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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당신이 믿는 하나님을 어떻게 믿겠나"…노동자들이 교회 앞에 현수막 건 이유
파업 197일째 강릉 신일정밀 노동자들 "민주노총 인정 안 하는 게 종교적 신념?"


▲ 강릉교회 앞에는 현수막 10여 개가 걸려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서울=뉴스앤조이) 구권효 기자

"민성기 장로님, 당신이 신일정밀 노동자들에게 한 짓을 보면 당신이 믿는 하나님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 바리새인들은 돈을 좋아하는 자라! 신일정밀 경영진들의 돈 욕심은 어디까지입니까? 부끄럽습니다 정말!"


강원도 강릉의 대표적인 대형 교회 강릉교회(이상천 목사) 예배당 앞에는 현수막이 여러 개 붙어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신일정밀지회가 붙인 이 현수막들은 주로 강릉교회 민성기 장로를 규탄하는 내용이다. 나부끼는 현수막들과 그 뒤로 보이는 넓은 주차장, 으리으리한 예배당은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좀 보라고 붙였어요. 아무 반응이 없으니까."

손재동 신일정밀지회장이 혀를 차며 말했다. 신일정밀 노동자들은 5월 7일로 파업 197일을 맞았다. 그간 월급도 받지 못한 채 6개월 넘게 버티고 있지만 사측은 요지부동이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 사측의 행동이 '부당노동행위'라는 판정까지 얻어 냈는데 달라진 게 없다. 이들은 신일정밀 전무를 지내며 실질적인 경영자 역할을 했던 민 장로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1976년 설립해 올해로 45년이 된 신일정밀은 풍력발전기·굴삭기 등에 사용되는 대형 선회 베어링을 만드는 회사다. 민 장로 아버지가 설립해 자녀들이 세습했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조금 주춤했지만, 최근 몇 년간 평균 매출 약 450억 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다. 당기순이익도 70~80억 원이다. 현재 노동자 170여 명 중 90여 명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 신일정밀 파업이 6개월간 지속되고 있다. 5월 6일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앞에서 피켓 시위하는 노동자들. 뉴스앤조이 구권효

파업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 사건은, 작년 6월 한국노총에 속했던 신일정밀 노조가 민주노총으로 소속을 바꾼 일이다. 신일정밀 노조는 2020년 초부터 경영진과 임금 교섭에 들어갔다. 회사가 매년 높은 이익을 내고 있으니 임금을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코로나19로 회사가 어렵다며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했다.

"저희 10년 차 기본급이 230만 원이에요. 20년 차도 300만 원이 안 돼요. 많이 올려 달라는 게 아니라 기본급 월 8만 원 정도 올려 주고, 노동자들이 열심히 해서 영업이익을 많이 냈으니 성과급 1년에 170만 원만 달라고 했어요. 이렇게 계산하면 연 4억 5000만 원 정도 나오더라고요. 2019년 영업이익이 74억 원이었어요. 그런데 이걸 못 해 주겠다는 거예요."

6월까지 15회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임금동결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신일정밀 노조는 한국노총이 별 도움을 주지 않아 민주노총으로 소속을 옮겼다. 그러자 사측은 사소한 문구나 절차 등을 꼬투리 잡으며 민주노총을 교섭단체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결국 10월까지 7회, 작년에만 총 22회 교섭을 진행했지만 끝내 결렬됐다. 노조는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했다. 지노위는 올해 2월 8일, 노조가 주장한 내용 대부분을 받아들이고 이것들이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했다. 판정서를 보면, 사측이 노조의 파업 전후로 어떤 일들을 벌였는지 알 수 있다. 지노위가 인정한 부당노동행위는 다음과 같다.

△2020년 임금 교섭에서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해태한 행위 △2020년 9월 18일 폐업 예고를 한 행위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한 2020년 10월 23일, '위기 극복 장려금(일 5만 원)'과 '생산성 장려금'을 생산에 참여한 직원에게 지급하기로 하거나 지급한 행위 △노조의 쟁의행위와 관련한 우편물을 조합원의 가정으로 발송한 행위 △신규 근로자를 채용해 파업으로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게 한 행위 △CCTV를 이용해 조합원의 근태를 감시하고 이를 근거로 문답서를 발송한 행위.
사업은 사업이고 교회는 교회?

파업이 길어지면서 언론에도 여러 번 보도됐지만 사측은 지금까지도 노조를 교섭단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파업 즈음 민신기 사장과 전무였던 민성기 장로는 신일정밀에서 '퇴직'했다. 새로운 사장이 부임했지만, 노조는 실세였던 민성기 장로가 여전히 경영에 개입한다고 보고 있다. 민 장로는 신일정밀 지배 기업 '에스아이지' 대표이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노조 파괴 전문가'로 알려진 이 아무개 노무사가 신일정밀 '경영고문'을 맡고 있다며, 이 두 사람이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라고 했다.

