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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생활 에세이
 
나는 28살 프랑스인, 순창군청 공무원입니다
레아모로의 특별한 한국 정착기... "전세계에 한국 알리고 싶어요"

(서울=오마이뉴스) 민병래 기자 = KBS 방송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과 <이웃집 찰스>에 나와서 부쩍 유명해진 순창군 공무원 레아모로. 그는 스스로를 프랑스에서 태어나 순창군에서 살고 있는 '프랑-순창인'이라고 부른다.

레아모로는 현재 순창군 미생물산업사업소 미생물계에서 일하고 있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은 발효와 미생물을 폭넓게 연구하는데, 이를 전담하는 곳이 바로 레아모로가 속해 있는 미생물산업사업소다.

미생물산업사업소에서는 토마토 발효 고추장이나 소나무순 식초와 같은 새로운 식품을 만든다. 또 청국장 소스를 검사해서 어떤 박테리아가 건강하고 유용한지 밝혀내고 쌀로 빚은 위스키나 발효 커피 같은 참신한 제품도 선보인다.


▲ 메타세콰이어 길에서 레아모로. 이 길은 순창사람들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랑하는 길이 되었다 ⓒ 민병래

장 이외에 순창에는 볼거리도 많다. 길이 270m 높이 90m인 국내에서 가장 긴 채계산 출렁다리를 만들었는데 거기서 바라보는 섬진강의 윤슬은 눈부시다. 메타세콰이어 길에는 사계절 내내 인생사진을 위해 연인들과 친구들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오직 순창에만 있는 고추장 마을에는 명인들이 모여들어 솜씨를 자랑한다. 그래서 순창군은 여행객들을 위해 주요 관광지를 도는 풍경버스를 2020년 여름부터 운행했다. 이 풍경버스에 레아모로가 가이드로 탑승한다.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한 레아모로는 순창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 안성맞춤이어서 2019년 6월부터 2년 계약직으로 순창군청의 공무원이 되었다.


순창을 사랑하는 레아모로지만 그는 순창을 넘어 전라도와 한국을 뜨겁게 사랑한다. 그녀의 바람은 한국을 프랑스인들에게 나아가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프랑스와 한국을 잇는 다리, 전라남북도의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레아모로의 유별난 한국사랑은 대체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첫 한국여행에서 만난 세월호


▲ 한복을 즐겨입는 레아모로 그녀의 한국 사랑은 유별나다 ⓒ 레아모로 제공

레아모로는 2014년 3월 이 땅에 첫 발을 디뎠다. 워킹홀리데이로 간 호주에서 한국인 친구를 사귀었고 그가 보고 싶어 건너왔다. 인천공항에서 바로 구미로 갔고 3주 동안 안동, 경주, 부산 등을 여행했다. 그 해 4월 16일은 세월호가 침몰했던 때라 지하철이나 대합실 등에서 사람들이 아파하고 슬픔을 나누는 걸 지켜봤다. 그때 레아모로는 자신의 마음이 한국인의 가슴과 이어지고 한국인의 일부가 되는 것을 느꼈다.

이런 특별한 감정은 어린 시절 경험 탓이었다. 할아버지의 서재에는 한국전쟁과 한국에 관한 여러 책이 있었다. 레아모로는 이 책들을 읽으면서 분단과 내전, 남과 북의 사람들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일었다. 그 관심은 계속 이어져 프랑스에 있는 한국음식점을 찾게 되었고 K-pop과 K-드라마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게 쌓은 정서들이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한국 사람들에 대한 연대감으로 발전한 것이다.

3주 후, 한국을 떠나게 되었지만 레아모로에게 한국은 인상깊게 남았다. 안동의 하회마을에 머물며 고즈넉한 고샅길에 반했다. 서예를 배우며 글씨의 멋과 운치를 알았다. 경주의 소나무숲을 거닐고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돌며 천년의 세월을 느꼈다. 게다가 세월호의 슬픔까지. 짧았지만 한국인의 얼을 가슴 깊이 느낀 시간이었다.

한국을 떠난 이후에도 레아모로는 지구별을 걷고 또 걸었다. 레아모로는 자신을 여행가, 세계 여행가라고 밝힌다. 지금까지 전 세계의 28개국을 여행했다. 거쳐 간 도시들을 지도에 표시해 놓았는데 이제는 셀 수조차 없다. 한국에서 울릉도와 독도까지 다녀갔으니 말이다.

