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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추미애 때와 다르다" 박범계의 수사지휘가 겨눈 것
[분석] 대검에 열쇠 주며 검찰 '직접수사' 폐해 지적... 갈등 피하고 비판 드러낸 '양수겸장'

(서울=오마이뉴스) 조혜지 기자 = 17일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방식과 사뭇 달랐다. 검찰총장을 직접 수사에서 배제하는 등 검찰과의 선명한 대립 전선을 그은 추 전 장관과 달리, 박 장관은 검찰에 다시 판단의 열쇠를 넘겼다.

박 장관은 이른바 '한명숙 사건'에서 발생한 검찰 모해위증 교사 의혹에 대한 대검의 지난 5일 불입건 결정에 과정 상 오류를 제기하며 대검 부장회의를 통한 재논의를 지휘했다. 지난 2월 1일 취임한 이후 약 한 달여 만의 첫 수사지휘였다. (관련 기사 : 박범계 장관, '한명숙 재판 모해위증교사' 수사지휘권 발동 http://omn.kr/1sh2l)

심증 직접 드러내지 않고 과정에 무게
전격적이고 갑작스런 지휘도 아니었다. 지난 12일엔 취재진을 만나 "6천 페이지 감찰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고 운을 띄우더니, 전날인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직접 대검의 결정 방식에 "문제의식이 있다"며 수사지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최대한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국면을 피하기 위한 완충이었다는 분석이다.

서울 서초구 법무부 의정관에서 수사지휘 상황을 전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도 지난해 상황과 현 지휘를 비교했다. 이 국장은 "지난해는 (검찰총장의) 수사권 배제로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 여기서는 총장 대행의 권한을 배제하는 취지가 아니다"라면서 "(관련 사건 피의자를) 기소할지는 순전히 대검에서 결정할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대검 부장회의에서 '불입건' 의견이 나와도 역시 그대로 "수용한다"는 뜻이다.

다만 사건을 바라보는 박 장관의 시각은 명확히 전달됐다. 감찰 기록 직접 분석을 예고하며 박 장관은 '투 트랙', 즉 과정과 결과 두 측면에서 사건을 바라보겠다고 했다. 이날 결론도 이 검토 기준에 따른 양 방향으로 제시됐다. 수사지휘를 통해 위증 교사 의혹이 불거진 10년 전 사건을 다루는 대검의 방식 전환을 요구하고,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을 통해선 검찰의 직접 수사 관행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주문했다.

"(무혐의 결론 과정에서) 대검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박 장관은 우선 대검이 최종 결정 과정에서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과 한동수 감찰부장을 배제한 것에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시로 임 연구관을 직무 이전시키고, 불기소 의견을 갖고 있던 허정수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발령한 것 또한 공정성 시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해석이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정수 검찰국장은 "사건 처리과정에서 불거진 자의적 사건 배당과 비합리적 의사결정의 문제점이 드러나 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또한 "사건 처리 과정을 보면 (이 감찰은) 더 세게 해야 했는데도 자꾸 '특정 검사는 안 된다'고 하다 보니 이렇게까지 온 것 아닌가"라고 사견을 덧붙였다.

모해 위증 교사 의혹의 내용적 판단에 대한 박 장관의 '심증'도 언급됐다. 이 검찰국장은 '기록을 보고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인지' 묻는 질문에 "(장관의) 심증이 있었고 제게도 심증을 살짝 말씀해줬는데, 대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위증 교사 의혹과 별개로, 10년 전 당시 검찰의 수사 방식과 재판 과정에 대한 박 장관의 비판적 인식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일 때부터 드러냈다. 박 장관은 지난해 5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수사팀이) 한만호씨를 70여 회 불러 조서는 한 5번 정도 받았는데, 나머지 65번 동안 (담당 검사와 수사관들은) 뭐하고 있었나"라면서 "그게 정당한 수사인가, 수사의 과잉 아닌가"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재심 여부를 떠나 재판 과정의 석연치 않은 부분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검찰의 직접수사 폐해와 연결

검찰 수사팀을 향한 이 같은 인식은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 지시로 이어졌다. 실제 감찰 기록에서도 언급된 '증언 연습' 사실과 일부 수사 참여 재소자들의 폭로, 출정 기록 등을 토대로 드러난 당시 수사팀의 비위 행위를 반추해 부당 수사 관행을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류혁 감찰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직접 당시 수사팀이 수사 참여자들에게 가했던 잘못된 수사 방식을 열거하기도 했다. 류 감찰관은 "수용자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해 정보원으로 활용한 정황과 불투명한 관계인을 소환한 정황이 확인됐다"면서 "불필요한 반복소환이나 수사공정성 시비를 야기할 사건관계인의 가족 접촉은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당시 수사에 사건관계인의 조사 참여 기록을 보면, 폭로 당사자인 한아무개씨의 아들과 조카 또한 2011년 2월께 해당 검사실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으로 나와 있다. 재소자 신분의 수사 참여자가 검사실의 전화를 이용하거나, 초밥과 족발 등을 먹게 한 정황 또한 폭로 당사자의 고발을 통해 드러난 바다.

법무부는 이를 검찰의 직접 수사 폐해와 연결했다. 법무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올해 업무추진 계획 중 검찰에 대한 '사후 감찰 강화'와 닿아 있는 대목이다. 류 감찰관은 "이런 관행은 검찰 수사의 전반적인 독립성을 실추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면서 "공소시효가 임박한 10년 전 사건이지만, 착수 경위부터 최종 경위까지 수차례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찰시효는 3년이라 시효가 지났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관련 법 상 장관의 경고나 주의가 가능하다"며 해당 수사팀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편, 대검은 일단 박 장관의 이 같은 지휘에 "별도 입장이 없다"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이 국장은 "오는 19일 만일 부장회의를 한다면 (공소시효일인) 오는 22일까지는 협의할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이날 수사지휘는 지난해 10월 추 전 장관이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검사 술접대 의혹 등과 관련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후 약 5개월여 만으로, 전체 법무부장관의 역대 4번째 수사지휘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3월 26일, 금 4:0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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