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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북한이랑 한민족인 게 싫어요"란 아이와 같이 보고 싶은 사진들
[서평] 우리 모두의 평화 이야기, 사진작가 임종진 지음 '평화로 가는 사진 여행'

(서울=오마이뉴스) 정혜영 기자 = 요즘 아이들에게 '통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자기 방, 자기 스마트폰, 자기 취향 등 '자기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세대에게 내 세대가 지향했던 '우리'와 '공동의 이익' 같은 가치들을 왜 더 중시 여기지 않는지 안타까워해 봤자 '꼰대'라는 얘기만 듣기 십상이다.

초등학교 2학년 과정이 개정되어 지금은 교과서 명칭이 바뀌었지만, 예전에 '우리나라'라는 교과서가 있었다. 우리나라를 남북한으로 구분해 비교해 보고, 세계 여러 나라도 살펴보는 교과였다. 요즘처럼 세계 여행을 많이 다니는 시대에 아이들 말이 유독 많아지는 수업 시간이었다.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 있지만, 그때처럼 남북한을 비교하며 배우는 수업 차시는 없어진 지 꽤 되었다.

그때 남북한의 공통된 문화에 대해 배우고 '우리는 한민족'임을 알아가는 수업을 한 후, 마무리 정리를 하면서 교과서에 남한과 북한이 한민족인 까닭을 써보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계속 쓰지 않고 있는 학생이 있었는데, 수업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그러나 보다 했다.

"우리가 수업 시간에 이야기 나눈 것들 쓰면 돼" 하고 일러주어도 한참을 쓰지 않고 있어서 다시 한번 남한과 북한의 공통 문화에 대해 귀띔해 주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눈이 점점 커지더니 나중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저는 북한이랑 한민족인 게 싫단 말이에요!"라고 소리쳐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지금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달래며 넘어갔지만, 다음 해에 같은 수업을 하게 되었을 때 살짝 긴장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어린 아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분단 현실과 미래상에 대해 어떻게 가르쳐야 거부감이 없을지 고민스럽기도 했다.

교육과정 개정과 더불어 그 학습 차시가 통째로 빠지자 솔직히 후련하기도 했지만, 매해 통일 교육 기간이 되면 단편적인 통일 영상 보여주기 식의 교육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기는 했다.


▲ 책 겉표지 ⓒ 오마이북

딸에게 들려주는 북한 사람 이야기

그런 내게 이 책, <평화로 가는 사진 여행>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이 책은 <월간 말>, <한겨레> 사진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가 20여 년 전부터 총 여섯 차례 북한을 다녀오면서 찍은, 북한 주민들의 일상 사진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책은 저자의 3학년 딸에게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를 따라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 생명이 태어나 성장하고, 꿈과 미래를 고민하는 청소년기를 지나, 가족을 이루거나 서서히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을 200여 장의 사진과 이야기 속에 따스한 시선으로 담았다.
70여 년의 분단 상황과 오랫동안의 군부 체제 속에서 반공 교육을 받고 성장한 저자가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게 되었을 때, 그곳의 공기가 남한의 그것과 똑같아서 놀랐다는 이야기는 얼핏, 과장된 이야기 같아 보인다.
하지만, 얼추 작가와 비슷한 연배일 것 같은 나는, 이 이야기가 결코 과장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어릴 적에 북한 사람들은 머리에 뿔이 달린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을 거라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간직한 채, 북한의 괴수를 물리치는 '똘이 장군' 만화를 보며 성장한 세대였으니까.

저자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좁은 마음'이라는 쉬운 말로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나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또 어딘가 모자라고 부족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함부로 '못난 사람'으로 판단하는 것은, 이 좁은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그리고 이런 좁은 마음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협한 어른들을 '바보 어른'이라고도 언급한다. 이 바보 어른들의 이해를 받지 못해 지난 20여 년간 북한 사람들의 일상 사진들을 세상에 내어놓을 용기를 갖지 못했다고 고백하면서.

평범한 사진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


▲ 등교하는 북한 아이들. ⓒ 임종진

사진 속에서 만나는 평범한 북한 사람들은 너무나 평범해서 그저 웃음이 나온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헬로키티 가방을 메고 친구들과의 수다에 빠진 초등 여학생들, 여학생들의 고무줄 놀이를 훼방 놓고는 신나 하는 남학생,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 진지하게 공부하고 여가 시간을 즐기는 대학생들에게서 우리 옆 집 학생들을 만난 것만 같은 친밀함이 느껴진다. 수줍은 보통 연인들의 데이트 장면이나 신혼부부들과 아이를 낳고 기르는 가족의 모습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똑같은 '일상의 평범함'이다.

이 '평범'한 사진들이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전에 우리가 접한 북한 관련 사진들과는 무엇인가 다르기 때문이다. 책에 담긴 사진 속에는 다른 체제와 이데올로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있고 특히 그들의 '웃음'이 있다. 평범한 북한 사람들이 활짝 웃으며 찍힌 사진을 우리는 이전에 본 적이 있던가?

저자는 사람의 '얼굴'에 집중한다. 사람의 얼굴을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을 판단하는 어떤 기준이 되는 것이라고. 사람의 얼굴이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우리가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일이라고도 한다.

예전에 우리 반 2학년 학생이 수업 후에도 왜 북한과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했는지 이제야 이유를 알겠다. 우리는 북한 사람들을 '모르기' 때문에 그들과 친해질 수 없는 것이다. 북한 아이들도 남한 아이들처럼 공부하고,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며, 얼굴에 '웃음'이 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평범한 그들의 얼굴 보기. 남한과 북한이 아니라, 우리가 '다른 우리'의 얼굴을 보며 결코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면, 다음의 수업에서는 좀 더 의미 있는 정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2월 18일, 목 7:4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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