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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침몰한 배에서 살아온 남편... 지옥문이 열렸다
[세월호 의인과 꼴통, 김동수 가족 이야기] 아내 김형숙편 ② 그날


▲ '파란 바지 의인' 김동수의 아내 김형숙씨 ⓒ 이희훈

(서울=오마이뉴스) 변상철 기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과 이들을 지키려는 가족들조차 아직도 매일 악몽을 꾸며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세월호 생존자 중 '파란바지 의인'으로 알려진 김동수씨 가족 인터뷰를 통해 세월호 생존자와 그 가족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생히 전해드립니다. 이번 글은 아내 김형숙씨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세월호 사고가 난 2014년 4월 16일 아침에 동수씨하고 전화 통화를 했어요. 그날 친정오빠가 제 통장에 넣어둔 문중 돈을 처리해야 한다며 연락을 했거든요. 마침 친정 문중 통장을 제가 가지고 있어서 동수씨에게 그 문제를 상의하려고 전화 통화를 했죠. 그 시간이 오전 8시 45분이었어요. 전화를 끊고 보니 8시 46분이더라고요.

함덕 하나로마트에서 친정오빠를 만나서 농협으로 걸어갔어요. 걸어가는 중에 동수씨 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제수씨, 동수 무슨 배 탔수까(탔습니까?)" 해서 "목포 배 탔을 거우다(거예요)"하고 대답을 했더니 그분이 "지금 인천 배 가라앉았다" 하는 거예요. 나는 동수씨가 목포 배를 탔다고 생각하고 별생각 없이 농협에 들어갔어요. 농협에 들어가니 거기 텔레비전에 세월호가 침몰하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아, 인천 배 탔나 보다

농협에서 일 보고 나와서 친정오빠하고 헤어져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전날 동수씨와 통화할 때 자기가 서울 신림인가 신길에 있다고 했던 말이 갑자기 생각났어요. 그제야 아, 인천 배 탔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동수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안 받아요. 그때부터 집에 걸어가려고 하는데 다리가 후들거려서 걸어가지 못하겠더라고요. 큰딸한테 전화해서 "아빠, 인천 배 타고 간 거 같다. 내가 걸어가질 못 하겠다"라고 했나 봐요. 나는 기억도 안 나요. 큰딸이 막 뛰어나와서 제 손을 잡고 저를 집으로 데려갔어요.

자세한 기억은 없는데 제가 집에 가면서 친정오빠한테 전화를 했던 것 같아요. 오빠한테 "지금 침몰한 세월호에 동수씨가 탄 것 같다"라고 했더니 오빠가 곧장 달려왔어요. 그렇게 집에 있으니까 시아주버니에게서도 전화가 오더라고요. 조금 뒤에 큰딸과 올케, 제가 오빠 차를 타고 제주해양경찰서로 가는데 동수씨는 계속 전화가 안 되고...

사라봉을 막 지나갈 무렵 화물회사로부터 동수씨랑 연락됐다고 전화가 왔어요. 오빠가 "그럼 집으로 돌아가자" 하니까 올케가 "눈으로 확인해야지 가긴 어딜 가냐"라고 해서 해경 사무실로 갔죠. 제주해경에 도착해서 정문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사고 난 세월호 배 가족이라고 하니까 사무실을 알려주더라고요. 우리 가족이 사무실에 들어가자 벌써 기자 2명이 와 있었어요.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오전 11시경에 동수씨가 큰딸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통신상태가 좋지 않아서였는지 큰딸이 받으면 끊어지고, 받으면 끊어지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나 큰딸은 혹시 동수씨 상황이 좋지 않아 무슨 마지막 말을 남기려고 전화를 한 건가 하는 상상을 하면서 초조하게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너무 전화가 안 되니까 답답해서 마당으로 나왔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미 동수씨가 오전 9시 18분경에 마라톤 동호회 밴드에다가 인천 배 침몰이라고 하면서 사진 영상을 올렸더라고요.

한참 후에 큰딸 예람이가 전화를 걸었는데 동수씨가 전화를 받았어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그런데 사고를 당한 사람치고 동수씨 목소리가 너무 차분하더라고요. 다른 화물 기사들은 어떻게 됐냐고 하니까 "다른 화물 기사들도 다 나왔어, 그런데 사람을 많이 못 구했어"라고 해요. 내가 아픈 데는 없냐고 하니까 그냥 "일단 알았다" 하면서 전화를 끊더라고요. 그때는 다른 배들이 와서 세월호 사람들 구해줬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일단 동수씨하고 연락이 되니까 안심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오후 2시경에 직장에 출근했어요.

