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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오세훈씨, 72세 이상림씨를 아십니까?"
[주장] 첫날부터 능숙하게? 오 후보가 내건 '스피드 개발'이 우려되는 이유


▲ 6.2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오세훈, 민주당 한명숙, 자유선진당 지상욱,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2010년 5월 18일 밤 MBC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 남소연

(서울=오마이뉴스) 이원호 기자 = "이상림씨를 아십니까? 아십니까? 양회성씨 아십니까? 한대성씨를 아십니까? 윤용현씨를 아십니까? 김남훈 경사를 아십니까? 이제 아시겠죠. 작년 1월 20일이죠. 용산에서 숨진 분들입니다. 저는 오세훈 후보께 묻고 싶습니다. 이들이 테러리스트입니까? 서울 시장으로서 서울 시민에게 사과할 용의는 없습니까?"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TV 토론에서 故 노회찬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서 했던 질문이다. 시종일관 여유로워 보이던 오세훈 후보의 얼굴은 "이상림씨를 아십니까? 아십니까?"라고 재차 묻자 당황하며 "말씀하시죠"라고 얼버무렸고, "사과할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는 "세입자에 많은 이득을 주는 법안을 만들었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그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후보는, "임차인들의 폭력 저항이 용산참사의 본질"이라며,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논란이 일자 그는 변명하듯 사과의 표현을 했지만, 자신의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망언이지만, 오히려 10여 년 전 얼버무렸던 입장을 분명히 한 말처럼 들렸다. 부동산 개발동맹에 저항하는 이들은 '폭도'요, '테러리스트'라고 말이다.

"첫날부터 능숙하게" 개발 속도전?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오세훈 후보는 "첫날부터 능숙하게"라는 선거 슬로건을 내세웠다. 시정 경험이 있음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그것은 그가 과거 어떤 시장이었는지를 상기시키는 슬로건이기도 하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한 달 안에 다 풀겠다'는 그의 공약은 수많은 고통을 야기한 그의 잔혹한 능숙함을 떠올리게 한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토론회에서 오세훈 후보는 "11평형은 너무 좁아서 대각선으로 누워 자야 한다"는 말이 논란이 됐다. "부잣집 자제분과 가난한 집 아이들", "강남과 비강남"이라는 구분을 사용한 오세훈 후보의 최근 발언들도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 오세훈은 서울시장 시절 '명품 서울'을 표방하며, 도시 서민들의 삶터를 '짝퉁'인 양 쓸어버리고, 중대형 아파트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 중심에 용산이 있었다. 2006년 선거에서 '뉴타운 50곳' 추가 지정을 공약하고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7년 7월, 한강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애초에 '한강 르네상스'는 한강 생태계를 복원하는 환경 공약의 하나로 포장되었다. 그러나 발표된 한강 르네상스 마스터플랜 조감도에는 뾰족이 솟은 665m(150층)의 랜드마크 빌딩과 함께,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사업이라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8월 용산역 일대 56만 6000㎡를 국제업무기능의 서울 부도심으로 개발하겠다는, 사업비 총 31조의 통합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는 시책사업으로 연계한다며 SH공사를 통해 490억 원을 출자했는데, 여기에 삼성물산을 대표 컨소시엄으로 한 27개의 금융·건설재벌들이 재무, 전략, 건설 부문 투자자로 나서며, 프로젝트파이낸싱 방식의 대규모 개발프로젝트 속도전이 강행되었다. 이 광란의 개발 폭주는, 용산 일대의 땅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했다. 빠른 개발을 위해서는 주민들을 빨리 쫓아내야 하고 이는 극심한 용역 폭력이 동원되는 강제퇴거로 이어져다. 이 개발 폭주의 한 가운데서 여섯 명의 시민이 사망에 이르는 '용산참사'가 발생했고,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기'라는 부도 사태로 귀결됐다.

