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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돈 부족해 책 썼다"는 괴짜 신부, 그의 특별한 사업
[인터뷰] 장애 어린이 합창단 운영하기 위해 책 '괜찮은 척 말고, 애쓰지도 말고' 낸 홍창진 신부

(서울=오마이뉴스) 박정우 기자 = 전설적인 트로트가수 나훈아는 '테스 형'에게 물었다. 세상이 왜 이러냐고, 왜 이렇게 힘드냐고. 이 노랫말에 우리가 공감하는 이유는 역시 세상도, 사랑도, 삶도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관계는 꼬이고, 돈벌이는 힘들고, 언제부터 시작되었을지 모를 불안은 나의 오늘을 잠식한다.

마음 읽어주는 신부로 불리는 동시에 괴짜 신부, 날라리 신부라는 다소 넓은(?) 스펙트럼의 별명을 가진 홍창진 신부는 최근 출간한 그의 저서 <괜찮은 척 말고, 애쓰지도 말고>를 통해 말한다. '세상에 나를 맞추려 들지 말고, 솔직한 내 모습대로 사는 게' 중요하다고. '미래는 미래에 맡겨두고 확실한 오늘을 살라고.'

지난 19일 홍창진 신부를 인터뷰했다. 돌아가신 지 2000년도 훨씬 지난 테스 형은 아무리 물어도 답을 해줄 리 만무하니, 대신 지금 살아서 웃고, 떠들고, 마시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이 사람에게 물어야겠다. '신부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주로 스트레스, 가끔 보람... 나도 그렇게 산다"


▲ 홍창진 신부 사진 ⓒ 출판사 제공

- 검은 사제복을 벗고 성당 밖으로 나와 솔직한 모습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덕분에 괴짜 신부, 날라리 신부, 심지어 조폭 신부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고. 보통의 성직자들과 좀 다른 행보를 보이게 된 어떤 계기가 있나?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엄청난 사색과 철학을 가지고 선택했다고들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어쩌다 보니 그 일이 나한테 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내가 이른바 세속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동기 신부의 부모님이 청각장애인이셨다. 그래서 이 친구가 수화를 하더라고. 친구 따라서 수화 배우고 청각장애인 봉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애인의 세계를 알게 됐다. 이게 계기가 되어서 교구의 장애인 사목 담당자가 되었다. 장애인 사목을 하려면 장애인을 만나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면 관공서도 가고, 센터도 가고, 시설도 가고, 기타 등등 온갖 곳을 다 다녀야 한다. 그 길을 따라가 보니 또 다른 세상의 어두운 곳을 알게 됐는데 또 그걸 외면하지 못했다. 그런 것들이 계속 반복되어 온 거다.

쉽게 말해서 나한테 다가와서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맡았던 일들이 이른바 교회 밖의 일이었던 셈이다. 이게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교회보다는 세속적인 것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알려지게 됐는데, 전후 사정은 그게 아니다."

- 수많은 사람을 만날 텐데 대부분은 행복하고 기쁘다는 얘기보다는 힘든 이야기, 고민을 털어놓을 것이다. 피곤하진 않은지?
"일단은 피곤할 때 들으면 피곤하고, 컨디션이 좋으면 괜찮고 그렇다. (웃음) 기자님들도 어떤 기사냐에 따라 신나게 쓸 때가 있는 반면, 쓰기 싫어 죽겠다면서 꾸역꾸역 쓸 때도 있지 않나. 내가 배고플 때 밥 먹으러 식당에 가면 꿀맛이지만, 거기서 일하는 사람은 아마 죽을 맛일 거다. 한평생을 이어오는 일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렇다. 스트레스와 피곤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종교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주로 스트레스고, 가끔 보람 있고."


▲ <괜찮은 척 말고, 애쓰지도 말고> 표지 이미지 ⓒ 박정우

- 최근 <괜찮은 척 말고, 애쓰지도 말고>라는 책을 출간했다. 어떻게 출간하게 되었는지,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한다면?
"솔직히 사업 자금이 부족해서 돈 벌려고 썼다. (웃음) 17년 전에 배우 손현주씨랑 발달 장애 어린이 합창단 '에반젤리'를 창단해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사실 지금 발달 장애 어린이를 받아주는 일반 합창단이 없다. 그러다 보니 에반젤리의 규모가 점점 커져서 지금 팀이 3개로 늘었는데, 규모가 커진 만큼 수업 비용도 많이 들고 운영 자금도 부족하다. 책을 쓰면 인세로 에반젤리 운영자금도 충당하고, 누군가에게 위로나 도움을 좀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신부로 살다 보니 사람들을 상담하는 일이 많다. 불안한 문제, 화나는 문제, 상사와 겪는 문제, 가족 등등... 그런 이야기들을 30가지 주제로 추려서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보았다. 기준이 되었던 것이 있는데, 내가 그동안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니까 누구는 재미있게 살고, 누구는 재미없게 살더라. 그렇다고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이 돈이 굉장히 많거나, 아주 안정된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은 나름의 철학과 비결이 있다. 이 책도 그런 메시지를 담았다. 우리 앞에 놓은 수많은 고민과 문제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고 평정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사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다."

