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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3만 리 걷고, 지구 27바퀴 돌아 담아낸 지리산
[서평] 이원규 지음 '나는 지리산에 산다'

(서울=오마이뉴스) 김대오 기자 = 저자 이원규는 말한다. "나는 23년째 입산 중이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등산은 말고 입산하러 오시라. 입산은 자연과 한몸이 되는 상생의 길이고, 누구나 정복해야 할 것은 마음속 욕망의 화산이지 몸 밖의 산이 아니다"라고.

하늘이 응답할 때까지 기다린다. 꽃이 피고, 달이 잠들고, 구름이 걷히는 깊은 밤, 한 인간이 산짐승처럼 그 천시(天時)에 낮은 포복으로 잠입해 힘겹게 건져 올린 작품들은 그야말로 한결같이 절창이다. 그림인지, 시인지, 사진인지 감히 구분해 명명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땀과 노심초사했던 마음과 발자국들이 깃들었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3만 리 이상을 걷고, 모터사이클을 타고 110km, 지구 27바퀴 이상의 거리를 달리며 그가 발로 찾은 야생화, 별나무, 자연의 풍광은 그야말로 보석처럼 빛난다. 그의 글은 뒷집할머니의 말처럼 담백하고, 그의 사진은 낮게 엎드린 인간이 위대한 자연을 우러르는 구도의 눈망울, 눈망울이다. 그야말로 시를 찍고 사진을 써 놓은, 시중화 화중시(詩中畵 畵中詩)의 세계다.


▲ 이원규 포토에세이 <나는 지리산에 산다> 그의 글은 뒷집할머니의 말처럼 담백하고, 그의 사진은 낮게 엎드린 인간이 위대한 자연을 우러르는 구도의 눈망울, 눈망울이다. ⓒ Human & Books

'자발적 가난'의 외통수 그리고 자유

"분명 나의 지리산 입산은 도약이 아니라 한없는 추락을 자처한 내 인생의 마지막 번지점프였다." 27쪽

단돈 200만 원 들고 내려온 지리산이 저자 이원규의 집이 되었다. '철새는 집이 없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19년 동안 7번째 빈집을 전전한다. 아무도 모르는 조선 남바람꽃 서식지를 발견하고, 질 때 지더라도 날마다 새 꽃을 피워 올리는 그 야생화에 한 수를 배운다. 아무도 모르는 반딧불이 자생지를 발견하고 홀로 기뻐한다.

위대한 스승인 자연의 소리, 뒷집 할머니의 소리를 받아 적고, 표절한다. 한 컷의 사진을 위해 빗속에 야영을 하고, 때가 맞지 않으면 내년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린다.
그의 삶은 아무런 욕심이 없고, 다만 자연의 시간을 순순히 따르는 산짐승 같다. 풍요의 시대, 자연을 정복한 인간이 철저히 주인 행세를 하는 이 문명의 시대에 참으로 무모하고 바보 같은 삶이다.

그런데 그가 선택한 '자발적 가난'의 외통수가 은근 부러워지는 것은 왜일까. 그 무모함이 잔잔한 마음의 울림을 가져다주는 건 왜일까. 풍요와 현실을 쫓기에 바쁜 우리가 놓친 무언가를 그가 쫓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발로 쓰는 족필(足筆)의 시

"밝은 때는 절대로 성찰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어두워질수록 더 환해지는 등대라면 얼마나 좋을까. 자기 안의 어둠이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이들만 캄캄한 밤이 무섭고 두렵고 불안한 것이다." 190쪽

"내 생애 유일한 신(神)은 시(詩)였고, 시는 가시 같은 것이었다. 밤마다 아프게 콕콕 찌르는 신이 시요, 시가 가시였다." 309쪽

어둠에 처신(處身)하는 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직해지는 일이다. 그때라야 우리는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고, 제대로 느끼고 볼 수 있다. 저자 이원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지리산에 의탁하고, 가장 낮은 곳, 가장 어두운 곳에 기거하기에 작은 빛도 놓치지 않고 주워 담을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시는 맑고 담백하다.

저자는 어릴 적 맹인이면서도 마을의 모든 일을 읽어내시던 김씨 아저씨가 자신에게 시인의 길을 열어주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한 자루 필생의 붓인 발바닥으로 세상의 길을 천천히 걸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머리가, 가슴이 먼저 가지 않고 발로 실천부터, 행선(行禪)의 원리처럼 수행해가리라 다짐한다. "시는 눈앞에 있는 게 아니라 돌아보면 한참 뒤에서 발자국 위에 미아처럼 쪼그려 앉아 있을 것"이라 믿는다.

꽃, 별, 운무를 향한 시묘살이에서 건져 올린 사진들

"몽환적인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야영을 하기도 했다. 우중의 산정에서 한 송이 꽃 앞에 쭈그려 앉아 아홉 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다. 970장 정도를 찍어 겨우 단 한 장만을 건지기도 했다." 33~34쪽

지리산에 빚진 것이 많은 저자는 그 빚을 갚을 마음에 10년 가까이 환경, 생명평화운동에 참여해 새만금 삼보일배, 대운하 반대 4대강 순례, 지리산 도보순례 등 순례단의 총괄팀장으로 노숙하다가 후유증으로 쓰러졌고, 결핵성 늑막염 진단을 받았다. 그게 계기가 되어 모든 일을 작파하고 전국의 야생화를 찾아다니게 된다.

그렇게 상처 입은 산짐승으로 야생을 헤매며 그는 스스로를 치유하고, 등에 박힌 화살은 서서히 삭아 그와 한 몸이 되었다. 저자는 또 "갈수록 별이 안 보이는 나라, 아예 별을 잊고 사는 나라, 보여도 잘 안 보는 나라에서 '여기 있소' 하며 별을 찍어 보여주겠노라"고 말한다.

정보화시대, 우리는 자연을 읽는 일에 갈수록 인색해진다. 어둠에 깃드는 별은 빛의 공해인 광해(光害)에 시달리며 빛을 잃어간다. 가는 곳마다 내가 주인이 되는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삶은 멀어지고, 풍요와 편리란 이름의 물질이 어느새 주인행세를 하려든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이원규가 "여기 있소" 꺼내 놓은 것들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빛이 난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2월 12일, 금 12:3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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