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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유명 해외입양인에겐 열광하는 한국인, 그런데..."
[인터뷰] 책 '인종주의의 덫을 넘어서' 통해 인식 변화 호소하는 캐서린 김


▲ 책 "인종주의의 덫을 넘어서" 표지. ⓒ 뿌리의집

(서울=오마이뉴스) 김성수 기자 = 책 <인종주의의 덫을 넘어서: 혼혈 한국인, 혼혈 입양인 이야기>는 지난해 미국에서 발간된 영문본 < Mixed Korean: Our Stories, An Anthology >을 번역한 책이다. 이 책 저자는 한 명이 아니다. 혼혈입양인 21명과 혼혈한국인 17명이 함께 썼고, 그들의 인생역정을 담아놨다. 내 자녀도 한국인 아빠에 영국인 엄마를 둔 혼혈인이라 나는 특별히 해외입양인과 혼혈인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이 책을 관심 깊게 읽었다.

이 책을 쓰고 펴낸 캐서린 김은 지난 1957년 인천에서 태어났고 1961년 미국으로 해외입양 보내졌다. 그는 미국에서 교육과 편집 분야에서 일해 왔고, 2015년에 유전자검사로 입양인들의 친생가족 찾는 일을 돕는 비영리단체인 '325KAMRA'를 설립했다. 그는 2019년 60년 만에 극적으로 친모를 찾아 재회했다. 다음은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캐서린과 이 책과 관련해 인터뷰 한 내용이다.

- 책에 "수지 게이지 박사님을 추모하며 이 책을 헌정합니다"라고 돼 있다. 수지 게이지 박사는 누구인가. 어떤 사연으로 그를 추모하고 이 책을 헌정한 것인지?

"수지 게이지(1973~2020) 박사는 미국 뉴욕 이타카 대학의 인류학 교수였다. 그 자신이 한국인 엄마와 미군 아빠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혼혈인들의 인권신장을 위해 활동했다. 그는 또한 싱글맘으로 겸손하며 사랑이 넘치는 분이었다. 학생, 동료, 친구 등 나를 포함 그를 만나는 이들은 모두 그의 따스한 인간미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는 영문판 이 책의 서문뿐 아니라 익명으로 시도 썼다. 나는 그의 헌신에 대한 감사 표시로 한국어판을 그에게 증정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올해 5월 그는 지병과 코로나19로 갑자기 죽음을 맞았다. 원래 우리는 올해 10월 이 책의 한국어판 출판에 맞춰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슬프게도 한국 방문을 취소했다. 비록 그의 몸은 더 이상 우리와 함께 없지만 우리 혼혈입양인은 항상 그를 기억하고 있다."


▲ 올해 5월 갑자기 죽음을 맞은 수지 게이지 교수. ⓒ 캐서린 김

"해외입양 아동이 많다는 걸 전혀 몰랐었다, 2012년까지"

- 지난해 미국에서 이 책을 출간했을 때 미국 독자나 언론의 반응은 어땠나?

"어떤 기자는 내가 의도적으로 어둡고 슬픈 해외입양과 혼혈인 문제를 다뤘느냐고 물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가 필자들에게 원고를 청탁할 때 슬픈 이야기를 써달라고 전혀 요청하지 않았다. 단지 그들이 해외입양인이나 혼혈인으로 살아온 인생역정을 써 달라고 요청했다. 이 책의 내용이 전부 슬픈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필자는 자신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썼다. 이 책은 혼혈입양인의 다양한 인생역정을 담은 중요한, 한국에서는 유일한 책이다."

- 이 책을 출간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가 시작됐나?

"나는 4살 때인 1961년 미국으로 해외입양 보내졌다. 하지만 나는 나처럼 수많은 아동들(11만 명 이상)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 보내졌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2012년 국제한국입양인협회(International Korean Adoptees Association)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그후 많은 한국해외입양인과 접촉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와 같은 한국의 혼혈인이 미국으로 대량 해외입양 보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나는 나와 같은 혼혈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했다. 나는 한국에서 자란 혼혈인, 미국 백인이나 흑인가정으로 해외입양 보내진 한국 혼혈인, 그리고 한국으로 국내입양 된 혼혈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10대에 미국으로 입양 보내진 한국혼혈인 다수는 과거 자신들이 겪었던 한국에서의 어린 시절 기억에 대해서 다시 회상하기 싫어했고 그래서 나의 원고청탁을 거부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 책은 그런 필자들이 부족하다."


▲ 캐서린 김과 자녀들. ⓒ 캐서린 김

한국인의 양가적 태도

- 혼혈인들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 등을 없애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시민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그의 내각에 더 많은 유색인과 혼혈인을 임명하겠다고 공약했다. 마침내 미국의 새 대통령이 미국은 백인들 만의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아 기대된다. 여성으로 부통령에 지명된 카말라 해리스도 자마이카 흑인 아빠와 동남아 엄마를 뒀다. 또한 한국인과 흑인 혼혈인 마릴인 스트릭랜드가 최근 하원의원에 당선된 것도 미국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런 일을 계기로 미국사회가 혼혈인이나 유색인에게 더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가 되길 기대한다.

