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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그래도 남편은 살아왔잖냐"... 비밀 단톡방의 슬픔
[세월호 의인과 꼴통, 김동수 가족 이야기] 아내 김형숙편 ④ 가족


▲ 세월호 의인 김동수씨와 아내 김형숙씨. ⓒ 이희훈

(서울=오마이뉴스) 변상철 기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과 이들을 지키려는 가족들조차 아직도 매일 악몽을 꾸며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세월호 생존자 중 '파란바지 의인'으로 알려진 김동수씨 가족 인터뷰를 통해 세월호 생존자와 그 가족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생히 전해드립니다. 이번 글은 아내 김형숙씨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동수씨의 트라우마가 저나 큰 딸에게만 나타나는 건 아니에요. 작은 딸도 같은 경험을 했어요. 2015년 작은 딸이 수능 보는 날(11월 12일)이었어요. 동수씨가 약을 먹고 일어나지 못하니까 아침에 저와 큰딸이 작은딸을 수능 시험장까지 데려다줬어요. 그러고는 저녁에 시험 보느라 고생한 작은딸하고 밥이라도 같이 먹으려고 일 끝나자마자 서둘러 퇴근을 했죠.

김녕 입구를 막 지나면서 집에 가서 뭐 먹을지 정하려고 큰딸에게 전화를 했는데, 큰딸 말은 안 들리고 전화기 너머로 동수씨가 고함치는 소리만 들리더라고요. 전화기 너머로 "뭐 질질 짜고 난리야" 막 그런 소리가 나요. 또 무슨 일이 났구나 싶어서 서둘러 차를 몰고 집에 가보니 동수씨는 이미 집을 나갔고, 딸들은 울고 있고 난리가 난 거예요.

작은딸이 시험 끝나고 가채점을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시험 점수가 잘 안 나왔나 봐요. 작은딸이 그것 때문에 속상해서 울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동수씨가 "뭐 그런 걸 가지고 울고 있냐. 세월호 아이들은 죽어서 시험도 못 보는데" 막 이렇게 말을 해버린 거죠.

그러니 작은딸이 얼마나 속이 상하겠어요. 울고 있는 작은딸을 겨우 달래서 뭐 먹고 싶으냐고 하니까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떡볶이를 시켜 줬더니 울면서 떡볶이를 먹더라고요. 울면서 떡볶이를 입에 넣는데 그래요. "시험 보는 날, 아빠한테 욕 처먹은 년은 나밖에 없을 거라." 그런 말을 하는데 웃을 수도 없고 참 기가 막히더라고요.

작은딸하고 싸우고 나갔던 동수씨는 한두 시간 있다가 들어와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작은딸이 나중에 그런 말을 했어요. "아빠는 나 때문에 그 아이들 구했다고 하는데, 나만 보면 아이들 생각나서 나한테 더 분노를 쏟아 내는 거 같아"라고 말이죠.


▲ 세월호 의인 김동수의 아내 김형숙. ⓒ 이희훈

인간 김형숙으로 산 기억이 없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 제주 생존자들이 상담을 받으려면 경기도 안산에 있는 '온마음센터'까지 가야 했어요. 그러던 중에 제주에 제주마음치유센터가 생겼어요. 제주에 치유센터가 생기자 안산 온마음센터에서 전화가 와서는 제주마음치유센터가 있으니 온마음센터 이용이 어렵다는 거예요.

사실 제주도에 세월호 생존자가 24명이나 있잖아요. 당초 제주 치료센터가 없어서 안산 병원을 이용할 때에는 제주도에서 교통비나 이런 비용을 지원해 줬어요. 그런데 예산이 적었을 뿐더러 예산이 없으면 자비로 가야 했고, 동행하는 가족은 본인이 모든 경비를 부담해야 했어요.

그런데 제주마음치유센터가 생기고는 피해자들이 서울 상급병원으로 치료받으러 가려고 해도 교통 경비조차도 안 나와요. 제주 영광병원에서 치료받는 비용만 나오고 육지에 있는 병원에 가면 피해자라도 치료비를 부담해야 해요. 물론 보호자로 따라가는 가족의 비용도 전혀 지원되지 않아요.