용산참사 책임자, 오세훈의 본


▲ 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 지역내 5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철거민 농성용 가건물을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 하는 과정에서 불길에 휩싸인 가건물이 무너지고 있다. ⓒ 권우성

오세훈은 용산참사의 원인제공자이자 직접적인 책임자이다. 오세훈의 대권 프로젝트이기도 했던 한강르네상스와 용산의 대규모 개발 개발프로젝트의 폭주가 용산참사의 본질이기에, 당시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오세훈 시장을, 이명박, 김석기(당시 서울경찰청장, 현 국민의힘 의원)와 함께, "용산참사 5대 주범"으로 꼽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과 오세훈은 용산참사는 '사인 간의 문제'라며 책임을 외면했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여가 지난 2009년 3월 10일, 참사 현장인 용산4구역에서 철거 공사가 재개되었다. 당시 유가족과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오세훈 시장 면담을 요청하며, 문제가 해결되고 장례를 치를 때까지만이라도 철거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시장은 면담에 응하지 않았고 겨우 만나게 된 서울시부시장은, "시간이 돈이다. 공사를 미룰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들에게는 여섯 명 시민의 죽음보다, 한 시라도 멈출 수 없는 개발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여섯 명의 시민이 사망한 사건이 '용산참사'가 아니라, 이로 인해 용산 일대의 대규모 개발이 멈추는 사건이 '용산참사'였을 것이다.

10여 년이 지나 다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오세훈 후보는 "스피드 공급", "재개발‧재건축 한 달 안에 규제 완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이루지 못한 용산개발 프로젝트의 꿈을 이루겠다는 듯, 용산을 "서울의 마지막 기회의 땅"이자 "100만 평의 선물"이라며, 용산 일대의 개발과 "제2의 한강르네상스"를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예고하고 있는 게 아닌가. 서울을 갈등과 폭력, 비극과 참사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선언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여기, 사람이 있었다

2009년 용산참사로 다섯 명의 세입자 철거민, 한 명의 경찰 특공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참사 해결에 서울시와 책임 있는 주체가 나서지 않으면서 철거민들의 장례는 1년이나 지나서 치를 수 있었다. 2010년 재선에서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오세훈에게 그들의 이름을 다시 묻고자 한다. 자신이 벌인 살육의 개발로 희생된 이들의 이름 말이다.


▲ 이상림님 생전 사진 ⓒ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오세훈 후보님, 이십 년 넘게 용산의 골목길 한자리에서 장사를 하며, 가게 옥탑에서 살아가던 당시 72세 "이상림님을 아십니까?" IMF로 몇 차례의 실패를 겪고도, 언젠가 두 아들과 함께 번듯한 일식당을 운영하리라는 꿈을 꾸며, 요리하며 식당을 운영하던 "양회성님을 아십니까?" 결혼 10년 만에 월세 단칸방을 벗어나, 가진 것 없지만 성실하고 묵묵하게 살아가던, "한대성님을 아십니까?" 유난히 사람을 좋아했던, 이미 개발로 쫓겨났던 적이 있어 두 번은 쫓겨날 수 없다면 싸웠던 "이성수님을 아십니까?" 10년 가까이 운영하던 한정식 식당과 집이 개발로 하루아침에 빼앗기자 같은 처지의 철거민들에 늘 함께 했던, 닷새 후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용산으로 떠난 "윤용헌님을 아십니까?" 그리고, 경찰 지휘부의 무모한 진압명령에, 무리한 진압작전에 투입돼야 했던, 국민을 지키는 자랑스런 경찰이 되고 싶었던 "김남훈님을 아십니까?" 그리고, 또 한 사람, 중국집을 운영하다 졸지에 철거민이 되어 망루에 올랐다는 죄로 구속되었다가, 살아남은 것이 죄스럽다며 10년이 지나 세상을 등진 "김대원을 아십니까?"

폭도로 몰린 평범한 시민들이 살아가던 동네 용산4구역에는 참사의 흔적을 지운 듯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라는 고층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섰다. 아파트 가격은 평수에 따라 24억에서 62억까지 거래되고, 전세가도 16억에서 22억에 이른다. 그곳에서 살아가던 이웃들은 거기 들어갈 수 없다. 이것이 서울 시민의 삶을 파괴한 용산참사의 본질이고,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의 본질이며, 오세훈 후보의 본질이다.


▲ "오세훈 후보의 용산참사 본질 왜곡, 막말에 대한 유가족 긴급기자회견"이 1일 오후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역앞 옛 남일당 건물자리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관훈토론에서 "임차인들의 과도한 폭력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참사의 본질을 왜곡했다며,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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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짐: 2021년 4월 06일, 화 7:0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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