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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미얀마 킵 목사 "군부독재 시절로 돌아갈 수 없어"
[인터뷰] '시민 불복종 운동', '사회적 처벌 운동' 등 현지 상황 전하며 한국인들 지지 호소

(서울=뉴스앤조이) 이은혜 기자 = 탕 시안 킵 목사는 요즘 무슨 일을 해도 집중이 잘 안 된다고 했다.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국제 신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킵 목사는 수업을 듣거나 공부할 때, 밥을 먹거나 잠을 잘 때도 정신이 다른 곳에 가 있다고 했다. 그의 신경은 온통 고국 미얀마를 향해 있다.

킵 목사는 미얀마 레이피침례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했다.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서부 친(chin)주 출신으로 침례교 선교사들 영향을 받아 가족 전체가 기독교인이다. 지난해 9월, 한국 땅을 밟을 때만 해도 쿠데타가 일어날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미얀마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 함께 신앙생활을 하던 교인들이 있다. 실시간으로 안부를 접하지만 계속해서 들려오는 안 좋은 소식에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54일째(3월 26일 기준). 미얀마 시민 대부분은 이전과 전혀 다른 일상을 견디며 군부에 저항하고 있다. 저항운동 방식은 시시각각 변한다. 거리에서 대규모 반군부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시민 불복종 운동'(Civil Disobedience Movement·CDM)을 통해 병원·대중교통·은행·학교 등 공공 기관을 마비시키기도 했다.


▲ 미얀마 출신 탕 시안 킵 목사를 3월 25일 한신대 신대원 교정에서 만났다. 킵 목사는 미얀마 상황을 설명하며 한국 개신교인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멀리서 고국 소식을 접하는 킵 목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싸움에 동참하고 있다. 일단 한국 개신교인들에게 미얀마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알리는 중이다. 미얀마민주화를위한기독교행동 출범식, 한국기독교장로회가 개최한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신대 신학대학원 교정에서 3월 25일 킵 목사를 만났다. 킵 목사는 대화 내내 어두운 표정이었지만 고향 도시와 아내 이야기를 할 때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킵 목사와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53일째(인터뷰 날짜 기준)다. 벌써 300명 넘게 죽었고, 시위에 나선 시민 2000명이 넘게 투옥되는 등 저항이 지속되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알다시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군사독재를 경험한 어르신들은 과거 저항하다 가까운 사람을 잃는 경험도 했고, 따라서 더 이상 싸우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손자·손녀, 즉 'Z세대'는 다르다. Z세대는 미얀마에서 더 이상 군사독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심정으로 싸움에 임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죽는다 해도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싸움이) 끝난 게 아니다. 만약 오늘 내가 죽지 않았다면 이 싸움은 내일 계속될 것"이라고 적힌 명찰을 목에 걸고 거리에 나선다. 끝을 봐야 한다는 심정으로 임하는 것 같다.

청년들이 거리에서 싸우는 것과 별개로 CDM도 전개 중이다. 미얀마 7개 주의 공무원 대부분이 CDM에 참여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80명이 CDM에 참여했다. 전국적으로 병원·학교·은행 문을 닫았고 대중교통도 멈췄다. 나라의 모든 경제적·사회적 기능이 일시적으로 멈췄다고 볼 수 있다. 나라의 기능이 멈췄는데 군부 홀로 버틸 수 있을까. 그걸 노리고 취한 행동이다.

이전 독재 시절과 다르게 소셜미디어가 발달해 군부에 저항하기 더 수월해졌다. 예전에는 군부가 언론도 장악하고 정보를 차단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양곤에서 일어난 일을 만달레이에서도 바로 알 수 있다. 인터넷 접속을 끊어도 우회로를 만들어 다시 소통한다. 양곤에서 오늘 특정 형태의 시위를 하자고 하면 전국 주요 도시에서 같은 방식으로 시위한다. 24일 '침묵 시위'가 그렇게 열렸다. 그날은 아무도 밖에 나가지 말고 차도 움직이지 말자고 했더니 시민 대부분이 참여했다. 전국이 침묵에 휩싸였다. 밖으로 나온 건 군부밖에 없었다. 이렇게 하니 지속적인 연대가 가능한 것 같다.

