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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4.3 세번째 참석한 대통령, 국방장관과 경찰청장도 데려왔다
[제73주년 4·3희생자 추념식] 4.3특별법 개정 평가... 희생자 유가족 위로와 격려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2021.4.3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유창재 기자 = "4·3 평화공원 내 기념관에는 여전히 이름을 갖지 못한 백비가 누워있습니다. 제주도에 일흔세 번째 봄이 찾아왔지만, 4·3이 도달해야 할 길은 아직도 멀리 있습니다. 비어있는 비석에 어떤 이름이 새겨질지 모르지만, 밝혀진 진실은 통합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고, 되찾은 명예는 우리를 더 큰 화합과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이끌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제주에도 봄비가 내리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4·3평화공원 내 4·3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이 같이 말하면서 "마침내 제주도에 완전한 봄이 올 때까지 우리 모두 서로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읍시다"라고 4.3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가족을 잃고, 명예와 존엄, 고향과 꿈을 빼앗긴 이천백예순두 분의 특별 재심이 아직 남아 있고, 정부는 한 분 한 분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배상과 보상을 통해 국가폭력에 빼앗긴 것들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전 10시 제주도 전역에 1분간 묵념 사이렌이 울리면서 시작된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73주년 4·3 희생자 추념일, 제주 전역에 봄비가 다녀가고 있다"라면서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이 비와 함께 씻겨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이 자리에 섰다"고 말을 꺼냈다.

그리고는 이날 추념식에 사상 최초로 서욱 국방부 장관과 김창룡 경찰청장이 참석한 의미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첫걸음인 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서 "군과 경찰의 진정성 있는 사죄의 마음을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들께서 포용과 화합의 마음으로 받아주시기 바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국가가 국가폭력의 역사를 더욱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겠다는 마음"이라며 "유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드릴 수 있기를 바라며, 국민들과 함께 4·3 영령들의 안식을 기원한다"고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 참석, 특별한 의미"

문 대통령은 또 추가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명예회복,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 지원 방안을 담은 '4·3 특별법' 개정 과정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법 개정으로 이제 4·3은 자기 모습을 되찾게 됐다"면서 "제주도민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죽음과 이중 삼중으로 옭아맨 구속들이 빠짐없이 밝혀질 때, 좋은 나라를 꿈꿨던 제주도의 4·3은 비로소 제대로 된 역사의 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에 개정된 특별법은 4·3이라는 역사의 집을 짓는 설계도"라면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정부는 4·3 영령들과 생존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의 염원을 담아 만든 설계도를 섬세하게 다듬고, 성실하게 이행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4.3사건에 대한 역사적 설명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3에는 두 개의 역사가 흐르고 있다"면서 "국가폭력으로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 최대의 비극이 담긴 역사이며, 평화와 인권을 향한 회복과 상생의 역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 권력은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의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다"면서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켰고, 군부 독재정권은 탄압과 연좌제를 동원해 피해자들이 목소리조차 낼 수 없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그러나 4·3은 대립과 아픔에 갇히지 않았다"면서 "살아남은 제주도민들은 서로를 보듬고 돌보며 스스로의 힘으로 봄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고, 화해의 정신으로 갈등을 해결하며 평화와 인권을 향해 쉼 없이 전진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4.3의 진실을 깨우기 위한 4.3 피해자들의 노력과 김대중 정보와 노무현 정부의 노력이 맺은 결실을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세기 만에 금기를 풀고, 김대중 정부에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용기를 낸 증언과 행동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라며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를 확정하고,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들에게 공식사과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정부에서 4·3의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것도, 오랜 세월 흔들림 없이 이웃과 함께하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 제주도민들과 국민들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4·3 특별법'의 개정 역시 4·3을 역사의 제자리에 바로 세우기 위해 모든 산 자들이 서로 손을 잡았기에 할 수 있었다"면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을 포함한 124개 기관과 단체, 종교계, 학생, 정당을 비롯해 제주도민들이 한뜻으로 힘을 모은 것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덧붙여 문 대통령은 "국회도 여야 없이 힘을 모았고, '4·3 특별법' 개정이 여야 합의로 이뤄진 것은 21대 국회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며 "이 자리를 빌려 특별법 개정에 힘을 모아주신 각계각층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올린다"고 전했다. 이때 참석자들의 박수가 나왔다.