일 끝나고 집에 돌아왔는데 딸 둘이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170명 정도가 생존했다는 기사와 함께 동수씨가 아이들 구하는 장면이 반복해서 계속 나오더라고요. 큰딸이 그런 장면이 텔레비전에서 백번도 넘게 나왔다 말하는데 그때서야 세월호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았죠.

바로 동수씨에게 전화해서 어떠냐고 물어봤죠. 텔레비전에 동수씨 다쳤다고 나오는데 치료는 받았냐고 물어보니 "치료가 어디 있어?" 하는 거예요. 그러고는 "진도에서 학생들 가족들이 울고불고 난리라서 거기 있지 못하고 지금은 여관에 들어왔다. 내일 배 타고 올 거다" 하더라고요. 그날 저녁 비행기로 오라고 했더니 비행기는 없고 진도군청에서 뱃삯을 마련해줘서 내일 아침에 제주로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날 작은 딸도 학교 갔다가 교복 입은 채로 아빠 마중을 가게 되었죠.

아침에 제주항으로 동수씨 마중 갈 때 제주도 신문 한 귀퉁이에 동수씨 일행 돌아왔다는 기사가 나겠구나 예상했는데, 막상 항구에 도착해보니 예상보다 더 많은 카메라가 있더라고요.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카메라는 처음 봤어요.

우리 가족이 카메라 기자를 피해서 돌아가는데 작은 딸이 걸어가면서 "왜 우리가 돌아서 가야 하느냐"라고 투덜거렸어요. 어느 기자가 그 소리를 듣고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이냐고 물어보기에 가족이라고 하니까 여기 서 있으라고 하면서 자리를 내주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가족도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던 곳에서 기다리게 되었죠.

처음 우리 계획은 동수씨가 아프다고 하니까 배에서 나오면 곧바로 태워서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차도 항구 가까이 세웠어요. 시간이 돼 동수씨 일행이 배에서 나오자 청해진 사람이 나타나서는 화물 기사들을 사무실로 데려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자 기자들이 항의하고 막 난리가 났어요. 그 와중에 전날 해경 사무실에서 봤던 기자 한 명이 큰 딸을 알아보고는 인터뷰 요청을 하기도 했고요.

생존 화물기사 중 나이가 많은 오용선씨가 화물기사 몇 명만 기자회견 하자는 의견을 냈고, 같이 있던 화물 기사들이 모두 "그럼 동수가 해라"라고 했어요. 그래서 동수씨가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고, 기자회견 중에 자기가 찍은 세월호 영상도 보여주고 그랬죠.

기자회견이 끝나자 화물 기사들더러 이(E) 중앙병원, 한국병원, 에스(S) 중앙병원 중 하나에 입원하라고 하더라고요. 동수씨를 한국병원 1인실에 입원시킨 뒤 큰딸 보고 아빠 곁에 있으라고 하고, 작은 딸은 등교하고 나는 출근했죠. 마침 작은 딸의 같은 학교 친구가 한국병원 이사장 손녀라 동수씨를 배려해 일반병실에서 VIP실로 옮겨줬더라고요. 그래서 네 식구가 한동안 거기서 지냈어요.


▲ '파란 바지의 의인' 김동수씨. ⓒ 이희훈

남편이 이상해졌다

한국병원에 입원한 다음날 세월호 사고로 바닷물 속에 있다가 와서 그런가 춥다며 계속 덜덜 떠는 거예요. 그래서 병원 근처에 있는 사우나에 다녀오라고 했죠. 그런데 한 20분이나 됐나? 금방 돌아왔더라고요. "사우나하고 완?(왔어?)"하고 물어보니 "응" 하더라고요. "누룽지 줄까?"하니 "응"하고 대답을 해요.

그래서 즉석 누룽지에 물을 부어 주었는데, 먹지도 않고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가 갑자기 누룽지 컵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서럽게 우는 거예요. 왜 우냐니까 사우나 물에 발을 딱 들여놓는데 거기서 갑자기 "우리는 이렇게 차가운 물에 있는데 아저씨는 따뜻한 물에 있느냐"는 세월호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더래요. 그래서 사우나도 못하고 그냥 다시 옷을 입고 나왔대요.

진짜 당황했어요. 사실 그때 이 사람 상태가 나쁘다는 걸 눈치 챘어야 했는데 그때는 한순간 그런 일이 있나 보다 하고 말았죠. 그 뒤로 엄청나게 힘들어할 거라는 걸 모르고 있었던 거죠. 입원한 날부터 친구니 아는 사람이니 병문안 왔을 때 이런저런 이야기도 잘하고, 세월호 사고 과정도 잘 설명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동수씨 상태가 나빠지리라고 전혀 눈치를 못 챘어요.