그가 세계 여행가로서의 삶을 살 게 된 것은 여덟 살 때 가족이 모두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나면서다. 온 가족이 배낭을 메고 오토바이를 빌려 구석구석을 누볐다. 프랑스 리옹 근처 700가구가 사는 시골마을의 소녀는 그곳에서 새로운 환경, 낯선 문화를 만났다.

아궁화산은 금방이라도 불길을 토해낼 것 같았고 왕성(王城) 클룽쿵은 프랑스의 성채와는 달랐다. 사람들과 바다의 미소는 아름다웠다. 여덟 살 소녀는 발리의 풍광에 빠져들었고 그때 아시아에 대한 동경과 여행하는 삶에 대한 소망이 싹텄다.


▲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레아모로.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마다카스카르로 여행가 다이빙과 현지 봉사활동을 했다. ⓒ 레아모로제공

고등학교 때는 아빠와 5주 동안 인도 남부의 퐁디체리를 여행하며 흰두교 사원들의 외양에 반했다. 그곳에서 바다 건너 스리랑카를 바라보며 인도양 항해를 꿈꿨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는 친구들과 아프리카의 마다카스카르를 여행하며 스쿠버 다이빙도 하고 준비해간 의약품과 컴퓨터를 현지 학교에 기부하기도 했다.

그렇게 청소년 시절을 보내며 여행가의 꿈을 키우게 된 레아는 태국의 치앙마이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 태국어와 태국문화를 공부했다. 프랑스 사이버대학인 CNED대학에서 관광학 학위도 시작했다. 그런 레아모로가 다시 한국으로 오게 된 것은 관광학 학위를 마치기 전 현장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

그는 2014년 경험했던 한국을 잊지 않았다. 한국에서 일 하길 원했다. 인터폴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친구로부터 광주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여행 카페를 소개받았다. 그 집 주인장은 페드로 김. 전라남북도의 여행전문가이면서 외국인들에게 광주의 역사를 알리는 데 열정을 갖고 있던 인물이었다.

레아모로는 비행기 표를 샀고 2016년 4월, 2년 만에 페드로 하우스의 인턴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그녀는 이곳에서 게스트하우스의 운영이며, 관광 안내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페드로 김은 광주와 전라도의 역사, 동학농민전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을 들려주었고 레아모로는 더욱 한국에 빠져들었다.

전라도 알리는 유튜브 채널 'JEOLLA GO' 개설


▲ 순창에 있는 카페 '빵랑사롱'에서 레아모로. 이 카페는 순창의 세계 여행가 장재영씨가 운영한다. ⓒ 민병래

인턴을 하면서 레아모로는 페드로 김과 전라도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영어로 된 가이드북을 만들었지만 게스트하우스에 오는 손님만 볼 수 있기에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레아모아가 생각해 낸 이름이 바로 'JEOLLA GO(전라 고)'.

광양의 매화마을, 순천의 녹차밭, 전주의 경기전, 담양의 소쇄원. 얼추 헤아려봐도 전라남북도에서만 66개가 넘는 도시와 마을을 여행했다. 드론까지 구입해 다양한 장면을 촬영하고 Filmora(필모라) 같은 편집 프로그램을 배워 유튜브에 올렸다. 또 프랑스 사람들을 위해 'Leadventure(레아어드벤처)'라는 별도의 채널도 만들었다.

레아모로는 페드로하우스에서 근무하며 한국과 뜨거운 사랑에 빠졌으나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비자 문제였다. 워킹비자만으로는 사랑의 완성으로 갈 수 없었다. 페드로 하우스는 취업비자를 해결할 여건이 안 되었다.

그때 거제도에서 해외 사업을 준비하는 회사와 연결이 되어 취업비자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랐다. 레아모로는 안타까웠다. 비자 만료일은 다가오는데 방법이 없었다. 사랑하는 한국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관광 분야의 일을 계속하고 싶었다.

태국에 있을 때 짧은 기간이었지만 여행사에서 프랑스 관광객들을 안내하고, 현지 부족들과 생활한 경험이 있었다. 또 포르투갈에 있을 때, 관광지도자로서 2주 동안 청소년들을 지도한 적도 있었다. 이런 경력을, 한국에서 꽃 피워 학위를 받고 싶었지만 불법 체류는 싫었다.