한국의 경우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한국은 아직도 싱글맘, 혼혈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한 나라다. 싱글맘은 미국이나 서구에서는 흔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금기시 돼 있다. 나는 한국인과 한국사회가 싱글맘이나 혼혈인에 대해 더욱 마음을 따스하게 열고 포용하는 풍토가 하루빨리 자리 잡히길 바란다.

한국인은 유명한 해외입양인이나 혼혈인들에게는 그들의 몸에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열광한다. 하지만 보통 해외입양인이나 혼혈인들에 대해선 차별과 편견이 심하다. 나는 이 책이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해외입양인이나 혼혈인들을 대할 때 편견이나 차별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 이 책의 가장 슬픈 사연과 가장 기쁜 사연을 하나씩 꼽는다면?

"한 해외입양인이 어린 시절 유명한 천주교 신부에게 성폭행 당한 사연을 읽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반면 미국 입양 부모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행복하게 자란 한 입양인의 이야기에 마음이 뭉클했다."

- 한국의 해외입양인 인권옹호단체인 '뿌리의집'에 이 책의 한국판 출판을 요청했는데 그 이유는?

"비록 이 책은 내가 미국에서 먼저 출판했지만 미국보다는 한국에 더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한국인들이 혼혈인들의 고민과 갈등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한국 독자들이 혼혈인들이나 해외입양인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함께 '느끼고' 공감하기를 갈망한다. 그럴 때 한국은 지금보다 훨씬 사람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인간의 외모와 문화는 인종마다 다르고 나라마다 다르지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은 똑같다."

"고독과 외로움의 연속이었던 어린 시절"


▲ 미국 입양모와 캐서린 김, 미국 입양 당시 모습. ⓒ 캐서린 김

- 해외입양인으로 자라면서 가장 어렵고 힘든 경험은 무엇이었나?

"외로움이었다. 나는 혼혈인이지만 어려서부터 미국동네 아이들은 내가 해외입양인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그 아이들은 나를 만날 때마다 '어떻게 입양 오게 됐니?'라고 물었다. 나는 그런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고 마음이 언짢았지만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며 살았다.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 한 번도 한국이나 미국에 소속감을 느껴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문제로 항상 고민했다. 그렇다고 다른 해외입양인들과 제대로 교류하거나 어울리지도 못했다. 내가 입양됐던 1961년만 해도 우리 입양 부모님이 살던 백인 동네에 아시아인은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내 어린 시절은 고독감과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 해외입양인 입장에서 한국 해외입양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해외입양으로 한국아동들을 해외에 보내기 전에 먼저 한국 정부는 싱글맘이 아동을 스스로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싱글맘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가져선 안 된다. 싱글맘이 아동양육 의사가 없거나 형편이 안 될 때는 싱글맘의 친척들이 아동을 양육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해줘야 한다. 그것도 안 되면 국내입양을 추진하고 마지막 수단이 해외입양이 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해외입양이 우선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너무 안타깝다. 설사 한국아동이 미국의 좋은 가정으로 해외입양이 되더라도 그 아동은 평생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 그리고 외모가 다른 외국에서 인종차별 그리고 고민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고통스러운 경험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는다."

60년만에 찾은 친엄마


▲ 캐서린 김과 친모. ⓒ 캐서린 김
- 지난해 60년 만에 친모를 찾았다. 어떻게 찾았는지? 친모는 어떤지? 친모를 만난 후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친모는 왜 양육을 포기 할 수밖에 없었는지?

"2015년 유전자검사로 입양인들의 친생가족 찾는 일을 돕는 비영리단체인 '325KAMRA'를 내가 지인들과 설립했는데 이 단체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모를 찾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친모를 1980년대부터 찾기 시작했는데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유전자검사나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친모를 못 찾았을 것이다. 1961년 내가 해외입양 보내지고 1년 후인 1962년 친모는 미군과 결혼 후 미국으로 이민 오셨다. 혼혈아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과 차별 때문에 이런 경우는 흔하다.

친모를 처음 만났을 때 60년 동안의 공백 때문에 서로 어려움과 갈등이 많았다. 그래서 친모와의 60년 만의 재회는 평탄치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일주일에 몇 회씩 친모와 이야기하며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

나의 양육을 불가피하게 포기하고 친모는 평생 상처와 아픔에 시달렸다. 친모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전후의 빈곤을 경험한 분이라 험난한 세월을 살았다. 친모와의 관계 정립에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늦게나마 친모를 찾게 돼 무척 기쁘다. 그러나 다수의 해외입양은 안타깝게도 평생 친모나 친가족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나는 모든 해외입양인들이 친모나 친가족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자기 친모나 가족이 누군지 아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이 아닌가?"

-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그리고 향후 계획은?

"최근 미국에서 <마침내 함께, DNA 시대의 입양과 재결합에 대한 이야기들>(Together At Last, Stories of Adoption and Reunion in the Age of DNA)란 새 책을 공저로 냈다. 그래서 요즘은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내 자녀들, 친모 그리고 한국의 친척들과 60년 만에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며 지내고 있다."


▲ 최근 캐서린 김이 미국에서 펴낸 새 책 "마침내 함께, DNA 시대의 입양과 재결합에 대한 이야기들"(Together At Last, Stories of adoption and reunion in the age of DNA). ⓒ 캐서린 김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12월 22일, 화 9:5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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