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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기고
 
3군단장 시절 박정희 연금계획
[김재규 평전 제11회] 박정희에게 김재규는 어떤 존재였을까

(서울=오마이뉴스) 김삼웅 기자 = 박정희에게 김재규는 어떤 존재였을까.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박정희가 워낙 복합적인 인물인데다 김재규 역시 단순하지 않는 성품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10ㆍ26거사 당시 궁정동 만찬의 현장에 있었고, 박정희와 김재규 두 사람과 가까웠던 김계원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군사재판 전창렬 검찰관의 신문에 대한 답변이다.(발췌)

김계원 : 60년도 4ㆍ19 직후에 제가 육군대학 총장으로 진해에 부임하니까, 김재규 부장은 거기에 부총장으로 근무 중이었습니다. 거기서 처음으로 친근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6개월간 같이 근무하는 동안, 둘 다 가족은 서울에 있고, 학교 안에 있는 관사에 같이 있었기 때문에, 조석으로 자주 만나서 친근해졌습니다.

특히 그 당시에 작고하신 각하께서 부산의 군수기지사령관으로 계셨기 때문에, 김재규 피고인은 돌아가신 각하와 고향도 같고 가까운 사이여서 육군대학이 여러 가지 보급면에서 어려운 때는 김재규 피고인이 부산에 가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아오곤 해서 특별히 가까워졌고, 또 한번은 육해군 합동 군수물자 상륙훈련이 마산에서 있었습니다.

그 후에 제가 1군사령관 당시에, 김재규 피고인이 현리에서 6사단장으로 있었는데, 그 당시에 한 번 돌연히 각하께서 저녁에 김재규 피고인의 사단장 숙소에 가시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본 피고인과 동행한 일이 있었고, 사단장 숙소에서 각하를 모시고 저녁 만찬을 같이 한 일이 있었습니다.


▲ 전역사를 낭독하는 박정희 대장(1963. 8. 30.). ⓒ 자료사진

그 후에 본인이 육군참모총장 당시, 김재규 피고인은 6관구사령관으로서 육군본부에 여러 가지 군수보급지원을 하고, 특히 국군의 날 행사 같은 때는 6관구에서 전반적인 보급지원의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본 피고인이 중정부장 당시에 김재규 피고인은 육군보안사령관을 했습니다. 업무상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고 그 당시에 여러 가지 내적인 문제도 제가 해결해준 일이 있습니다.

본 피고인이 주중대사로 있는 동안, 김재규 피고인이 건설부장관으로서 사우디에 갔다 오는 길에 대만정부의 초청을 받고 대만에 들러서, 본인과 이틀 같이 있은 일이 있습니다. 본인과 특별히 가까운 사이였고, 본인이 대만에 근무한 지가 그 당시 이미 4, 5년이 경과되었기에, 본국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각하와 특별히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알고, 본국에 돌아올 수 있는 길을 건의해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습니다.

주중대사로 있는 동안 본국에 오면 한번인가 두 번 김재규 피고인이 부부동반해서 저녁 초대를 해준 일이 있습니다. 본 피고인 생각에는 본인과 김재규 피고인은 남보다 좀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검찰관 : 그 당시에 각하께서 6사단장 숙소를 직접 갈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습니까?
김계원 : 국방장관이 김성은 씨였습니다. 국방장관하고 각하하고 낮에 청평인가에 갔다오시다가 저녁에 거기 들렀습니다.
(주석 1)

김재규는 1973년 3월 5일 17개월간 머물렀던 제3군단장을 마지막으로 예편되어 25년간의 군인생활을 마치면서 「장부한(丈夫恨)」이란 한시를 남겼다. 이 시는 후임 군단장이 군단 법당 앞 주춧돌에 새겨놓았다가 10ㆍ26 후 철거되었다.

장부한

眼下峻嶺覆白雪 - 안하준령복백설
千古神聖誰敢侵 - 천고신성수감침
南北境界何處在 - 남북경계하처재
國土統一不成恨 - 국토통일불성한

눈 아래 준령에 흰 눈이 덮여 있다
이 천고(千古)의 신성(神聖) 함을
누가 감히 침략할 수 있으리요
남북의 경계는 그 어디에 있는가
나라의 통일을 이루지 못해 한(恨)이로다.


남북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군부를 떠난 것이 한스러워 읊은 것으로 인식되지만, 문맥을 살펴보면 달리 해석할 여지가 담긴다. "이 천고의 신성함을 누가 감히 침략할 수 있으리요."의 대목은, 국민의 신성한 천부인권을 짓밟은 유신쿠데타를 비판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풀이다.

