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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족/통일
 
"죽더라도 북한에서..." 알려지지 않은 '탈북자' 이야기
[조천현 작가 인터뷰 ①]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그들

(서울=오마이뉴스) 이준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어떤 미국 대통령도 근본적 인권 침해 시 침묵하지 못한다"며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 북한의 인권 문제로 거론되는 사안은 정치범 수용소와 탈북자 문제다. 특히 탈북자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반인권적 상황을 비판하는 데 중요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탈북자는 북한 인권 문제를 대표하는 상징일 수 있을까? 그들은 모두 북한의 체제에 반기를 들고 탈출해 한국이나 제3국으로 가고 싶어 하는 자들일까? 탈북자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들여다보는 거의 유일한 창이다. 우리는 과연 그 탈북자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지난 4월 15일(현지 시각) 미 의회에서는 대북 전단 금지법 청문회가 열렸다. 4월 30일에는 대북 전단 금지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한 탈북단체가 경기·강원 비무장지대 인근에 대북 전단 50만 장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과 다르게 미국 의회와 UN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논의되고 국내외 언론에서 다뤄질수록 탈북자들은 살기 힘들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탈북자를 위한다는 활동은 왜 탈북자들을 힘들게 하는 걸까? '북한 인권'을 내세우며 행해지는 활동은 탈북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우리는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1997년부터 북중 접경지대를 다니며 탈북자를 직접 인터뷰하고 그들의 삶을 기록해왔던 조천현 작가를 만났다. 마침 그는 올해 초 20여 년 간의 취재기록을 모아 책 <탈북자>(보리)를 출간했다.

각자의 사연으로 탈북한 사람들의 이야기


▲ 조천현 PD는 탈북자의 삶과 북한의 변화한 부분에 주목해야한다고 전했다. ⓒ 한나라

'탈북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배고픔과 굶주림, 강제북송, 인신매매, 불안한 삶, 북한 체제에 반기를 품고 자유를 찾으려는 이들… 조천현 작가는 기존 탈북자들에 대한 이미지가 정형화돼 있다는 사실을 짚으며 말문을 열었다.

"탈북자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시각이 이제는 변해야 할 것 같아요. 아직도 탈북자들을 굶주리다 북에서 나온 사람들로, 동정의 시선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벌써 2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상황이 변해가고 있고 그 변화를 봐야죠."

탈북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탈북을 감행한다. 모든 탈북자가 한국에 오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조천현 작가가 1월에 펴낸 책 <탈북자>는 그가 1997년부터 북한과 중국 접경지대를 다니며 만난 다양한 탈북자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대학 동창을 따라 물건을 사러 나갔다 빵에 탄 약을 먹고 쓰러져 중국으로 잡혀간 여성, 동업자 동료를 찾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온 사람, 두만강을 10여 차례나 도강한 사람, 북한에 남편과 아이가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조선족 남자와 결혼한 여성들, 친척방문 허가를 얻어(사사여행) 합법적으로 중국으로 나온 사람, 죽어도 북한으로 돌아가 죽겠다는 할머니 등 탈북자들은 각자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다.

조천현 작가는 이들을 크게 세 분류로 나눴다. 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들, 중국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 한국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가 2년 동안 100명의 탈북자를 상대로 인터뷰하며 통계 낸 결과 한국행을 원하는 자들은 41%, 북한행을 바라는 사람은 34%, 중국에서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은 21%. 책 <탈북자>의 기록이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기록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들 중 55%의 사람들이 한국행을 바라지 않았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 작가는 세 부류 중 중국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 그리고 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이들에게 주목하는 시선이 없다며, 자신이 그들에게 주목한 이유를 밝혔다.

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 중국으로 나왔지만, 돈을 벌면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북한을 나왔거나, 북으로 돌아갈 경우 처벌이 두려워 중국에 머무르기도 한다. 책 <탈북자>에서 조 작가는 '북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한국행을 선택할 마음이 없고 은둔 생활을 하고 있어 그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북한 체제를 비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는 북으로 강제 송환 당해도 '오로지 생계를 위해 탈북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처벌이 관대하다'는 사실과도 연결된다. 조천현 작가가 만난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의 집에서 공안에게 잡혀온 사람들이나 일자리를 구하려다 붙잡힌 이들은 과한 처벌을 피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고향을 버리지 않고 잘 사는 게 소원'이라는 탈북자의 말은 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탈북자들의 심리를 대변한다.

