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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K방역은 정말 실패하고 있나? 언론이 말하지 않는 것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백신 이기주의에 맞서 한국이 해야 할 일

(서울=오마이뉴스) 임상훈 기자 = "지난 수요일 각종 일간지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오는 5월 3일부터 모든 국민의 이동 제한 조치가 해제된다. 5월 19일부터는 영화관, 극장, 박물관이 재개되며 카페와 식당은 야외 식탁에 한해 영업이 허가된다. 6월 9일부터는 무도회장을 제외한 모든 문화시설과 상점, 체육시설이 정상영업으로 돌아오며 6월 30일부터는 모든 직장인들의 자가 근무가 해제된다. 결국 올 여름부터는 사실상 예전의 생활 모습으로 돌아가게 됨을 의미한다."

"지난 일주일간 매일 평균 36만 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사망자는 2993명에 달한다. 특히 4월 29일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40만 명을 돌파한 40만 1691명을 기록했으며 역시 같은 날 하루 신규 사망자 수는 3919명에 달했다. 역시 팬데믹 이후 최고 기록에 해당한다. 모든 화장터에서는 24시간 연기가 뿜어 나오고 있지만 시설이 부족해 공원, 주차장 등 남는 공터가 임시화장터로 이용되고 있다."

믿기 어렵지만 같은 시기에 대유행을 겪고 있는 두 나라의 대조적인 모습이다. 앞은 프랑스, 뒤는 인도의 이야기다. 팬데믹 이후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인도는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인프라마저 턱없이 부족해 구할 수 있는 생명들도 희생되고 있다. 반면 서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를 일정 규모 수준에서 안정적 관리를 도모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정부의 방역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높았고, 현재도 1일 신규 확진자가 3만명 규모이긴 하지만, 백신의 효과와 함께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점차적 정상 사회로 되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4월 30일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기준으로 미국이 3304만 명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고, 그 뒤를 1875만 명의 인도가 따르고 있다. 세 번째가 1459만 명의 브라질, 네 번째는 559만 명의 누적 확진자를 기록 중인 프랑스가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터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이 순서대로 그 뒤를 잇는다.

최대 피해 10개국은 모두 경제대국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증으로 신음하고 있는 인도의 코로나19 하루 사망자 수가 3천 명을 넘어섰다.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기준 코로나19 하루 사망자 수가 3천293명으로 집계돼 최고치를 경신했다. 누적 사망자 수는 20만1천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사진은 수도 뉴델리의 노천 화장장에서 지난 24일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화장하는 모습. 2021.4.24 ⓒ 연합뉴스

코로나19 최대 피해국 10개 나라는 모두 경제대국들이다. 이들 국가 대부분이 인구가 많거나 무역과 인적자원 개방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최대 피해국들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양상이다. 북미의 미국, 캐나다 그리고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은 조금씩 코로나19의 악몽을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지만 인도와 브라질 등 경제규모 대비 개인 소득을 포함 국민 삶의 질이 낮은 국가들은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각 나라별 상황이 있긴 하지만 백신 보급의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 팬데믹 이후 일별 인도 신규 확진자 추이.(https://coronaboard.kr) ⓒ Coronaboard.kr

코로나19 백신 수급이 전 세계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백신 확보를 둘러싼 국가들 간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화된다. 백신은커녕 병상과 산소호흡기도 부족한 인도와 달리 미국은 전 국민이 2차 접종까지 하고도 남는 백신을 확보했으며,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캐나다는 백신 공급이 지금보다도 훨씬 원활하지 않던 당시부터 전 국민 대상 2차 접종까지 가능한 수의 두 배를 확보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충동구매를 한다지만 국가의 운명을 책임지는 정부의 행태에 적합한 설명은 아닐 것이다. 이들 서방 국가들의 백신 과잉 구매는 비합리적이고 반사회적인 싹쓸이 충동구매보다 나을 것이 없는 비정상적 행태다. 21세기에 때 아닌 '백신 제국주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인도의 경우, 캐나다의 경우