- 책에 자세히 나와 있겠지만, 핵심적으로 요약한다면?
"Here and Now, '지금 여기'를 들 수 있다. 지금 여기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 내가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코로나가 종식되면' 혹은 '코로나 없는 시절로 돌아가면'이라고 말하는데, 코로나는 아직 종식되지 않았고, 이제 우리는 영원히 코로나가 없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면 우리는 현실감각을 가지고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고민해야 한다. 가족들을 좀 더 챙기고, 그동안 소원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연락은 좀 더 자주 할 수 있다. 그렇게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다 보면 결국 재미있어진다. 코로나 때문에 뭘 못 한다고 괴로워만 하면 재미없어지고."

"나를 먼저 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정립해야"


▲ 에반젤리 합창단 15주년 축하 파티. ⓒ 홍창진

- 아마 요즘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관계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도 언급하셨는데, 이 관계 때문에 상처 받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어떤 것이 있을까?
"중요한 것은 내가 자존감을 가진 주체가 되는 것이다. 나를 먼저 바라보고, 그 가운데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가끔 어떤 회사에서 상사가 '우리는 가족이야' 그러는데, 웃기는 소리다. 거긴 그냥 직장일 뿐이다. 그냥 같이 모여서 일하고, 생산하고, 돈 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야지 그 이상의 기대를 걸면 상처받는다. 그런 거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 책에 보면 자영업자나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 진상 고객들을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이 있다. 진상은 어차피 안 변하니까(진상 불변의 법칙) 내 마음이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풀어간 것이 일반 종교인들이 할 법한 이야기와 달라서 개인적으로 좀 흥미로웠다.
"진상인 사람은 또 한편으로는 나한테 불안 문제를 상담하러 오는 '고객'이기도 하다. (웃음) 내 입장에선 이 고객들을 어느 순간에 만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상처받은 자영업자의 솔루션과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고객의 솔루션은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문제에 시달리는 고객들을 동시에 데뷔시키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실상은 두루 다 사랑한다. (웃음)"

- 돈에 대한 관점도 일반적인 종교인들과 좀 다르다고 생각했다. '돈을 간절하고 치열하게, 제대로 사랑하라'고 했는데?
"사랑해야지. 돈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알아서 주세요', '내가 돈 받자고 이러는 거 아니다'는 식의 말이 그렇다. 돈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에서 비롯된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런 말이 어디 있나. 일했으면 정해진 금액대로 받아야지. 돈은 생물과 같아서 돈을 좋아하고 아끼면 돈을 번다. 그리고 돈을 번다는 건 결국 노동과 생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건 아주 신성한 거다.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고, 신의 축복과도 같은 거다. 왕성하게 하시라."

- 앞으로의 계획은?
"내가 어떤 계획을 세운다기보다 일이 나한테 다가온다. 환갑이 넘었는데 갑자기 방송이 다가왔다. 근데 이게 또 나가면 호응도 괜찮다. 계속 부른다.(웃음) 나도 방송하러 가면 놀이터 간 기분이지 스트레스가 하나도 없다.

방송하면서 장애인 어린이 합창단이 좀 알려지면서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방송으로 조금 받는 출연료는 사람들과 연극 보러 가거나 뒤풀이 비용으로 다 낸다. 문화로 번 돈은 문화에 쓰자는 주의랄까. 그런 문화 예술 쪽에 관심이 많다. 이후 좀 더 유명해지면 연극이나 다큐 같은 것들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생각이다."

-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책 잘 안 읽으시는 것 알고 있다. 그래도 요즘 혼자 있는 시간도 많고, 집에 있는 시간도 많으니 이왕이면 이때가 기회라고 책을 좀 읽어 주시면 좋겠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고 쓴 글 인만큼,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력이 되면 장애인 어린이 합창단 에반젤리에도 관심을 좀 가져주시면 좋겠고."

-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드려보겠다. 신부님은 행복하신지?
"전반적으로는 재미있는 계획을 세우면서 사는 편인 것 같다. 그래도 늘 행복하고 재미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나도 마찬가지다. 일주일에 평균 2일은 우울하고, 5일은 나름 해피하고 그렇다. (웃음)"


▲ SBS라디오 시사특공대 "나무아미타불 아멘" 출연자들과 함께 좌 : 홍창진 신부, 가운데 : 김진 목사, 우: 성진 스님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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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짐: 2021년 4월 06일, 화 6:3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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