고대 안산병원에 있을 때는 환자 식사로 나오는 밥을 같이 나눠 먹었어요. 비용이 너무 부담이 되니까요. 왜 피해자 가족은 지원이 되지 않는 걸까요? 제주도에서 2016년도에 피해자 트라우마 지원과 생계 지원을 해준다고 조례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아직 단 한 번도 제주도에서 한 해 예산을 짤 때 우리를 부르거나 상의를 한 적이 없어요. 다른 지역은 세월호 피해자 담당 공무원이 있다는데 제주도는 그런 담당 공무원조차도 없어요.

그러니 일이 생기거나 문제가 생겨도 하소연할 데가 없는 거죠. 동수씨가 자해하는 것도 그래요. 어디 가서 하소연 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그냥 도청에서 자해를 해버리는 거예요. 누구라도 자기 말을 좀 들으라는 거죠.

최근 7년 동안 인간 김형숙으로 산 기억은 없었던 거 같아요. 어쩌다 동창회를 나가든가 다른 일로 밖에 나와 있어도 편하게 있은 적이 한순간도 없어요. 지금은 좀 덜하긴 하지만 전에는 동수씨가 사려니 숲에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러 나갔다가도 큰소리가 나면 또 누구하고 다툼이 났나 하고 걱정부터 했어요.

지금은 동수씨가 좀 덜해요. 누가 숲에서 쓰레기를 버려도 그냥 놔두라고 해요. 차를 타고 가다가 누구와 시비가 붙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오히려 동수씨가 나서서 참으라고 하기도 하고요. 예전 같으면 불같이 화를 내고 싸웠을 텐데 요즘은 오히려 나를 말리고 그래요. 요즘은 동수씨가 마음을 접고 사는 것 같아요. 동수씨에게 약 때문에 참는 거냐고 물어보면 "아니다, 죽을힘을 다해서 참고 있는 거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지금 동수씨에게 제일 감사한 것은 제시간에 약 잘 먹는 것, 그게 제일 고마워요. 동수씨는 약을 안 먹으면 감정이 되살아나요. 약 안 먹으면 감당하지 못할 일이 생길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저를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겠어요.

지난번에 국무조정실 산하 세월호피해지원단 담당관이 왔는데 동수씨 상황이 힘들다고 했더니 제주도청으로 공문을 보내줬나 봐요. 며칠 뒤에 도청 담당 계장에게서 '도울 일이 있는지 알아보라는 연락을 받았다'라는 전화가 왔어요. 제가 좀 뿌듯하더라고요. 그전에는 정부에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답변을 해준다거나 하는 그런 반응이 없었거든요.

내가 신나서 동수씨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별 반응이 없더라고요. 이제는 덤덤해하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굉장히 기뻐했을 텐데 반응이 없어요. 동수씨가 회복하는 시기를 놓친 건 아닌가, 이 사람 상처가 회복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요.

사실 동수씨는 사람들이 알아보고 자기 쳐다보고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는 하는데 내가 느끼기로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걸 싫어하지만은 않는 것 같아요. 지난번에 텔레비전 방송에 나가고 난 뒤에 숲에서 일하는데 누군가 알아봐 준 적이 있나 봐요. 그 순간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행동했나본데 저에게 말할 때는 엄청 흐뭇해하더라고요. 그런 것이 싫지만은 않은 거죠. 누가 알아봐 주고 하는 것을 정작 부담스러워하지는 않는 거죠.

나는 동수씨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안전교육 강연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4.3 유가족이나 세월호 유가족이 사람들과 만나 강연하거나 증언하잖아요. 그런 것이 피해자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내 생각에는 동수씨도 아이들이나 사람들 앞에서 안전교육을 꾸준히 하면 잘할 거 같아요.

세월호 1주기 때 언론에서 전화가 많이 와 일상 유지가 어려울 정도가 되어버리니까 우리 가족으로서는 막 숨고 싶었어요. 그래서 세월호 2주기 때는 기자들 전화를 안 받거나 차단해버렸어요. 그런데 동수씨가 인터뷰를 하지 않으니 다른 생존자들이 언론과 인터뷰할 거 아녜요. 그렇게 다른 피해자들이 이야기를 하니 자신이 세월호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것이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이에요.

