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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방북 취재 간 재외동포 기자도 예상 못한 이 장면
[인터뷰] '평양여자 서울남자 길을 묻다' 쓴 글로벌 웹진 뉴스로 로창현 기자

(서울=오마이뉴스) 원동업 기자 = 2020년 12월 30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천5만650명, 누적 사망자는 34만7천894명이다. 세계 인구 4%의 미국이 전세계 누적 확진자의 24.2%, 사망자의 19.2%다. 이런 일이 중국서 생겼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지난 12월 환구시보가 자문자답했다.

'서구는 이 사태를 '인재(人災)로 규정하고, 중국 당국이 중국 인민을 개미같이 보고 있다는 증명이라 비판할 것이다. 또 이것이 비정상적 시스템과 체제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로 낙인찍을 것이다. 소련서는 체르노빌 사태 이후 서구의 총공격이 시작됐는데, 이 일로 중국에 대한 침략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북한에 이를 적용해 보면 어떨까? '공산당 독재, 일인수령체제, 자유와 인권의 극심한 박탈, 이로 인한 빈곤….' 로창현의 책 <평양여자 서울남자 길을 묻다>는 이러한 '믿음'에 대한 사실로서의 답변이다.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의 발행인이자 저자 로창현 기자를 만났다.


▲ 금강산 가는 길 포스터앞에 선 로창현 기자 인터뷰는 서대문 로터리 덕산빌딩 4층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덕산빌딩엔 통일운동을 하는 많은 시민단체가 활동 중이었다. ⓒ 원동업

- 책을 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선생이 2015년에 약 4개월여에 걸쳐 미국 횡단마라톤을 감행했다. 엘에이에서 뉴욕까지의 여정이었는데, 종착지 유엔본부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다음 목표를 물었는데 "아무 생각 없다"고 하더라. 채근(?)했더니 '유라시아대륙을 마라톤으로 횡단하겠다'고 했고, 정말 2년 후에 결행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물어봐서 하게 됐다'는 거다. 2017년 9월 1일 헤이그에서 여정을 시작해, 1만6천여 킬로미터를 달리는 대장정이었다. 이 엄청난 일의 '주문자'이기도 하니, 직접 그를 평양에서 맞아주고 싶었다."

- 평양을 가기가 쉽지는 않은 일일 텐데.
"나는 미국 영주권자다. 80년대 후반 노태우 정부가 북방정책을 펴면서 영주권자는 허가 없이 신고만으로 여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방북 경험이 있던 AOK(Action One Korea) 정연진 대표의 도움을 받았다."

2016년 이전은 잊어라! 핵개발 끝내고 경제에 매진 중


▲ <평양여자 서울남자 길을 묻다> 로창현 저. 정음서원 로창현 기자는 "북한"이라고 않는다. 한쪽의 관점이기 때문이다. ⓒ 로창현

- 직접 보았던 북한 혹은 평양의 변화는 어떤 것이었나?
"평양에서 교통통제를 하는 보안원이 대부분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뀌었다. 평양의 교통체증이 심해져 그 일 자체가 격무가 된 듯했다. 여성 교통보안원들은 결혼하면 대개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는데, 이런 이유도 있는 것 같고. 택시회사가 평양에 5개인데 지방에서도 택시 수요가 늘어 20%쯤 지방으로 돌렸다고 한다.
전기자전거도 엄청 늘었다. 개성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서 신형 휴대폰을 사려는 사람들이 상점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는 점도 놀라웠다. 북에 수십 번을 다녀간 정용일 평화철도 사무처장과 인터뷰할 때 북의 변화상이 어떠냐고 묻길래 '2016년 이전의 북은 잊어라'고 말했다."

- 2016년? 그 이전과 이후가 왜, 어떻게 다른가?
"2016년 로동당 7차 대회가 열렸다. 2017년 11월엔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명실공히 핵보유국이 된 북은 '이제 미국의 위협은 끝났다'며 경제 올인에 들어갔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는 엄연하지만, 최근엔 오히려 경제가 발전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는 이유다. 특히 최근 3년간 천리마에서 만리마 속도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의 잣대로만 북을 보고 정책을 만들면 계속 엇박자가 날 거다."

- 북한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것 아닌가?
"북에서 나올 때, 내가 찍은 내용들에 대해서 아무런 검열도 제재도 없었다. 북에서도 카톡을 통해 서울과 뉴욕과 연락했다. 생중계를 하기도 했다. 대동강 쑥섬에 과학기술전당이 있다. 핵과 위성로켓을 쏘아올린 나라의 과학기술이 집약된 곳이고, 규모도 엄청나다. 이런 곳을 홍보하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우리는 그런 홍보 안 해도 된다. 그저 내가 편안히 잘 보고 돌아가면 된다'고 그러더라. "

- 평양에 모든 자원이 집중하고, 다른 지역과는 큰 차별이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손전화(휴대전화)가 북녘 전역에 퍼진 지 오래다. 집마다 한 대 정도씩 보유하고 있을 거다. 자기들끼리 실시간 정보공유가 된다(물론 인터넷은 내부망을 사용해 북한 이외의 지역과 통하지는 않는다). 차별이 크다면 그 사회가 유지될 수 있겠나? 평양은 물론 230만의 인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정책을 편다. 하지만 결혼하고 진학하고 직장을 옮기면서 주거의 이전도 있다."