백신 과잉 구매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캐나다 정부는 급기야 백신이 부족한 국가들을 상대로 기부하겠다는 약속까지 하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냥 적당한 양을 구매하고 다른 나라도 골고루 구매할 수 있도록 두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이러한 서방 국가들의 이기적인 싹쓸이 구매계약으로 인해 전 세계에 고른 백신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지난해 초 대유행의 시작과 함께 백신 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히 대두될 때부터 우려됐던 상황이다. 하지만 이후 지금까지 해당 국가, 기업들은 어떠한 명시적 조치도, 개선 노력도 없이 오히려 상황을 점점 악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백신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패권국들과 공룡 제약회사들의 부적절한 행태를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국내의 언론 상당수는 비판은커녕 오히려 그러한 흐름에 편승하고 동조하고 있다. 그들과 같은 광란의 사재기에 우리 정부가 동참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나무라기까지 한다. 급기야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성공은 허구라면서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실패한 국가라는 오명을 스스로에게 뒤집어씌우기까지 한다.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백신 이기주의를 비판하지는 못할망정

'한국병', '헬조선' 등 없던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며 스스로를 자학하는 데 익숙한 한국인이었지만 전 세계가 주목하는 놀라운 결과를 스스로 만들어내도 자학 습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전염병에 대한 방역의 새 모델을 전 세계에 선보여도, 방역에도 참여적 주권 민주주의가 통한다는 실례를 스스로 만들어 보여줘도, 방역과 같은 심리작용이 크게 좌우하는 민감한 영역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투명한 공개를 통한 국민-정부 정보 공유 체계를 만들어도,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을 통해 주목할 만한 방역 성과를 보여줘도 이들에겐 칭찬받고 주목받는 게 불편한 모양이다.

하지만 일부 서구 국가들의 '백신 이기주의'를 향한 비판에 대해서마저 '냉혹한 국제질서의 현실을 모르는 순진하고 태평한 생각'이라고 힐난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심각한 문제다. 자학을 넘어 범죄적 파괴와 침략 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정작 '냉혹함'과 '질서'는 상충되는 개념이라는 사실도 무시한 채.

국제사회의 야수적 본능으로부터 인류를 지키고 질서를 회복하려는 노력은 수세기에 걸쳐 국가 간 개방과 교류, 국제법 제정, 시민계급의 감시기능 강화 등의 형태로 결실을 맺어왔다. 이제 인류는 유기적 기능을 가진 거대한 '지구촌'을 경영할 능력을 갖추게 됐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를 여전히 약육강식과 같은 자연법칙의 지배하에 놓여 있다고 믿으며 '냉혹한 현실'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한 야수적 인류 운명은 영원히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야수의 세계가 자신들의 재화와 권력 유지에 유리하다고 믿는 소수 특권계급이 아니라면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는 국제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팬데믹이라는 '공공의 적'을 대면하는 상황에서 더더욱 그렇다. 상호 분쟁도 아닌 보편적 위기 앞에서 공동체 의식과 단일 대오를 구성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절망적이다. 백신 보급을 포함한 코로나19 대응의 양극화는 이미 이러한 회의적 인류의 미래상을 보는 것 같다. 백신은 특정 국가의 시민만이 아닌 모든 인류의 안전과 생명이 관련되는 공공재다. 그럼에도 북미, 서유럽의 소수 국가들이 독점하듯 싹쓸이 해가는 현실은 그들이 설파해온 보편적 민주주의 가치와 거리가 너무 멀다.