미얀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처벌 운동'도 눈여겨볼 만하다. 군부 지도자의 가족, 경찰과 그 가족의 신상을 공개한다. 얼마 전 군부 최고사령관의 아들과 딸이 재학 중인 호주와 일본의 학교가 공개됐다. 군사 쿠데타의 당사자와 조력자를 드러내 망신을 주고, 이들을 사회적으로 지탄받게 만드는 게 '사회적 처벌 운동'의 목적이다.


▲ 킵 목사는 한국에서 열린 미얀마 지지 기도회에 참석해 현지 상황을 증언해 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미얀마는 소수민족이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과거 민주 정부에서도 소수민족은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군부 쿠데타 상황에서 소수민족은 어떤 입장인가.

미얀마의 역사는 복잡하다. 소수민족은 주류를 차지하는 버마족에게 지속적으로 탄압받아 왔다. 각 민족 단위로 소규모 독립군을 조직한 것도 100개가 넘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군부독재 시절로 회귀할 수는 없다. 과거 대립 관계에 놓였던 소수민족과 버마족이 이제는 연방군을 결성해 군부와 싸우려고 한다. 모든 소수민족이 군부 쿠데타 세력에 반대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소수민족)는 연방 민주주의를 원한다.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각 주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 기독교인들은 미얀마에서 소수다. 기독교인들이나 교회가 전면에 나서서 싸우는 경우도 있나.

1960년대, 군부가 독재를 시작하면서 불교를 국교로 지정했다. 기독교인은 미얀마 전체 인구의 6.2%밖에 안 된다. 소수지만 다들 열심히 싸우고 있다. 얼마 전 카친주 미치나에서는 몇몇 교회가 미얀마를 위한 평화 기도회를 열었다. 우리 어머니도 요즘 매일 교회에서 사신다. 아침 식사 마치고 교회 가서 기도하다가 배고프면 집으로 돌아와 밥 먹고 다시 간다. 나이 든 사람들은 교회에서 기도하고 젊은이들은 나가 싸운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대부분 종교가 이렇게 마음을 모으고 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다. 민주주의는 법과 질서라는 큰 우산 아래 인간이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은 곧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과 같다. 민주주의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성경 말씀처럼 다른 사람과 평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누가 누굴 억압해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기독교장로회가 개최한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한 미얀마 시민들. 킵 목사의 발언을 들으며 군부에 저항하는 의미로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한국에서도 여러 단위에서 미얀마 지지 성명을 내는 등 대응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 우리가 이렇게 목소리 내는 게 정말 도움이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이룩한 나라들은 인권을 고민해 왔다. 지금 미얀마 역시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 한가운데 있다. 독재로 억압받고 신음하다가 투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한 한국과 같은 나라가 미얀마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 주면 좋겠다. 얼마 전 전쟁기념관과 민주화운동기념관을 방문했다. 1948년부터 1987년까지 한국 사회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자세히 알게 됐다. 수많은 사람이 독재와 싸워 결국 위대한 민주주의의 나라를 만들지 않았나.

당시 외국에서 적잖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고 들었다. 한국인이 삶을 바쳐 열심히 싸운 것도 맞지만, 해외 민주주의 활동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지금 미얀마에서 일어나는 일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주면 좋겠다. 미얀마 시민들은 안에서 열심히 싸울 테니, 외부에서는 더 많은 지지와 관심을 보여 주면 좋겠다.

-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연대할 수 있을까.

지금 CDM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두 달 가까이 임금 없이 버티고 있다. 우리 교회도 CDM에 참여하는 이들을 위해 먹을 것을 나누고 도우며 생활한다. 나도 얼마 전 한 달 생활비 200달러(한화 약 22만 6000원)를 모아 미얀마로 보냈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당장 생활고를 겪는 교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송금했다. 미얀마 시위대를 위한 여러 모금 통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금은 시위를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우리는 이렇게 해서라도 이 싸움을 끝내려고 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나는 그리스도인이자 목사로서 기도가 불러올 변화의 힘을 믿는다. 에스더도 기도로 상황을 바꾸지 않았나. 한국 개신교인들이 매주 목요일 미얀마대사관 앞에 모여 기도회를 연다고 들었다. 함께 기도할 때 미얀마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 킵 목사는 한국에서 열리는 미얀마 관련 행사에 연대해 달라고 부탁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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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짐: 2021년 3월 30일, 화 5:4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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