그다음에 동수씨가 자해하고 분노하고 하니까 3주기 때부터 언론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게 했어요. 그렇게 하고 나면 동수씨가 좀 편안해져요. 그래서 <조선>•<중앙>•<동아> 빼고는 다 인터뷰하라고 했어요.


▲ 김동수씨 가족. ⓒ 이희훈

차라리 죽어서 나오지 왜 살아 나와서

제일 걱정되는 것은 다른 사람과 시비가 붙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동수씨가 누군가를 때리거나 할 때는 법적으로 복잡해지잖아요. 세월호 의인이니 하는데 범죄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요. 그래서 동수씨가 누구와 말싸움이라도 할 때는 그 자리를 피하거나 도망가고 싶더라고요.

정말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 그렇게 사람들과 싸우거나 분쟁이 생겨서 힘든 상황이 되면 차라리 세월호에서 죽어서 나오지 왜 살아 나와서 가족을 괴롭히느냐 하는 생각도 했어요. 동수씨 자신도 가족 앞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내가 죽어서 나왔더라면...' 하고요. 본인도 잘 아는 거예요,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본인도 얼마나 속상하면 그런 말을 하겠어요.

몇 년간 동수씨가 힘들어하니까 도청에서 첫 번째 자해했을 때 차라리 의식이 없어서 며칠간 누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동수는 항상 누군가와 문제가 생기거나 싸우니까요.

병원에 있을 때도 수천 명의 보호자 중에 내가 제일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암 병동에 있는 환자일지라도 일어나서 가족하고 싸우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 동수씨를 세브란스병원 보호병동에 입원시킬 때는 너무 죽을 맛이었는데, 두 번째 입원시킬 때는 저 자신 때문에라도 동수씨를 입원시켜야겠더라고요. 동수씨가 입원하면 제가 좀 숨을 쉴 수가 있으니까요. 어느 순간부터 동수씨가 입원하겠다고 하면 '아, 이제 내가 숨을 좀 쉬고 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도 매일 억울하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왜, 내가 무슨 잘못했는데.' 생각하면 막 화가 나는 거예요. 나도 피해자 가족인데, 나는 왜 할 말 못하고 이렇게 있어야 하는가. 결국 결론은 살아 나온 게 죄죠. 청와대 행정관이 한번은 전화통화 중에 나한테 그러더라고요. "그래도 남편은 살아왔잖냐"라고. 사실 그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계속 말하지만 이렇게 사는 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니잖아요. 휠체어 타고 링거 꽂고 다니면 그런 사람은 연민의 눈빛으로 볼 텐데 동수씨는 멀쩡한 듯 걸어 다니니까 아무도 저 사람이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장애등급을 받으려고도 해봤는데 조현병만 해당한다고 그것도 거부당했어요.

제 바람 중 하나가 듬직한 사위가 생기면 좋겠다는 거예요. 우리 애들이 둘 다 딸이라서 동수씨가 흥분하거나 누구와 시비가 붙을 때마다 물리적인 힘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럴 때마다 아들이 있었다면 동수씨가 흥분하거나 하면 딱 잡아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래서 사위는 듬직한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두 가지는 종교와 딸들이었어요. 딸들이 나를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것 그것이 가장 큰 힘이 되었어요.

지금 상태는 이런 것 같아요. 깁스를 너무 오래 해서 깁스를 풀어도 못 걸을 것 같은 느낌? 동창회 같은 곳을 나가면 1차 모임을 하고 2차 모임을 가도 될 것 같은데 못 가는 거예요. 동수씨가 어디 가서 좀 늦으면 여전히 불안해요. 전화를 안 받아도 불안해요.

가족 단톡방이 있는데 우리 세 여자 방이 따로 있어요. 아빠 상태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아빠에게 비밀로 해야 할 이야기들, 동수씨가 알면 안 되는 이야기들, 딸들하고만 나눠야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방인 거죠. 그래도 그 단톡방에서도 화제는 결국 '김동수'예요. 동수씨를 빼고는 이야기 할 수 없을 거예요.

큰딸도 자기 갈 길을 가면 좋겠어요. 딸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자식에게 못할 짓 하는 것 같아서요. 결국 우리 같은 개인이 아니라 정부나 국가가 동수씨나 세월호 피해자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런 일이 이뤄질까요?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5월 14일, 금 4:4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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