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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족/통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 드리는 고언(하)
[주장] 미국의 자의적 검증 기준 거부하고, 전면 재협상에 나서야

(서울=오마이뉴스) 박기학 기자

(지난호에서 이어짐)

연합방위지침 채택-한미연합사 유지 합의는 사실상 전작권 환수 포기

문재인 정부는 또한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두 번째 단추를 잘못 끼움으로써 임기 내 전작권 환수를 포기하고 환수 일정을 확정짓는 것으로 밀려나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0월 31일, 트럼프 행정부와 연합방위지침을 채택했다. 그 내용은 한국군 4성 장군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내세우되 현행 한미연합사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이때부터 이미 전작권 환수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 제51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국방장관이 서명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의 주요 내용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현행 한미연합사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 한미연합사령관을 한국군 4성 장군이 맡는다고 해도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와 군사위원회를 통한 미국의 국가통수 및 군사지휘체계의 한미연합사에 대한 미국 우위의 전략적 지침 하달과 태평양사령부의 주한미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미국 장성)을 통한 작전통제가 그대로 관철된다.

또한 현행 한미연합사처럼 미래연합사의 기획·작전 등 핵심 참모를 주한미군이 맡고, 미군 장성이 전시 연합 해·공군 구성군사령관을 맡는다면 작전적·전술적 차원에서 미국은 한국군의 주요 전투부대에 대해서 사실상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예하부대와 다를 바 없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연합사령관을 한국군 4성 장군이 맡는다고 해도 현행 한미연합사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 그는 군령 상 한국의 국가통수 및 군사지휘체계가 아닌 미군의 국가통수 및 군사지휘체계 내에 위치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한국군 4성 장군이 연합사령관을 맡게 될 미래연합사를 축으로 한 한미연합지휘체계는 국방부가 주장하듯 한미공동지휘체계가 아니라 여전히 미국의 단독 지휘체계이며, 박근혜 정부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나 문재인 정부의 '연합방위지침'이 표방하고 있는 전작권 환수 후 한국군이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한다는 목표는 달성이 불가능하고 미국 주도-한국 지원의 현 관계가 그대로 유지된다.

미국이 미래연합사를 용산 국방부 영내(합참청사 내)에 두기로 한 한미 국방장관 간 합의(2017.10.)를 깨고 기어이 평택미군기지로 가져가려는 것도 미래연합사의 정치군사적 중심성을 한국의 국가통수 및 군사지휘체계가 아닌 미국의 국가통수 및 군사지휘체계 내에 두려는 속셈의 발로다.

현 한미연합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한국군 4성 장군이 연합사령관을 맡는다는 문재인 정부의 전작권 환수 방안은 역대 정권들이 미국과 합의한 환수 방안 중에서 최악이다. 한미연합사에서 미래연합사로 간판만 바꿔 달고 한국군 대장을 바지사장으로 앉혀 놓고서 이를 그저 전작권을 환수한 것으로 간주하자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옹'하는 꼴이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연합사 해체와 미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병렬형 연합지휘체계를, 이명박 정부는 한미연합사 해체와 규모를 축소한 미니연합사를, 박근혜 정부도 한미연합사 해체와 한국 합참 주도의 미래연합사 구축 방안을 추진했다.

나아가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미연합사를 축으로 한 현행 한미연합지휘체계와 마찬가지로 미래연합사를 축으로 한 향후 한미연합지휘체계 그 자체가 한국 대통령의 한국군 전투부대에 대한 군통수권 행사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의 독자적 군령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미국의 전략적·작전적·전술적 간섭과 구속을 계속 허용함으로써 국가의 군사주권과 대통령의 군통수권이 반쪽짜리가 되는 헌법 훼손의 대미 종속 상태를 그대로 존속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이후 그 어떤 형태의 한미연합지휘체계도 수립하지 않음으로써 군사주권과 군통수권이 아무런 제약과 구속 없이 한국군 전투부대에 대해 행사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대미 군사적 종속 굴레를 벗어던지고 진정으로 전작권 환수의 의미를 구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사시 불가피하게 공동지휘체계가 필요하다면 지속적이고 수직적인 연합(combine) 형태가 아닌 일시적 병렬형 제휴(coalition) 형태의 공동지휘체계를 수립하면 될 것이다.

합참-유엔사-연합사 관계 관련 약정(TOR-R)체결로
유엔군사령관의 위기관리 권한 행사 근거 제공
한국군 전작권 환수는 '빛 좋은 개살구' 전락


문재인 정부는 또한 전작권 환수와 관련한 세 번째 단추를 잘못 끼움으로써 임기 내 전작권 환수를 포기하고 환수 일정을 확정짓는 것으로 후퇴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유엔군사령부를 지속 유지하고 지원하며 한국 합참, 연합군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유엔군사령부 간의 상호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한 연합방위지침(2018.10.31.)에 따라 "'한국 합참-유엔사-연합사 간 관계 관련 약정(TOR-R)'에 정전협정 준수와 관련 유엔사의 한미연합사에 대한 지시 권한을 명문화하고 있는"(이데일리, 2019.9.4.)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유엔사가 한미연합사에 대해 갖고 있던 "정전 사무 이행에 관한 권한"(국방부, <연합뉴스>, 2019.9.4) 이상의 권한을 부여해 주는 것으로, 유엔군사령관이 위기관리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줬다고 할 수 있다.