- 묘향산에 가서 보현사에 들르기도 했다. 북한에도 종교가 있나?
"평양은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리던 곳이었다. 평양에 장충성당이 있다. 이곳을 30분 정도 풀로 찍은 영상도 가지고 왔다. 그 안에서 예배를 볼 때, 신도들이 '아버지 하나님'을 자연스럽게 불렀다. 바티간에서 파견된 신부님이 없어서 오래된 신도들이 공소예절을 거행하고 있었다.

교황님의 방문 가능성을 물으니 그들도 역시나 '진심으로 바란다'는 말을 했다. 칠골교회는 19세기말에 창립된 교회인데 6.25때 미군 폭격으로 파괴된 것을 김일성 주석이 재건하라 해 80년대 같은 자리에 세워졌다. 김주석의 외가는 크리스찬들이었다. 칠골교회 목사님과도 인터뷰를 했다. 종교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산중에는 물론 사찰들이 다수 있다."


▲ 평양 장충성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신도들. 북한에도 교회, 성당, 사찰이 있다. 신부님이 없어 미사 대신 공소예절을 올리고 있다. ⓒ 로창현

"코로나19 없다면, 진짜 없을 것"

- 북한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나 이야기해 본다면?
"평양시민들이 이용하는 고기 전문식당에 갔다. 소와 돼지, 닭과 양과 타조고기가 있는 곳이었다. 정말 수북하게 고기를 먹었는데, 가격이 외화 식당보다 저렴했다. 북강원도에 세포등판이라고 세계최대의 축산기지가 있다. 이곳서 2015년부터 고기가 공급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북녘은 93%다. 우리는 25% 정도라고 알고 있다. 엄혹한 대북제재로 인해서 부분적으로 식량부족을 겪기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북의 식량 사정은 낫다."

- 책을 보면 북한에서 보았던 평양국제상품전람회도 꽤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그 정도일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놀랐다. 참여 국가는 이란, 러시아, 시리아, 몽골 등 북한과 친한 나라 정도였고, 중국과 조선족 기업들도 상당했다. 나머지는 전부 북녘 기업들이었고, 99%의 관람객들은 북녘 땅 시민들이었다. 한 400여개 기업들 중엔 화장품, 건강제품들, 다이어트 약도 많았다. 비만증이 증가한다는 건 먹고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거다. 행사장 밖에선 평화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승용차들, 전기자전거, 오토바이, 유람보트도 전시돼 있었다. 도로에는 입간판 광고도 있었다. 북한 내수도 상당히 있는 거다."

- 대북 제재 상황에서도 그렇다는 건가?
"벌써 수십 년이 된 일 아닌가. 자력갱생, 자력자강을 외쳐 온 이들은 현재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을 자급자족으로 해결하고 있는 거다. 중국산 역시 국산(북한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원가 경쟁력에서 중국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나라 아닌가. 지하자원도 풍부하고 기초와 응용과학 기술도 발전을 이뤘다. 위성로켓을 만들 수 있는 나라니까. 유엔안보리 제재가 해제되고 정상적인 무역거래만 된다면 북의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올해는 코로나19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겠다. 북한은 자국이 코로나19 청정국이라고 주장한다.
"제재가 준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막아도 버틸 수 있는 힘을 길렀다고나 할까? 북한의 감염병 예방에 대한 기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북은 외국 감염지역에 다녀오면 혈액검사를 하는 것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2014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졌다. 아시아에서는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는데도 외국인 관광객을 전부 입국 금지했다. 외교나 사업상 일로 방문했을 경우에도 21일간 격리했다. 러시아를 방문했던 최룡해 노동당 비서와 아프리카를 다녀온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도 신의주서 3주 격리했다. 지난 7월 남한의 탈북자가 개성에 다시 들어갔을 때는 개성을 한 달간 봉쇄했다. 그 이후 무단월경자는 사살한다는 명령이 내려졌다. 우리나라 어업지도선 선원이 총격을 당하고 불태워진 불행한 사건도 그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24일 육해공 통로를 완전 봉쇄했고, 밀무역 통로조차 막았다. 북한이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정말 그럴 것이다."

"우리 삶은 비판적으로 검토될 때에만 살 가치가 있다"고 말한 건 소크라테스였다. 기존의 지식과 믿음이 흔들리고 깨지는 일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과 진실을 대면할 용기를 지녀야 한다. 우리는 그걸 통과함으로써만 우리는 성장하고,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에 닿을 수 있다. 오랫동안 닫히고 외면한 채 살아온 우리의 저편에 대해서, 그는 '프로메테우스처럼' 북에서 가져온 '사실이란 불'을 나누고 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1월 14일, 목 12:5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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