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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미주 한인소식
 
장례 4개월 후 ‘부활’한 전 언론사 사장님… 대체 무슨 일이?
<텍사스 중앙일보> 전 발행인과 현 발행인의 '공모 사기극'?... 충격에 빠진 달라스 한인사회


▲ 전 <텍사스 중앙일보> 고태환 발행인(좌)과 현 문정 발행인의 장례 공모사건'을 보도한 <텍사스 한국일보> 3월 30일치 인터넷 화면. ⓒ<텍사스 한국일보>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한국의 주류 언론들이 무지막지한 힘으로 왠만한 인물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들면서 쏟아낸 ‘작품’들은 그 엽기성에 있어 국내외에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심심하면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한 휴전선 너머의 인물들은 무책임한 한국의 ‘소식통 언론’이 남긴 씁쓸한 흔적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 언론사 사장이 자신에게 생사여탈권을 행사한 희한한 사건이 텍사스의 달라스 한인사회에서 발생했다. 때마침 만우절과 기독교의 부활절기에 터져나온 사건이라서 한인사회는 더 뒤숭숭하다. 한인동포들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충격과 혼란에 휩싸여 있다.

사건은 지난 3월 29일 <텍사스 한국일보> 경윤주 기자가 ‘부활사건’을 단독 보도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지난해 11월 19일 장례까지 치른 <텍사스 중앙일보> 고태환 전 발행인이 29일 오후 한인타운 인근의 커피샵에 1시간 넘게 머문 사실이 확인되면서 기자가 먼저 충격에 빠졌다.

고태환 전 발행인은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3시 루이스빌에 위치한 댈튼 앤드 선 퓨너럴 홈(Dalton & Son Funeral Home)에서 장례식을 치렀다. 달라스 한인사회 주요인사들을 포함한 100여명이 직접 조문하고 애도했다. 팬데믹으로 참석하지 못한 이들은 대신 화환과 조의금 등을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식을 마친 후 <텍사스 중앙일보> 11월 27일치 신문에 “지난 2020년 11월 19일 숙환으로 소천하신 고 고태환 집사의 장례예배에 COVID-19 으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함께 해주신 조문객들과 화환과 마음으로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들 드립니다”라는 광고까지 실었다고 한다.

고씨의 장례식에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현 <텍사스 중앙일보> 문정 발행인과 아들이 조문객을 맞았다. 고씨의 사망을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일반적인 장례식이었다고.

부고 광고 오르고 장례식 치른 '고인'이 ‘부활’한 이유는?


▲ 지난해 11월 13일 <텍사스 중앙일보> 7면에 오른 고태환 전 발행인 부고 광고 ⓒ<텍사스 한국일보>

그러나 죽었다던 고씨가 3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외부활동으로 자신의 생존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 기자는 지난 31일 고씨와 문씨를 교차 인터뷰하는 동시에 주변 인물들을 탐문한 결과, 이번 사건을 어떤 '목적'을 가지고 두 사람이 공모한 합작품으로 보고 있다.

고씨는 자신의 지인에게 “카톡에 부고기사를 보고 내 죽음을 알았다”고 털어놓았는데, 경 기자는 "멀쩡히 살아 있는 자신의 부고 기사가 단체 카톡방에 사진과 함께 올라오면 자신의 생존을 알리는 게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인데도 가만히 있었다는 점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고씨가 어떤이에게는 ‘4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자신의 장례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등 발언에 일관성이 없는 점도 의혹을 더하고 있다.

당초 고씨와 문씨가 공모관계에 있다 여러 이유로 틈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고씨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문정씨의 행적을 추적하도록 지인에게 수차례 부탁했고, 고씨가 “지인을 만나겠다”고 하자 문정씨는 “만약 당신이 그러면 우리 다 죽어”라고 만류한데 이어, 고씨가 전모를 밝히겠다고 하자 문씨가 “이달 말(3월)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경 기자는 “(고씨가) 자신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문정의 남자를 찾기 위해 이미 장례를 치른 자신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드러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문정-고태환 부부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가짜 장례식’을 공모했지만, 지난 4개월간 둘 간의 신뢰가 깨졌고, 이것이 잠적했던 고씨가 존재를 드러내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문정 <텍사스 중앙일보> 발행인, “고씨 강요로 가짜 장례식 치렀다”

