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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김종인의 위험한 '백신 정치'
대통령 백신 접종에 가짜뉴스까지 동원해 흠집... 아무리 선거 국면이라도 하지 말아야 할 것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시청역 거점유세에서 지원 연설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서울=오마이뉴스)박정훈 기자 = "대통령이 어떤 백신을 맞았는지 국민이 잘 믿지 않으려 한다. 이게 우리나라의 불신 풍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에서 문재인 대통령 백신 접종 당시 가짜뉴스로 확산된 '백신 바꿔치기' 의혹을 언급했다. '주사기를 바꿔서 실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는 황당한 음모론의 책임을 '불신'이라는 단어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돌린 것이다.

26일에도 김 위원장은 정부 비판의 지렛대로 '백신'을 언급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오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거리 유세에서 "정부는 백신 주문도 안 하고 지난 연말을 보냈다"면서 "11월에 집단면역 생긴다고 하는데, 지금 백신이 추가로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 무슨 집단면역이냐"라고 정부의 계획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는 발언이다. 정부는 2020년 연말까지 다국적 제약회사들과의 계약을 통해 56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고, 지금도 추가 백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속적인 백신 흠집내기

김 위원장의 '백신 정치'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는 백신을 주요한 매개로 삼아 정부를 공격하는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백신 정치는 방역과 국민 건강 측면에서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1야당의 대표격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백신의 신뢰성을 낮추거나, 음모론에 가까운 의혹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독감 백신' 논란 당시부터 김 위원장은 적극적으로 '정부 공격 도구'로 백신을 언급했다. 그는 비대위 회의에서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마치 백신 접종이 사망을 일으켰다고 단정해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실제로 방역당국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 110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모두 인과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김 위원장은 12월엔 "백신 확보 실패 등 최근 코로나19 대란은 대재앙"(13일), "왜 백신 구입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지 국민적 궁금증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요구한다"(14일) 등 백신 물량 확보를 거론했다.

문제는 그의 발언들은 단순히 정부 비판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12월 17일 비대위 회의에서는 "(정부·여당이) 코로나 백신이나 재난지원금 스케줄을 내년 재보선에 맞췄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음모론으로 청와대 역시 강하게 반박했다.

백신 확보 문제를 발판 삼은 김 위원장의 '정부 흔들기'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12월 24일 비대위 회의에서는 "선진국과 격차가 벌어지며 '백신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및 백신 접종 계획 관련 간담회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연말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백신을 추가로 확보하고, 새해 들어 문 대통령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백신 접종 전권을 위임했지만 김 위원장의 '백신 정치'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 1월 15일 김 위원장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질병청 능력으로 백신 접종 전권을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을지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대처 과정에서 전문가의 얘기가 주류로 흐르냐, 아니면 정치인의 얘기가 주류가 되는지가 중요하다. 지난번에 질본을 방문했을 때 정은경 청장에게 당신들이 회의할 때 어떤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냐고 물어보니 답을 하지 않았다"라며 질병청이 정치에 끌려다니고 있어 문제라고 주장했다.

첫 접종 전후로 아스트라제네카 집중 포격

김 위원장은 2~3월에는 한국에 들어온 백신 물량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신뢰도를 낮추는 발언을 반복했다.

첫 백신 접종을 1주일 가량 앞둔 2월 18일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최근 외신 보도에 의하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 비해 효능 면에서 월등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심각하다", 2월 25일에는 "코로나19 백신이 정부 얘기대로 절차에 따라 공급되고 접종이 가능할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근거가 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3월 2일에는 "아스트라제네카라는 지금 유럽에서 매우 기피하는 백신 종류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접종되고 있다"라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이러한 발언들은 백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하는 대목이다. (관련 기사: 저주에 가까운 국민의힘 '백신 흠집내기'... 그리고 SBS 보도, http://omn.kr/1s5fx)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24일 비대위 회의에선 "현재 국민은 '누가 그러면 제일 먼저 백신을 맞는 대상이 될 거냐'고 얘기하고 있다"라며 "이 점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이 명확한 설명을 국민에 해줄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발언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1호 접종을 종용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날 국민의힘이 문 대통령의 빠른 접종을 압박한 셈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요구처럼 문 대통령이 (65세 이상 접종 승인 이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직접 접종하는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은근슬쩍 가짜뉴스에 근거한 음모론에 손을 들어주면서 '신뢰 위기'를 언급했다.

백신을 과학에서 정치로 끌어들이는 자, 누구인가

김 위원장의 연이은 백신 폄훼 발언은 K-방역 흠집내기에 가깝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남다른 성과를 올리고 있는 코로나19 방역이 문재인 정부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신뢰 자산' 중 하나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에 대한 믿음을 떨어트리기 위해 백신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발언이 반복될 경우, '접종률 하락'이라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는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의 '백신 정치'에 대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문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불신과 불만도 있겠지만, 대통령의 신뢰를 떨어트려 레임덕을 촉발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할 백신 접종에 대해 국민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은 채 아무 거리낌 없이 발언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한국역학회 회장)는 "백신 접종은 과학인데 과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접근은 여야를 막론하고 자제해야 한다"면서 "많은 국민들이 백신을 접종하는데 참여하도록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3월 30일, 화 6:2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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