중국에 정착하길 원하는 이들은 중국에 머물며 북한이 개방되기를 기다리는 이들이다. 이들은 중국 한족이나 조선족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사는 여성, 중국의 시장 경제에 물들어 북으로 돌아가 생활하기 힘들어하는 이들을 포함한다. 한국에 정착하면 북에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중국에 살길 택한다. 중국에 있으면 북에 있는 가족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거나 북으로 들어가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 조 작가는 특히 이들 중 중국에서 일자리를 얻어 살거나 결혼해 아이를 낳고 생활하는 이들은 정치적 난민으로 보기보다 불법체류자로 보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한국행을 바라는 탈북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한국행을 택한다. 정부의 지원금 등 경제적인 이유로 한국에 들어오고자 하는 이들,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을 피하고자 한국행을 택하는 이들, 자녀교육을 위해 한국으로 오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또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가 자신의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오려 시도하거나, 탈북 여성과 결혼한 한족이나 조선족 남편이 탈북 여성을 통해 한국 진출을 시도하기도 한다. 탈북 여성이 한국에 정착하면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방식이다.

"초창기 탈북 행렬은 식량난으로 인한 생계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삶의 질을 높이고 안전하게 살기 위한 인간의 기본욕구형으로 바뀐 것이다. " -182쪽, <탈북자>

한국행을 시도하는 이유로는 여러 요인이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더 살기 좋은 환경을 찾기 위해서'다. 1997년 북한이탈주민법이 제정되면서 국내에서 탈북자들을 위한 제도가 마련됐다는 점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범죄를 저지른 탈북자들은 북한이나 중국에서 인신매매 처벌 형량이 높다는 점 때문에 한국행을 선택한다.

감소하는 탈북자, 변화를 맞이하는 북중 지대


▲ 북한 양강도 오한덕 지역의 가을 풍경. 탁아소 건물과 논밭이 보인다. ⓒ 조천현

조천현 작가가 책 <탈북자>에서 다루는 사연은 과거 탈북자들의 이야기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탈북자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국가정보원은 지난 2월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이 100만t 이상의 식량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곡물 수요량이 550만t임에 비해 지난해 생산량이 440만t에 그쳤다며 북·중 접경 지역에 식량부족 현상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미국 농무부 역시 지난 1월 북한 주민 10명 중 6명이 식량 부족 상태이며, 2020년 기준 북한 주민 63.1%가 식량 섭취 부족에 시달린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조 작가를 통해 들은 북중 접경지대의 상황은 이와 다른 측면을 보였다. 조천현 작가에게 북한의 식량난과 현 탈북자들의 상황에 관해 물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자력갱생'을 외친 지 15년 정도 지났어요. 배급으로 먹고사는 시대는 이미 끝났어요."

그는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이 부분을 통계치로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시간이 지나며 변해가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언급했다.

"내 사진집을 보면 북한 사람들이 입는 옷, 먹는 것들이 이전과 달라졌어요. 주민들의 삶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입니다."


▲ 자강도 어린들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조천현


▲ 북한의 양강도 장마당 풍경. 주민들의 옷 색깔이 밝다. ⓒ 조천현

조 작가는 압록강 두만강 인근에는 새집 건설이 많아졌고, 2018년부터 현재까지 쌀값은 1kg 기준 3800원과 4200원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도 빈부 격차가 있어 돈을 버는 사람들은 안전원을 끼고 비법(불법)으로 일한다는 사실도 책 <탈북자>에서 언급된 바 있다.

조 작가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후 세관은 차단됐지만 밀수는 이전처럼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상품뿐 아니라 한국 상품도 밀수 대상이다. 한국에서 상품을 접경 지역 조선족이나 연결책에게 소포로 부치면 북에서 접경지대로 나와 물품을 가져간다. 그 물품이 다음 날 북의 시장에 나가는 식이다.

조 작가는 국내 탈북자들이 북의 가족들에게 돈을 전달하는 과정 역시 이러한 경로를 따른다고 덧붙였다. 연결책은 중국인 화교, 조선족, 중국에 사는 탈북자, 북한 내 브로커 등이며 평균적으로 삼십 퍼센트의 수수료를 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사사여행(친척방문)을 통해 중국에 나와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탈북자 만나는 것보다 그런 사람 만나는 게 더 쉬워요. 다른 말로 이야기하면 중국 내 탈북자가 그만큼 줄었다는 말이죠."