문정씨는 지난 30일(화) 기자회견을 자청 “미신에 심취한 고태환씨가 ‘굿을 하면 자신이 낫는다고 했다’며 굿을 강요해 어쩔 수 없이 가짜 장례식을 치렀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문씨는 “고태환씨가 ‘미국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같은 시각, 한국에서 굿을 해야 한다’며 지난해 초부터 ‘굿’을 종용했고, 개인적으로 원하지 않았지만 결국 고씨가 시키는대로 거짓 장례를 치렀다”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장례 날짜와 시간까지 고씨가 무속인에게 받아 온 것이라서 무속인의 연락처나 관련한 정보는 알지 못한다고 경 기자에게 밝혔고, 굿하는 비용으로 3500달러를 자신이 지불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 기자는 “고씨의 종용으로 어쩔수 없이 가짜 장례식을 대신 치러줬다는 문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고씨를 위해 형식적으로 치르는 가짜 장례식이라면, 형식만 갖추면 되지 본인이 나서서 죽음을 위장하여 고씨의 죽음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것.

“강압에 의한 가짜 장례식이었다”는 문정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문씨 스스로가 여러 사람에게 “고태환씨 시신을 기증했다”고 말하고 다닌 사실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 경 기자의 설명이다.

3월 29일(월) <텍사스한국일보>가 [충격단독] 고태환 전 중앙일보 사장 “살아있었다” 제하의 기사를 보도한 이후 문정씨의 행보와 관련한 적지 않은 제보가 접수됐는데, 문씨가 ‘고태환씨 시신을 UT 사우스웨스턴에 기증했다’고 직접 말한 사실을 확인해 준 독자도 여러 명 있었다고 한다.

문씨는 건강굿을 할 목적이었다면서 조의금까지 받았고, 이와 관련한 그의 진술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문씨는 조의금이 대형 한인마트가 낸 1만불과 16명이 낸 1150달러가 전부라고 했으나, 장례식에서 조의금을 접수했던 A씨가 “당일 조의금을 낸 사람이 30명 정도 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 기자는 몇몇 사람들에게 확인한 액수만 2000달러가 넘었고, 여기에 장례식 이후 문정씨를 따로 찾아가 조의금을 냈다는 사람도 여러명이었다고 지적했다.

경 기자가 문씨에게 조의금 명단을 요구하자 “명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확인을 거부했다고 한다.

아들 A군 “엄마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 시켰다”

한편 지난 29일 저녁 고태환-문정씨가 사는 자택에서 다툼이 벌어졌고, 경찰이 출동한 기운데 두 사람을 따로 분리해 조사를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아들 A군이 고씨 장례식과 관련해 “어디 가는지 몰랐는데 가보니 아빠 장례식이었고, 아빠가 살아있는 걸 엄마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경찰에 털어놓았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신고자 또한 “A군이 ‘엄마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시켰고, 아빠한테 얘기하면 아빠 마음이 아플까봐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거듭 확인까지 했다는 것.

고태환-문정씨가 이번 사건을 공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경 기자는 지난 1일 오후 “카더라 통신만 난무할 뿐 이들이 왜 이 같은 사기극을 벌였는지 확실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라면서 ‘어떤 단서가 있긴 하지만 사기극의 분명한 이유와 연관시키기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 A군의 진술 내용을 실은 4월 1일치 신문 (<텍사스 한국일보> 제공)

달라스 지역에서 오랫동안 언론사를 운영한 적이 있는 C모씨는 “(두 사람을) 잘 모르는 한인들은 큰 충격이겠지만,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라면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금전관계에 얽힌 사건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4월 3일 현재 <텍사스 한국일보>에는 금전관계와 관련한 제보가 빗발치고 있다. 장례식에 참석한 일부 조문객들이 '500달러', '200달러', '100달러' 등 자신이 낸 조의금 금액을 밝혔다고 한다.

이민·투자·보험 사기 등 정황... 피해 접수창구 개설 요구도

제보된 내용을 기준으로 보면, 고태환-문정 부부가 언론인이라는 점을 내세워 이민사기, 투자사기, 보험사기 등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이들의 도주를 우려하여 경찰 조사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신문은 "문정씨와 채무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부지지수"라면서 "문정은 주변 지인들에게 적게는 몇천 달러에서 십만달러 단위까지 돈을 빌린 것으로 확인했고, 직원들이 받지 못한 월급도 수만 달러"라고 전했다.

유석찬 달라스 한인회장은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볼 때 한인사회 차원의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며 피해 접수창구 개설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려짐: 2021년 4월 05일, 월 1: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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