김재규는 애국심이 집권욕에 못 미치고 있는 박정희에게 등을 돌렸다

박정희가 속도형이라면, 김재규는 방향형이라고 한다면 가능할까.

박정희의 생애를 관찰하면, 교사→만군 혈서지원→일본육사→한국육사2기→피난수도 부산에서 쿠데타 모의→5ㆍ16 쿠데타→유신쿠데타→긴급조치 등 공명심과 출세지향의 과속형이다. 김재규는 교사→일본군징병→한국육사2기→보안사령관→중정부장→박정희 암살 등의 과정에서 상당히 방향을 중시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박정희가 목표 지향형이라면 김재규는 방법지향형이다.

김재규는 유신쿠데타를 대한민국의 기본가치를 뒤엎는 역천(逆天)으로 인식하였던 것 같다. 이승만 대통령이 짓밟은 민주공화제를 4ㆍ19혁명으로 바로잡았는데, 박정희가 5ㆍ16에 이어, 이번에는 아예 주권재민과 삼권분립의 기본가치조차 형해화해버린 것이다.

그는 군인의 신분이라 대놓고 반대비판을 할 수 없었으나, 유신헌법을 몇 차례 숙독하면서 분노의 감정을 억제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3군단장 시절, 시찰나올 때 박정희를 부대에 연금하고 하야시켜 볼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10ㆍ26거사 후 신군부의 서릿발 같은 시기에 김재규 피고인의 변호인단을 구성했던 김제형ㆍ이돈명ㆍ강신옥ㆍ조준희ㆍ홍성우ㆍ황인철ㆍ안동일 변호사가 고등군법회의에 제출한 「항소이유서」중 관련 부분이다.

피고인 김재규가 유신헌법을 폐기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자 결행한 이번 거사의 결심은 유신헌법의 공포 당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72년 12월 27일 유신헌법이 공포되었을 때 피고인은 3군단장으로 있으면서 유신헌법을 두세 번 읽어보니 이 헌법은 대통령이 영구집권하려는 헌법이지 민주헌법이 아니구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에 이르기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때 피고인은 벌써 보안사령관을 역임한 관계로 정치적 감각이 예민할 때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여당 일각의 반대세력마저도 억누르고 3선개헌을 통과시킨 후 3선 때에 김대중 대통령 후보자와의 선거전에 대세가 여의치 않자 장충단공원에서 마지막으로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이라고 국민에게 공약하고 당선된 후 다시는 선거로써 당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아래 앞서의 공약을 식언하고 종신집권을 하기 위해 소위 '10월유신'이라는 것을 단행하여 그 3선이 못마땅한 것이긴 하였어도 그래도 민주헌법의 모습은 갖고 있던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의 기본을 파괴한 유신헌법을 공포하였다는 것입니다.


▲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부산 및 마산 지역을 중심으로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한 시위사건을 뜻한다. ⓒ 진실위 자료사진

그때부터 피고인은 박 대통령의 애국심이 집권욕에 못 미치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하였고 박 대통령의 집권욕을 철저히 싫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때 피고인은 3군단 사령부의 울타리를 만들면서 박 대통령이 군단에 방문할 것을 예상하여 통상 울타리를 만드는데 밖에서 안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형태를 취하는 것인데도 일단 사령부로 들어온 사람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이례적인 형으로 울타리를 만들게 한 사실도 있었고, 이 울타리는 지금도 군단에 그대로 있다는 것입니다.

그때 피고인 내심의 의사는 박 대통령이 3군단에 피고인을 방문하면 박 대통령을 연금해놓고 하야시켜 볼 생각을 가졌으나 막상 박 대통령이 군단을 방문하여 만나보면 전에 한 결심이 사그라졌다는 것입니다.
(주석 2)

김재규는 "애국심이 집권욕에 못 미치고" 있는 박정희에게 등을 돌렸다. 시정의 장삼이사라면 몰라도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집권욕이 애국심보다 앞선다면 국가의 비극이고 불행한 일이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그는 3군단장 시절에 유신을 감행한 박정희를 제거의 대상으로 삼고 기회를 노렸던 것이다.

<주석>
1> 김재홍, 『비공개 진술(상)』, 171~173쪽.
2> 안동일,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 457쪽.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5월 21일, 금 10:0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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