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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족/통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 드리는 고언
[주장] 미국의 자의적 검증 기준 거부하고, 전면 재협상에 나서야


▲ 현행 한미연합 지휘 관계

(서울=오마이뉴스) 고영대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아래 전작권)의 임기 내 환수를 끝내 포기한 사실이 재확인됐다. 지난 1월 25일,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2022.5.9.) 전작권 환수를 포기하고 환수 연도와 로드맵을 확정 짓는 것으로 목표치를 낮췄다고 보도했었다. 국방부는 즉각 이 보도를 부인했지만 불과 3일 만에 정작 국방부가 장관의 입을 통해 이를 사실로 확인해줬다.

서욱 국방장관은 신년 기자간담회(1.27.)에서 자신의 재임 기간에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진전된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군 일각에서는 이를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전작권 환수 연도를 미국과 합의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및 평가가 완료되면 환수 연도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연합뉴스, 2021.1.28.).

임기 내에 전작권 환수 연도를 확정지은 것은 이미 노무현·이명박 정부도 취했던 조치다. 이는 대테러전에 집중해야 했던 자신들의 세계전략에 따라 전작권을 돌려주려고 했던 부시·오마바 1기 행정부와 이해가 맞아떨어져 가능했다. 그러나 반북 대결적 입장과 대미 사대에 경도된 박근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극우세력들의 전작권 환수 뒤집기와 대테러전에서 아태 재균형 정책으로 세계전략을 선회한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중 군사적 견제라는 이해가 맞물려 전작권 환수 연도는 끝내 일정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환수에서 환수 연도를 확정짓는 것으로 입장을 후퇴한 것은 확정된 환수 연도가 차기 정권에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고(이명박) 아예 물거품으로 된(박근혜) 전례에 비춰볼 때 지난 교훈을 망각한 무책임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전작권을 돌려줄 뜻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과연 환수 연도인들 확정지을 수 있을지조차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전작권 환수를 명분으로 국방예산만 대폭 늘려놓고 정작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서는 헛물만 켜다 말 수도 있다는 답답함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승은 협상 칼자루를 미국에 내준 꼴

문재인 정부는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첫 단추를 잘못 끼움으로써 임기 내 전작권 환수를 포기하고 환수 일정을 확정짓는 것으로 물러서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준비도 채 안 된 상태에서 서둘러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2017.6.30.)을 가졌다. 회담에서 양 정상은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때 양 정상이 언급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란 2015년 12월 1일까지 환수하기로 한 전작권을 박근혜 대통령이 환수 기한도 정하지 않고 재연기(2014.10.24.)시키면서 이후에 한국이 전작권을 환수받기 위해서 충족시켜야 할, 미국에 약속한 3가지 조건(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한국군 핵심 군사 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 대응 한국군 초기 필수 능력 구비, 전작권 환수에 부합한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 관리)을 말한다.

한국군이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군사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첫째 조건이란 미 태평양사령부의 북한군 괴멸과 북한 정권 붕괴라는 고도의 군사목표와 대북 선제공격도 불사하는 초공세적 맞춤형 억제전략과 작전계획 5015를 한국군이 미군 지원하에 주도적으로 수행, 달성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한국군 전력이 적어도 주일미군을 포함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전력 수준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애초에 달성이 불가능한 조건이다.

한국군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초기 필수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는 두 번째 조건 또한 달성하기 어렵다. 산악지형이 국토의 70%에 이르는 한반도 작전환경에서 북한 핵·미사일 능력을 공격과 방어 그 어느 쪽으로도 무력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초기 필수 능력 구비라는 조건 역시 달성할 수 없는 조건이다. 북한이 지하 대피 시설 구축과 이동식 발사대와 다탄두 미사일 등의 개발을 통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함으로써 한미연합군의 공격과 방어를 피해 남한과 미·일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 국방 당국은 매년 발표되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에 배치된 전력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가용한 미군 전력·능력을 사용해 대한민국을 방위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확인해 오고 있다.

이를 핵·미사일 방어에 적용하면 전 세계 미군의 요격체계가 한반도에 증원 배치돼야만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가 가능하다는 뜻이 되며, 이를 뒤집어 말하면 한국군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초기 필수 능력을 구비한다고 해도 북한 핵·미사일을 방어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이로부터 한국군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초기 필수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는 두 번째 조건이란 별 의미가 없는 것임을 한미 국방 당국의 모순된 주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작권 환수에 부합한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 관리라는 세 번째 조건도 한미 간에 합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세울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이 자신의 세계전략에 따라 전작권을 돌려주려고 하지 않은 한 미국이 제시하는 자의적 기준을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충족이 불가능한 조건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전작권 환수에 부합한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이란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패권이 그 어떤 도전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절대 우위에 서게 될 때나 충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은 앞으로도 결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듯 전작권 환수를 위한 세 가지 조건이란 그 어느 조건도 한국이 결코 충족시킬 수 없는 것으로, 한국군 전작권을 사실상 미국 손에 영구히 남겨두려는 반주권적인 결정이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의 세 가지 환수 조건을 이어받아 전작권을 환수하겠다고 한 것은 그의 조속한 환수 의지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 조건을 둘러싸고 있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높은 벽에 대해 무지했거나, 아니면 충족시킬 수 있다고 호기를 부린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임기 내 전작권 환수를 바란다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 합의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해야 한다. 전작권이란 본디 조건이나 능력에 따라 국가 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전작권은 외부의 무력공격으로부터 한 나라를 방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자 군사주권과 군통수권의 핵심으로 그 어떤 조건과 능력 하에서도 결코 타국에 양도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한 국가가 국가로서 존립하기 위한 주권적·헌법적 고유 권한이다.