"여야 합의로 특별법 제정, 국회의 큰 성과"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직무대행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1.4.3 ⓒ 연합뉴스

4.3 특별법 개정으로 이뤄진 성과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1948년과 1949년 당시 군법회의로 수형인이 되었던 이천오백서른 분이 일괄 재심으로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열렸다"면서 "이미 2019년과 작년, 두 차례의 재심을 통해 생존 군법회의 수형인 스물다섯 분이 무죄선고를 받고 70년 세월 덧씌워진 굴레를 벗으신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달 16일에는 행방불명 수형인 삼백서른세 분과 일반재판 생존 수형인 두 분이 재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면서 "살인적 취조와 고문을 받은 뒤 이름만 호명하는 재판절차를 거쳐 죄인의 낙인이 찍힌 채 살아온 70여 년, 어린 소년들이 아흔 살 넘은 할아버지가 되어서야 비로소 '무죄'라는 두 글자를 받아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추가 진상조사 및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배상과 보상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며칠 전 가시리에서 유해를 발굴한 세 분을 포함해 지금까지 유해로 돌아오신 사백여덟 분 중 이백일흔다섯 분은 아직까지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는 유해 발굴 사업과 함께 유전자 감식을 지원하여 반드시 고인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해 5월부터 시범 운영되고 있는 '4·3트라우마센터'에 대해 설명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개소 9개월 만에 만2천여 분이 트라우마센터를 다녀가셨다"면서 "희생자 어르신들과 유가족들께서 다시 떠올리기 싫은 그 날의 기억들을 꺼내놓고, 혼자 안고 살아야 했던 응어리를 풀어가신다니 늦게나마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상처 입은 분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애써주신 제주 4·3평화재단과 4·3트라우마센터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정부는 관련 법률이 제정되는 대로 국립 트라우마센터로 승격하고, 많은 분들의 아픔이 온전히 치유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추념사에 이어 4.3 당시 오빠를 잃은 손민규 할머니의 외손녀인 고가형 양의 유족 사연 낭독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사연 낭독 후 무대에서 내려오는 고 양에게 고개 숙이며 인사를 했다. 이어진 추모공연 때에는 정면 LED화면에 동백꽃 배경화면 위로 4.3희생자 1만4천명 명단이 올라왔다.

폐식 선언이 있자 문 대통령 부부는 맨 앞줄에 앉아 있는 유족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으며, 유족 사연의 주인공인 손민규 할머니와 손녀 고가형 양에게 다가가 위로와 격려를 전한 후 추념식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문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은 2018년과 2020년에 이어 이번이 재임 중 세 번째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올해 2월에 유가족 및 제주도민의 오랜 여망을 담은 4·3특별법이 통과된 역사적 의의를 온 국민들과 함께 되새기기 위해서란 것이 청와대 측 설명이다.

그동안 4·3 추념식에서는 타이틀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특별히 '제주의 봄'이 한층 무르익었다는 의미로 "돔박꼿이 활짝 피엇수다"란 제주어 타이틀이 붙었다. 이에 추념식 현장에서는 좌석 사이에 '참석하지 못한 4·3 희생자 영령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한다'는 의미를 담아 동백꽃(돔박꼿) 다발이 의자 위에 놓였다.

문 대통령이 밝혔듯이 이날 추념식에는 사상 처음으로 군·경 수장인 서욱 국방부 장관과 김창룡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이외에도 오임종 제주 4·3유족회장을 비롯해 양조훈 제주 4·3평화재단이사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여영국 정의당 대표, 서영교 행안위원장,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등이 함께 자리했다.

추념식이 끝난 이후 문 대통령 부부는 4·3평화공원 위령제단으로 이동해 4·3 영령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제주 4·3을 상징하는 동백꽃을 헌화하고 분향했다. 이어 위패봉안관으로 이동해 4·3특별법 책자에 서명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4월 06일, 화 6:5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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