그 뒤로 한동안 딸들하고 같이 진도 팽목항도 다녀오고, 혼자 안산 단원고도 다녀왔어요. 안산에 다녀와서는 단원고에 귤도 10박스씩 보내주면서 꽤 잘 지내는 듯했어요. 그렇게 몇 달은 분노나 그런 게 두드러지지 않았어요.

2014년 겨울쯤이었나. 함덕 집에 있을 때였는데, 종일 집에 있으니 답답하다면서 제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나보고 바람 쐬러 나가자고 해요. 그렇게 밤에 산책을 하면 자꾸 사람도 없고 어두운 곳으로만 가겠다고 해요. 함덕 바닷가 쪽으로 가면 조명도 밝고,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곳은 놔두고 자꾸 어두운 곳으로만 가겠다는 거예요.

깜깜한 곳으로 걷다가 공사하는 곳에 다다라서 잠깐 쉬려고 앉으면 막 울면서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고통을 받고, 이렇게 살아야 하냐. 매일 자려고 하면 창문에서 아이들이 문을 두드려"라는 이야기를 레퍼토리처럼 하는 거예요. 정말 쩌렁쩌렁 울리게 울면서 소리를 질러요.

동수씨가 매일 그러니까 집에 오기가 무서운 거라. 집에 가면 또 밤에 산책 나가자고 할까 봐. 솔직히 집에 가기 너무 싫었어요. 동수씨가 술을 먹는 것도 아니고 맨 정신에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산 쪽으로 가기 싫어서 일부러 시원한 바람 부는 바닷가 쪽으로 산책 가자고 해도 안 가겠다는 거예요. 어두운 데 가서 꼭 그렇게 꺼이꺼이 울고 그래요.

세월호 사고 난 후 잠을 못 자면서 더 증상이 심해지기 시작했어요. 막 서럽게 울어요. 막 쏟아내는 거죠. 속에 있는 답답한 것을. "내가 뭐를 잘못했는데, 왜 고통 받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떻게 이 사람을 재울까 하는 생각만 했어요. 그때가 저한테는 지옥문이 열리던 순간이었어요.

동수씨가 2015년 2월에 육지에서부터 팽목항까지 걷는 도보행진에 참여했다가 중간에 돌아왔는데 뭔가 상처를 많이 받고 돌아왔어요. 돌아와서는 어두운 옷 방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는 거예요. 안 그래도 평소 함덕 집이 반지하라 좀 어두운 데다 제일 안쪽에 있는 옷 방은 완전히 깜깜하거든요. 옷도 많이 걸려 있어서 이불 하나 깔고 딱 한 사람 누울 정도의 크기밖에 안 되는 작은 방이에요.

그때부터 그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았어요. 그때는 제가 집안 경제를 책임져야 해서 동수씨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썼어요. 원래 동수씨는 핸드폰, 텔레비전을 좋아했어요. 특히 스포츠나 영화는 광적으로 좋아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던 핸드폰도 끊고 불도 안 켜고 깜깜한 방에 종일 누워있더라고요. 장마 때는 옷이 다 젖을 정도로 습한 방인데도 한 달 이상 그렇게 시체처럼 누워 있었어요.

가족이 있을 때는 나오지도 않다가 가족이 다 나가야지 혼자 밥을 먹고 그러더라고요. 지금 보니까 그것이 전부 나쁜 징조였는데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었던 거죠. '진짜 힘들구나. 저렇게 좋아하는 텔레비전, 휴대폰도 안 보고 진짜 힘들어하는구나'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렇게 그 방에 누워만 있던 동수씨를 나오게 한 게 치질이었어요. 2015년 여름에 치질 수술하고 너무 아프니까 회복할 때는 그 골방에서 나와 치료를 하더라고요. 너무 아프고 통증이 심하니까 아이들 방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더라고요. 나는 그때 그 치질이 너무 고마웠어요.

치질 수술 후 자해를 했는데, 자해하기 전에는 전조가 전혀 없었어요. 그전부터 동수씨에게 세월호에 함께 탔던 화물 기사들로부터 생활고로 어렵다는 전화가 계속 오긴 했었지만, 화물기사 시절부터 기사들끼리 원래 친했기 때문에 서로 전화로 고민을 이야기하는가보다 생각했죠. 그중에는 당시에 이혼 이야기까지 나오는 가정들도 있을 정도였어요. 그런 동료 기사들의 어려운 이야기가 동수씨 내면에서 계속 쌓여가고 있었어요.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자)
 
 

올려짐: 2021년 4월 30일, 금 6:0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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