국내 유입 탈북자의 수는 코로나19로 인해 급감한 20년의 수치(229명)를 제외하면 2012년 이후 평균 1300명 대로 감소했다. 2003~2011년 사이 연간 입국 인원이 2000~3000명에 달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국내 유입 탈북자의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탈북자의 삶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탈북자라는 용어부터 귀순 용사, 북한 이탈 주민, 새터민, 탈북민 등 북에서 건너온 이들을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다. 조천현 작가는 여러 명칭 중 '탈북자'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라 판단해, 자신 역시 '탈북자'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자신을 '탈북자'로 규정하고, 북한에서도 '탈북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며 "가장 일반화된 명사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은 스스로 탈북자 대신 조선 사람(북한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나온 사람들이지 정치적인 이유로 나온 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언급하기 전에는 자신들을 '탈북자'로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 작가의 책 <탈북자>는 탈북 여성의 이야기를 많이 다룬다. 통일부의 국내 유입 탈북자의 비율을 살펴보면 평균 70% 이상이 여성 탈북자다. 남성 탈북자보다 여성 탈북자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 작가는 북한의 성비 자체에서 여성이 더 많다는 사실을 전했다. 또한 북한의 남성들은 17살에 군대에 입대해 장기간 복무하기 때문에 북의 마을에 젊은 여성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탈북 여성들은 북을 나와 혼자 살아가기 힘든 환경 때문에 북한에 남편과 자식이 있는 경우라도 조선족이나 한족 남성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중국과 북한에 모두 자식이 있어 한 곳에 정착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탈북 여성들은 유흥업소에 종사하기도 하는데 인신매매로 인해 강제로 팔려 오는 사례가 있지만, 자발적인 경우도 있다. 유흥업소는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젊은 여성들이 비교적 쉽게 일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속에 걸릴 경우, 업주 역시 벌금을 내야 해, 업주가 탈북 여성을 숨겨주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 양강도 김정숙군 여인들이 압록강에 나와 빨래하는 모습 ⓒ 조천현

중국은 조선족이나 한족과 결혼해 자식을 낳은 탈북 여성들에게 중국 국적을 부여하지 않는다. 조천현 작가는 한때 중국 내에서 혼인 후 3년 이상 지난, 중국 국적의 아이가 있는 탈북 여성에 한해 임시 호구를 부여할 것을 논의했지만 무산됐다고 언급했다.

현재는 탈북 여성이 중국 국적의 남성과 아이를 낳는 경우 그 아이에게만 중국 국적이 부여된다. 한 국가에서 국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안정적일 수 없다. 조천현 작가의 기록 속에는 안정적인 일상을 영위하지 못하는 탈북자들의 이야기가 여럿 보인다.

안전한 곳에 있었으면 좋겠지만 언제나 물음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 임씨는 "하루하루 먹고 잠자고, 눈을 뜨면 또 살았구나. 내일은 또 어떻게 살까. 매일매일 계획없이 산단 말입니다. 길가에 있는 조약돌이나 가로수만도 못해요." - 129쪽, <탈북자>

조천현 작가는 탈북자들의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탈북자들은 우울증을 생각할 여유나 겨를이 없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삶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우울증, 공황장애 등 다양한 정신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지만, 탈북자들에겐 그런 개념 자체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일부는 한국에 정착하고 나서야 자신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고도 전했다.

조 작가는 탈북자 중 범죄를 저지르고 한국에 들어오는 이들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특히 그는 인신매매, 마약 밀매, 살인, 강간 등 대형 범죄를 저지르고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자들을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유입 탈북자들의 범죄율을 다룬 조사는 미비하며 국외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한국으로 유입되는 탈북자를 다룬 통계는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들에 대한 대처와 시각도 다양해져야

조천현 작가는 탈북자들을 바라볼 때 그들이 탈북한 년도와 입국한 년도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한다. 탈북 후 바로 한국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중국에서 오래 체류하다 온 사람이 있다.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이들이 있는 반면, 먼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가족을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 탈북자 아이들의 경우 아빠가 중국인이고 엄마가 북한 사람인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도 있다. 2015년부터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자녀 중 '제3국 출생의 중국 국적 자녀들'이 많아졌다. 조 작가는 탈북자의 다양한 경우에 따라 그들을 위한 대처가 달라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 작가는 "우리의 시각에서만 그들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시선으로 탈북자들을 바라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탈북이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일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편 "대북전단 날릴 때마다 조용히 사는 탈북자는 불안, 왜냐면"으로 이어집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5월 30일, 일 7:4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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