노동자들은 사건 해결을 위해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민성기 장로가 '종교적 신념' 때문에 민주노총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는 말도 들었다. 강릉교회 앞에 걸린 현수막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민 장로님! 종교적 신념 때문에 민주노총을 인정 못 하신다고요! 혹시 경영고문 노조 파괴 전문가의 신념 아닌가요! (중략) 당신의 편협된 종교 신념 때문에 하나님의 영광이 가려지고 있습니다."


▲ 강릉교회 앞에 붙어 있는 현수막 중 하나. 뉴스앤조이 구권효

민주노총 강릉지역지부 함영주 사무국장은 5월 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4월 초 김한근 강릉시장을 만났는데, 김 시장이 '민 장로가 종교적 신념 때문에 절대 민주노총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시장이 그렇게 전달할 정도라니, 황당했다. 파업 6개월이 넘었다. 노동자들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기독교인이라면 오히려 생명의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함 사무국장은 5월 2일 강릉교회 이상천 목사도 만났다고 했다. 그는 "이 목사도 이 사건을 다 알고 있더라. 내가 '기독교에서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했는데, 민주노총이 싫은 게 종교적 신념이라면 이웃을 미워하는 게 신념이라는 말 아니냐'고 따졌다. 이 목사가 아무 말도 못 하더라. '목사로서 어려운 일이다' 정도로만 얘기했다. 교회에도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손재동 지회장도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나도 교회 30년 다닌 안수집사다. 기독교적 신념 때문에 민주노총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교회 다니는 사람으로서 더 화가 났다. 교회 장로라면 사회도덕적으로 더 책임감 있게 일할 생각을 해야지, 장로라는 사람이 노조 무시하고 노동자들 탄압하는가"라고 말했다.

또 "교회도 똑같다. 장로가 운영하는 회사에 이런 큰 문제가 있으면 좀 돌아봐야 할 텐데, '사업은 사업이고 교회는 교회'라는 식으로 분리해 버린다. 교회에서는 신행일치를 강조하는데, 강릉교회와 민 장로를 보면 이게 전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6개월간 월급도 받지 못한 채 파업 중인 노동자들은 뭐라도 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5월 6일 오전에는 민성기 장로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가두시위를 벌였다. 사진 제공 신일정밀지회

민성기 장로는 5월 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나는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그분들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노동자들 파업이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하자 "난 이미 6개월 전 퇴직한 사람이라 신일정밀 문제는 잘 모른다"며 "새로운 사장이 왔으니 그냥 들어가서 일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강릉교회 이상천 목사는 취재를 거부했다. <뉴스앤조이>는 이 목사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예배당에도 찾아갔으나 그는 만나 주지 않았다. 예배당 앞에 현수막이 나부끼는데도, 교회 직원은 "신일정밀 문제를 취재하는데 왜 우리 목사님을 만나야 하나"라며 이 목사에게 연결조차 해 주지 않았다.

사람다운 대우 원할 뿐

노동계는 신일정밀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민주노총뿐 아니라 정의당·노동당·진보당 등 정당과 시민단체가 4월 12일 '신일정밀강릉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해 공동 대응하고 있다. 법적인 공방도 진행 중이다. 지노위에서 인정된 부당노동행위 사건은 사측의 불복으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노조는 작년 11월 고용노동부에 신일정밀 사용자들을 고소했다. 하지만 6개월째인 지금까지도 검찰 송치조차 이뤄지지 않아, 노조는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5월 4일 안경덕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도 신일정밀 이야기가 나왔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관련 질의를 했고, 안 후보자는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며 "부당노동행위가 있고 노사 갈등이 일어난 부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관련 고소장이 접수됐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수사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노동자들이 원하는 건 '사람다운 대우'다. 함영주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 때문에 우리도 신일정밀에 가 봤다. (노동자들이) 1990년대 공장보다도 못한 곳에서 일하며 거의 최저임금을 받더라. 직원들이 너무 순진했다. 거의 노예처럼 일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나는 민성기 장로를 만나면 '정말 예수 믿습니까'라고 묻고 싶다. 본인과 자녀들은 그렇게 잘살면서 어떻게 노동자들을 이렇게 부릴 수 있나"라고 말했다.

손재동 지회장도 "내가 신일정밀에서 20년 일했다. 정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나는 이렇게 살았어도 여기 젊은 노동자들은 우리처럼 살면 안 되지 않나. 도저히 이런 상태로 놔둘 수 없어서 행동한 게 이렇게 큰일이 돼 버렸다. 사측은 아직도 '민주노총은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우리가 무슨 대단한 걸 요구하는 것처럼 포장한다. 이런 짓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작년 10월 새로 취임한 신일정밀 최종순 사장은 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 입장은 다 알지 않나. 지금 일이 바빠서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올려짐: 2021년 5월 14일, 금 5:1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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