▲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6일(현지시간) 미시소거에서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 도착하고 있다. 2021.4.6 ⓒ 연합뉴스

바로 그 차원에서 캐나다 정부의 백신 이기주의가 아쉽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해 7월 백신 개발이 한창일 때,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스웨덴, 스페인, 뉴질랜드 등 8개국 정상들과 공동 명의로 전 세계에 공평하고 공정한 백신 보급을 촉구하는 글을 기고한 당사자다. 그 기고문은 '더 큰 자유정신에 입각,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보급에 모든 지도자들이 기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맺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공평한 백신의 공급'을 강조했다. 인류 공공재로서 백신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개발도상국을 포함 모든 나라에 공정한 백신 지원을 목표로 하는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의 후원국 역할도 해왔다. 물론 대유행 위기 속에서 인류의 보편적 이익과 지구촌 공공성 실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안정적 코로나19 관리가 뒷받침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객관적 지표가 가리키는 것

한국의 안정적 코로나19 관리가 허구라는 국내 일각의 주장 중 하나는 한국의 확진자 수가 적은 이유가 검사 수가 적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주장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검사 수를 줄여 확진자 수가 적게 조사된다면 위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실제 그런 조사는 검사수가 많을수록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검사를 안 하면 확진자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조사될 단점이 있다. 반면 검사가 많든 적든 검사 수 대비 양성률을 조사한다면 대략 전 국민의 확진율과 비슷한 결과를 얻게 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 위치한 글로벌 문제 데이터 연구 기관인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국의 코로나19 검사 대비 양성률을 비교할 때 한국은 가장 안정적으로 위기 상황을 관리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분류된다. 이 기구에 따르면 양성률 5% 미만의 국가는 전염병이 통제되고 있다는 지표라고 하는데 4월 25일 한국의 검사 수 대비 양성률은 1.80%로 영국 다음으로 낮다.


▲ 4월 25일 기준 영국, 한국 등의 코로나19 양성률. (https://ourworldindata.org) ⓒ Ourworldindata

같은 자료에서 영국은 0.20%, 남아공은 4.5%를 기록했다. 그리고 4월 18일 기준으로 보면 인도는 15.50%, 독일은 12.40%, 미국은 5.6%, 남아공은 4.20%, 한국은 1.6%, 그리고 영국은 0.30%를 기록했다. 한때 서유럽 최고 확진율을 기록하던 영국이 최근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한 이후 확진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 실제 이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 최근 유럽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70%가 코로나19에 면역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또 한 부류는 한국이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를 든다. 이 역시 잘못된 주장이다. '충분한' 백신은 상대적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은 대부분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나라들이다. 코로나19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백신 접종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가장 접종률이 높은 이스라엘의 경우 인구는 적지만 100만명 당 발생률을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4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국가다. 초기 방역에 실패해 피해규모가 통제권을 벗어나면서 화이자와 사실상 임상실험 대상을 자처하고 면책조건까지 넣어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물론 결과는 성공이었다. 인류가 백신에 대한 우려와 기대 사이에서 기대로 기울게 만든 결정적 역할을 한 나라이기도 하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규모는 세계 198개국 가운데 86위에 해당하지만 발생률 기준으로 하면 123위에 해당한다. 한국보다 발생률이 낮은 나라는 사실상 코로나 피해가 적은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나 태평양, 대서양의 작은 섬나라, 그리고 인구밀도가 낮은 나라들이다. 그 나라들을 제외하면 한국보다 코로나19 발생률이 적은 대표적인 나라는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이다.

한국이여, 자신감을 가지고 백신 이기주의에 맞서라


▲ 75살 이상 어르신들이 29일 오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위해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 접종센터에 들어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러한 여러 기준을 근거로 한국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코로나19 통제를 가장 잘 하고 있는 나라들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백신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국가들과 달리 제약회사들과 불리한 조건의 협상을 할 이유가 없었고,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을 파악한 뒤에 협상을 해도 늦지 않다.

한국은 코로나19 초기부터 선진적 방역 모델을 제공한 나라다. 이를 바탕으로 여전히 모범적 코로나19 관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의 경제 대국은 코로나19의 커다란 피해 국가들이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 국가 가운데 신규 확진자 규모 500~700명, 양성률 1.60~1.80%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중국은 자료 신뢰성의 문제로 비교대상에서 제외).

이러한 자신감과 노하우를 근거로 한국은 계속해서 세계무대에서 백신의 공정한 보급과 특히 저개발 국가들의 백신 접근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을 하는 데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는 국가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는 국제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5월 06일, 목 3:2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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