2018년 모든 것을 포기하고 프랑스로 출국을 준비할 즈음, 순창의 장재영과 만났다. 그는 세계일주를 한 여행가이고 'JEOLLA GO' 촬영차 순창에 왔다가 알게 된 친구였다. 장재영은 레아모로의 뜻을 순창군청에 전달했다. 마침 순창군청도 국내외로 장류의 홍보와 판로를 모색하고 있던 터라 군수와 면접이 이루어졌다.

그의 전라도 사랑과 세계 여행가로서 풍부한 경험은 매력 그 자체였다. 면접 결과, 1년 후인 2019년 6월부터 2년간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하기로 되었다. 순창군청은 레아모로가 일을 시작하기 전 보직과 예산을 마련했고, 레아모로는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하며 신체검사와 전과기록 조회 같은 절차를 밟았다.

그렇게 해서 레아모로는 2019년 6월부터 '프랑-순창인'이 되었다. 그때부터 유튜트 'JEOLLA GO'에 순창군의 맛과 멋이 담겼다. 순창 왕국의 장추왕과 발효마법을 찾아가는 원정대인 매콩이, 떨메, 독대 등의 이야기, 고추장의 고장답게 튀긴 도넛의 반을 갈라 고추장을 바르고 햄과 상추 야채를 버무린 쌈도넛의 이야기, 오일장과 순대국밥 거리 등등의 이야기가 넘쳐나게 되었다.


그리고 풍경버스의 가이드가 되어 한복을 곱게 입고 채계산의 출렁다리까지 올라 순창군의 아름다움을 홍보하고 있다. 수, 토, 일이 그녀가 안내를 하는 날이다. 레아모로의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민지원을 나가 모내기도 하고 태풍에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쉬는 날이면 전주나 광주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 막걸리를 기울이고 이주노동자들의 쉼터에 가서 통역봉사도 한다.

풍경버스에 올라 순창군을 관광했던 이들은 레아모로와 헤어지기 싫어한다. 그의 입담과 웃음, 전라남북도에 대한 깊은 지식에 반했기 때문이다. 2020년에 코로나로 중단된 적도 많았지만 하반기에는 5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이 풍경버스를 이용했다. 더 많은 이들이 레아모로의 해설과 밝은 미소를 만났다면 좋았으련만.


▲ 채계산 출렁다리에서 레아모로. 그녀는 풍경버스의 가이드로서 순창군의 명소를 안내한다 ⓒ 레아모로 제공

레아모로가 순창군과 약정한 근무 기간은 이제 3개월 남짓 남았다. 어디에서든 레아모로는 여행가로서 자신의 소신대로 "서식지를 벗어나는 자유를 사랑하고 행복에 이르는 다양한 방법들을 탐색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레아모로가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면 'JEOLLA GO'는 어찌될지,
그녀의 한국사랑이 혹여 식지나 않을지 광주에서 그녀의 통역을 원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못 다한 이야기>

① 레아모로를 인터뷰한 것은 2월 18일 순창군청 고추장마을에서다. 광주의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인 유니버설 문화원 바수무쿨 원장의 소개로 만났다. 만나보니 그는 <이웃집찰스>를 비롯, 다양한 활동을 하는 힘이 넘치는 프랑스 청년이었다. 레아모로와 메타세콰이어 길과 장재영이 운영하는 카페 빵랑사롱(Salon de Noma)에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 촬영을 했다.

② 레아모로의 한국 경력은 본문에 다 실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GWANGJU NEWS MAGAZINE의 여행 작가로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을 위해 한국의 아름다운 명소와 문화 유적지를 홍보하기 위해 영어로 기사를 쓰면서 여러 행선지를 취재했다.

2017년 GFN(광주외국인 네트워크, 98.7)의 'Jeolla Travel Report'라는 여행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FM) 라디오 진행자로서 대본을 쓰고, 편집하고, 인터뷰를 하고, 현장에서 오디오 파일을 녹음하고, 한국 팀(PD, 대본 작성자, 언론인, 라디오 게스트)과 협력하는 작업이었다. 이외에도 다수의 한국방송 프로그램에 초대받아 출연했다.

③ 레아모로가 애착을 갖는 일 중의 하나는 광주에서 있는 유니버설문화원에 가서 자원 봉사를 하는 것이다. 이 문화원은 이주노동자와 난민을 지원하는 시민단체다. 휴일이면 이 곳에 가서 SNS 홍보나 통역 지원을 하고 있다.


▲ 거제도에서 레아모로. 그녀는 독도와 울릉도도 여행했다. ⓒ 레아모로 제공 (<코리아위클리>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3월 30일, 화 4:4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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