유엔군사령관이 한반도 유사시 위기관리조치관이 되면 데프콘 3(위기 발생)→2(위기 격화)→1(전시 전환)에 이르는 위기관리 권한을 행사하게 됨으로써 전작권이 환수되더라도 한국군 연합사령관은 위기관리 권한을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전작권은 반쪽짜리로 전락한다.

더구나 유엔군사령관의 위기관리 권한 행사는 단지 위기관리에 그치지 않고 전시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전부 또는 부분적(지역적 또는 기능적)으로 행사하게 될 수도 있어 한국군 전작권 행사가 전면 혹은 부분적으로 무력화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전작권 환수를 둘러싼 한미 간 갈등의 중심 한 편에는 늘 유엔군사령관의 위기관리 권한 행사 여부가 자리하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전작권 환수와 관련한 협상을 벌일 때 당시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반도에서) 위기가 고조되어 전시로 전환할 때 유엔사의 지휘 관계에서 하나의 통합이 필요"하다며 위기가 발생해 전시 전환에 이르는 시기에 유엔사의 한국군 전작권 행사를 요구했다. 유엔군사령관이 전시 전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면 전작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에이브럼스 현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합연습(2019.8.) 과정에서 유엔군사령관이 위기관리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고집해 한국군의 반발하는 가운데 그의 지휘하에 위기관리연습을 진행함으로써 전작권 환수 후 유엔사를 통한 한국군 전작권을 부분 또는 전면 재장악하려는 주한미군의 상투적 기도를 재연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유엔사에 주어졌던 정전 사무 이행에 관한 권한 이상의 정전협정 준수와 관련 유엔사의 한미연합사에 대한 지시 권한을 부여해 줌으로써 유엔군사령관이 위기관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면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전작권 환수의 발목을 잡은 꼴이다.

유엔군사령관이 위기관리 권한을 행사하게 되면 전작권을 환수해도 한국군 연합사령관이 행사할 권한은 아무것도 없다. 해·공군 구성군사령부의 전작권은 현행대로 인도·태평양사나 주한미군사령부가 행사하고 한국군 장성이 행사하게 될 지상군 구성군사령부의 전작권도 미국의 전략지침과 작전지시, 태평양사령부의 작전계획과 작전통제하에 수행됨으로써 한국군 연합사령관과 지상군 구성군사령관의 독자적 운신의 폭은 거의 없다.

이는 마치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면서 주한미군이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에 의해 연합위기관리, 연합작전계획 수립, 연합합동교리 발전, 연합합동훈련 및 연습 실시, 연합정보관리, C41 상호운용성의 권한을 가져감으로써 평시작전통제권을 속빈강정으로 만들어버린 것과 같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수용함으로써 전작권 환수 시기를 사실상 미국에 맡겨버렸다. 또한 연합방위지침을 채택해 한미연합사 유지에 합의함으로써 전작권 환수를 사실상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 '한국 합참-유엔사-연합사 간 관계 관련 약정(TOR-R)'에 정전협정 준수 관련 유엔사의 한미연합사에 대한 지시 권한을 명문화해 줌으로써 유엔군사령관이 위기관리 권한을 행사할 근거를 제공해버리면서 한국의 전작권 환수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표현이 과분할 정도로 민망한 것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전작권 환수 입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은 무엇보다도 한국에 대한 우월적 지위에서 한국군 전작권이라는 진귀한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패권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미국의 한국군 전작권 행사에 따른 한국의 군사주권과 군통수권 침해와 헌법 훼손 상태를 바로잡아 '나라다운 나라'를 수립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명 의식 부족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을 찾지 못한 무능에서 더 크게 비롯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진정 임기 내 전작권 환수를 해내겠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길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이를 위해서 먼저 주한미군이 제시한 전작권 환수 검증 기준을 거부하고 박근혜 정부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양해각서'와 문재인 정부의 '연합방위지침'을 폐기하는 용단을 내린 다음 전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만약 협상이 여의치 않을 때는 즉각 한국군 전작권 환수를 대내외 선포하고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 행사에 들어가면 된다. 여기에 아무런 국제법적 제약이 없으며, 절차도 필요 없다. 선언만으로 모든 절차는 마무리된다.

전작권의 환수는 군사주권을 회복하는 것이므로 어떤 제약이 있을 수 없으며 한미합의의사록, 한미연합사령부 관련 약정의 개정에 관한 교환각서 등은 불법이거나 실효되었으며 전작권 환수에 제약을 가할 아무런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고영대씨는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위원으로 '작전통제권 바로 알기'(2021, 평화통일연구소)의 저자입니다. 이 기사는 2월 말 발간될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발행, 월간소식지(평화누리통일누리)에도 실립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3월 19일, 금 5:0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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