고 있다.

그 조그마한 행복을 맛보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가족들과 함께 많은 고통과 위험을 겪어야 했다. 무엇보다도 타인종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외로움, 세탁소에 찾아 든 강도떼로부터 당하는 위협, 세탁물 속에서 튀어나오는 마약과 총기류 때문에 겪어야 하는 갈등 등은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민생활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나름대로 깨달은 교훈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한국에서 누렸던 학력과 경력 때문에 육체노동 같은 일을 기피하려 한다면 하루하루가 고통뿐이라는 것. 돈을 꾸려고 할 때는 과감하게 모기지 이자 상환 방식 같은 각종 융자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것. 사업을 하려면 대도시를 찾기보다는 경쟁이 적은 중소도시를 찾아 시작할 것. 다른 유색인종들의 쓴소리도 묵묵히 참아낼 것.

그밖에도 많이 있는데, 정말로 소중한 깨달음 하나가 있다. 그것은 안정기에 찾아오는 갖가지 유혹들로, 그것을 뿌리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도 애써 돈을 벌어, 자녀들까지 안정이 되다보면 어느새 마약과 도박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고 한다.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이 도박의 덫에 걸리면 가족은 서서히 금이 가 버리는 것이다. 주로 소매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은 매일 현금을 만진다. 이 현금을 들고 남편이나 아내가 애틀랜틱시티에 놀러갔다가 돌아올 자동차 연료를 살 돈조차 날려 버려 그냥 그곳에 주저앉았다는 이야기도 부지기수다."(157)

주위에서 꿈을 잘 성취한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못하고 패가망신한 사람들을 종종 보았던 그가, 성공적인 이민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진지하게 이야기 하고 있는지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 권성권 기자 (오마이뉴스 축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