이에 전작권이라는 주권적·헌법적 권한을 조건이나 능력으로 격하, 대체시켜 버린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 합의나, 이를 그대로 계승한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간 합의도 원인 무효로 폐기돼야 한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라는 것이 한국에게 전작권을 돌려주기 위한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전작권을 계속 행사하기 위한 조건(구실)을 찾기 위한 것임은 전작권 환수 검증 절차를 둘러싼 최근의 한미간 갈등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전작권 환수 검증 기준인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CMETL)'을 2019년 검증(IOC)에서는 불과 90개의 항목이었던 것을 2020년 하반기 실시 예정이었던 검증(FOC)에서는 무려 155개 항목으로 대폭 늘렸다(<중앙일보>, 2020.8.24.). 이 155개의 검증 항목을 충족시키는 것도 어렵거니와 미국은 이 항목을 또다시 200~300개로 늘릴 수도 있다. 미국이 전작권을 계속 행사하고자 한다면 한국이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는 기준을 계속 늘려 제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원인철 합참의장이 2020년 국정감사에서 "한미가 공식적으로 합의한 조건들로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이 요원해지거나 너무 지연될 경우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연합뉴스>, 2020.10.9)는 입장을 밝힌 것이나 한 정부 소식통이 "정부 일각에서 한미연합훈련을 통한 실질적인 검증 없이 모양새만 갖춰 우리 스스로 능력 평가를 선언하자"(<중앙일보>, 2021.1.11)고 주장하는 건 지극히 정당하다. 이들 주장은 미국의 자의적인 검증 기준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밝힌 것이자 미국의 자의적인 검증 기준 충족에 매달렸다가는 전작권을 끝내 환수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한미가 연합방위지침(2018.10.31.)에서 한미연합사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검증 자체가 필요 없다. 검증이란 새로운 연합사령부를 창설했을 때나 필요로 한 것이다. 현행 한미연합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능력을 검증한다는 것은 앞뒤 모순이다.

굳이 검증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면 그것은 한미연합사령관을 한국군 4성 장군이 맡는 데 따른 지휘 능력을 검증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 군사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지나친 과잉 검증이요, 안보환경에 대한 검증이라면 그것은 검증 요건을 벗어난 것으로 불필요한 검증이다.

전작권 환수를 위한 검증 자체가 아예 불필요하다는 것은 남한 방어에 대한 국방부의 공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6월 27일, 국방부는 "한국군은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같은 날 이명박 정부가 2012년 4월 17일까지 환수하기로 한 전작권을 2015년 12월 1일로 재연기하자 이에 대한 항의성(?)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또한 제임스 셔먼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를 존속시키되 한미연합사령관을 한국군이 맡는 방안을 제시했다(<조선일보>, 2012.6.14.). 이는 어떻게 하든 한미연합사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긴 제안이지만 미국이 적어도 "한측 군 지도부가 한반도 전구작전에 주도적 역할을 맡을 능력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공개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한미 신연합방위체제 발전 구상', 2014.8.). 셔먼 사령관의 제안은 1년쯤 후에 한국 국방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졌다(<조선일보>, 2013.6.1.).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은 한국군의 한미연합방어 주도 능력을 전면 부정하는 소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양해각서'를 체결해 전작권 환수를 무위로 만들어버렸다.

그렇지만 위의 사례들은 한국군이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능력이 있음을 공개적·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것으로 전작권을 환수하는 데서 새삼스럽게 고도의 검증 과정을 다시 거칠 필요 없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그런데도 전직 주한미군사령관들의 판단을 뒤집어엎고 과잉 검증 기준을 제시하며 전작권 환수를 가로막고 있는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의 주권 농단적 태도나 소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반주권적 환수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부당한 검증 기준 충족에 매달리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무소신과 무능에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없다.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거부 미국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호에 계속)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고영대씨는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위원으로 '작전통제권 바로 알기'(2021, 평화통일연구소)의 저자입니다. 이 기사는 2월 말 발간될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발행, 월간소식지(평화누리통일누리)에도 실립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3월 12일, 금 7:1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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